송중기·천우희가 달리던 그 바다 ‘로맨스 성지’ 되다
해상누각·산책로·야경 등 낭만적 풍경
'마이유스' '이 연애는 불가항력' 촬영
극 중 주인공 사랑·치유의 장소로 등장
영일대장미원·스페이스워크·여남항도
다양한 드라마 속 감상적 공간으로 조명
달만곶과 호미곶이 감싸고 있는 만, 곶과 곶이 소리굽쇠처럼 이어진 영일만은 해를 맞이하는 곳이다. 헤아릴 수 없는 먼 옛날에는 호수였다는데, 연오랑과 세오녀가 하나 돼 살았던 때에는 이미 바다였다. 그 바다에 영일대 누각이 떠 있다. 바다를 향해 난 80m의 견고한 교각 끝에 시민들의 소원이 담긴 8천653장의 기와를 얹은 누각이다. 드라마 '마이유스'에서 두 주인공인 '해'와 '제연'이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함께 달려갔던 그 찬란한 바다가 바로 영일만의 바다다. 그들은 영일대 누각에 올라 외쳤다. 우와 바다다! 포항 바다!
포항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인 영일대해수욕장.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 해송 숲이 이어지고, 곳곳에 데크와 미술작품도 자리한다. 도로변은 번화가를 방불케 할정도다.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 해송 숲의 영일대해수욕장
'마이유스'는 2025년 방영됐던 JTBC드라마다. 나의 젊음, 나의 청춘이라는 의미의 '마이유스'는 남자주인공 선우해(송중기)와 여자 주인공 성제연(천우희)의 따뜻한 사랑과 가슴 아린 성장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선우해는 소설가이자 꽃집 '입춘'을 운영하는 플로리스트다. 과거 아역배우로 데뷔했던 화려한 시절이 있었지만 상실과 고통, 그리고 큰 빚과 함께 10대를 보냈고 20대는 모두 빚을 갚는데 썼다. 성제연은 무난하고 적당한 것이 좋은 똑똑한 강남 공주님이었다. 갑자기 집이 망하면서 힘든 대학생 시절을 보냈지만 죽어라 노력했고 일을 맡기면 척척 해내는 인물로 성장했다. 학창시절 서로는 버팀목이었고 첫사랑이었다. 그러나 '해'는 자신의 무게 때문에 그 마음을 밀어냈다. 소년과 소녀는 15년 후 다시 만난다. '안녕, 잘 지냈어? 난 이렇게 지냈어. 너무, 많이 변했나? 넌 어떻게 지냈니?' 드라마는 '잠시 잊었을 뿐, 사라지지 않은 것들과 인사 나누라고, 그 인사가, 현재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든 시간에 대한 헌사가 되길 바랐다'고 한다.
영일대해수욕장은 학창시절 한 번도 수학여행을 가보지 못한 해를 위해 두 사람이 찾은 곳이다. 빛으로 반짝거리는 그 바다에 여전히 사랑하고, 다시 사랑하는 두 사람으로.
영일대해수욕장은 포항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다. 해변을 따라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 해송 숲이 이어지고, 곳곳에 데크와 미술작품이 설치돼 있다. 도로변에는 횟집과 카페, 호텔 등이 빼곡하다. 멀리 바다 저편에 가로놓여 있는 포스코의 실루엣은 이곳만의 매력이다. 해변의 수많은 창들은 해가 지기도 전에 벌써 불을 밝힌다. 하나하나 불을 밝혀 이윽고 밤이 내리면, 빛에 둘러싸인 어둠 속에서 하늘과 바다는 하나다. 그래서 영일대 누각은 천공에 있는 듯도 하고 물속에 있는 듯도 하다. 밤의 영일대는 많은 드라마의 배경으로 등장했다. 주인공들은 그 몽롱한 환상 속에 견고하고 단단하게 뿌리내린 영일대를 걷고, 사랑을 확인하고, 희망과 힘을 얻었다.
영일대해수욕장은 드라마 주인공들이 사랑을 확인하는 공간으로 등장한다. 빨간 이정표는 이국적인 느낌을 안겨준다.
◆장미 5천여 그루와 LED 조명이 어우러진 '영일대장미원'
2023년에 방영된 JTBC드라마 '이 연애는 불가항력'은 300년 전 봉인된 금서가 해제되면서 일어나는 사건사고와 로맨스를 그린 판타지 코미디다.
여주인공 이홍조(조보아)는 부모가 일찍 세상을 떠나고 홀로 씩씩하게 살아가는 온주시청 환경 녹지과 9급 공무원이다. 남주인공 장신유(로운)은 반듯하고 날카로운 변호사로 온주시청 법률자문관이다. 그는 스스로 '성격이 좋은 편이고 유머감각도 있어서 주로 멍뭉미가 있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주인공들이 일하는 온주시청이 포항시청이다.
홍조가 근무하는 녹지과는 포항의 그린웨이 사업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며 철길 숲, 영일대호수공원 등의 명소들이 영상에 무시로 등장한다. 드라마는 홍조가 금서인 주술서를 얻게 되고 신유가 주술에 걸리면서 오글오글한 로맨스로 진행된다. 사랑에 빠지고, 사랑을 확인하면서 두 사람은 전생에 인연이 있었음을 알게 된다. 연인이 된 그들은 밤의 영일대를 걸으며 이야기한다. "만약에 말이야, 내가 전생에 당신의 원수였다면 어떨 거 같아? 만약에 내가 당신을 막 괴롭혔다면, 그 모든 게 다 기억난다면 어떨 거 같아?" "그런 게 뭐가 중요해? 현재가 중요하지." "그 마음 변치 않는다고 약속해."
