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디터 최수경
대구 경제를 걱정하는 레퍼토리는 차고 넘친다. 이젠 정형화가 된 것도 많다. 가장 자주 듣지만 아픈 말은 '생산기능 상실 도시'다. 산업단지가 많지만 고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대도시에는 사형선고와도 같은 말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대구의 1인당 GRDP(3천137만원) 수준은 참담하다. 1993년부터 33년째 전국 최장수 꼴찌다. 1990년대 초반대로 거슬러가면 분명 전조는 있었다. 다만 '성장의 관성'에 젖어 인지하지 못했을 뿐이다. 당시 임가공 형태가 주류였던 대구 섬유업계는 수출이 호황을 맞자, 연구개발은 뒷전이었다. 인건비 상승세에도 대처하지 못했다. 결국 중국 저가 수출공세에 밀려 경쟁력을 잃었다. 우방·청구·보성을 앞세워 전국구로 맹위를 떨친 대구 건설업은 1990년대 초 땅값 폭등, 사업비 급증 분위기 속에서도 무리하