2025년 SBS드라마 '나의 완벽한 비서'에서 영일대는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장소로 등장한다. 영일교 맞은편에는 형형색색의 장미 5천여 그루와 형형색색의 LED 조명이 어우러진 '영일대장미원'이 화려하다. 이곳에서 '이 연애는 불가항력'의 또 다른 커플 마은영(이봉련)과 공서구(현봉식)가 마침내 결혼식을 올렸다. 곧 장미가 피어나겠다.
영일만 북쪽 환호공원 우듬지 위에 국내 최대 규모의 철제 조형물 스페이스워크가 있다. 스페이스워크에 오르면 영일대해수욕장과 먼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계단 스페이스워크
영일대해수욕장의 왼쪽 끝, 영일만의 북쪽을 감싸는 나지막한 언덕은 옛날 마을사람들이 달맞이 하던 동산이다. 이후 동산은 포항 최초의 공원인 환호공원이 됐고 지금 그 푸른 우듬지 위에는 스페이스워크가 번쩍번쩍 빛난다. 스페이스워크는 길이 333m, 717개 계단으로 구성된 국내 최대 규모의 철제 조형물이다. 세계적인 건축 잡지 AD(Architectural Digest)에서 소개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계단' 중 하나이기도 하다.
스페이스워크에 오르면 영일대해수욕장은 물론 먼 바다와 도시와 포스코까지 훤히 펼쳐진다. 드라마 '이 연애는 불가항력'에 밤의 스페이스 워크가 등장한다. 어둠 속에서 스스로 빛나며 세상의 불빛에 둘러싸인 스페이스 워크를 두 주인공이 걷는다. 홍조는 겁 많은 신유의 손을 잡고, 팔짱을 끼고 함께 걷는다. 그리고 서로에 대해 알아간다.
환호공원 아래는 두호항, 환호항, 여남항으로 이어지는 해안도로가 있다. 여남 끝마을의 스카이워크는 바다 위를 걷는 느낌을 준다.
환호공원 아래 해안도로는 두호항, 환호항, 여남항으로 이어진다.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 밤낚시를 간 현우(김수현)가 독일에 있는 해인(김지원)에게 가기 위해 이 길을 질주했다. 드라마 '스프링 피버'에서 선재규(안보현)가 달리고, 봄이 달렸던 길이기도 하다.
여남항은 영일만의 북동쪽 끝자락인 여남 끝마을의 항구로 방파제 너머 '스카이워크'가 바다 위를 선회하는 아름답고 조용한 포구 마을이다. 이곳 '스카이워크'는 '마이유스'의 해와 제연이 데이트를 즐기던 곳이다. '너무해. 미안해. 계속해. 사랑해. 그만해. 안 사랑해? 사랑해. 행복해. 나두.' 주고받는 말장난 속에 담뿍 담긴 진심이 심각하게 달콤했다.
여남동은 2025년 8월 채널A에서 방영된 드라마 '여행을 대신해드립니다'에도 등장한다. 주인공 강여름(공승연)은 아이돌 출신 전직 여행 리포터로 실패와 좌절을 겪은 인물이다. 어느 날 그녀에게 거액의 수표와 함께 여행 의뢰가 들어오면서 대리 여행이 시작된다. 여름의 포항 여행은 두 번째 에피소드다.
미스터리한 인물의 의뢰에 따라 여름은 골드리트리버 지니와 함께 포항을 여행한다. 여남동의 횟집들, 해변 길, 스카이워크, 여남항 등이 배경으로 등장한다. 이 외에도 영일대해수욕장과 해상누각, 송도 해수욕장과 솔밭, 철길숲, 연오랑세오녀 공원, 호미곶, 구룡포해수욕장 등 포항 곳곳이 영상 전체에 아름답게 흐른다. 그 과정에서 여름은 지니의 정체를 알게 된다. 지니는 어느 날 모습을 감춘 배우 이정우(진구)의 '시각장애인 안내견'이었다. 포항은 정우의 빛나던 시절이 추억으로 머물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여전히 그를 아끼고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드라마 '여행을 대신해드립니다'에서 의뢰인들은 떠날 수 없는 누군가였고, 전하고 싶은 마음을 가진 누군가였으며, 어둠과 고통 속에 있는 누군가였다. 그들을 대신해 여행을 시작한 여름은 사람들의 추억과 상처, 그리고 각자의 이유로 멈춰선 순간들을 통과하게 된다. 그리고 그 여정을 통해 의뢰인과 대리인 모두 삶의 희망과 방향을 찾아가는 기적 같은 이야기를 보여준다. 여름은 포항 사람들의 메시지와 포항의 향기까지 담아 정우에게 보낸다. "꼭 또 오래이, 꼭 또 보재이." "퍼뜩 오거래이, 퍼뜩." "다시 만나요, 정우씨." 여름 자신도 실연의 상처를 포항에 묻고 간다. 웃으며.
글=류혜숙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공동기획 - 포항시청>
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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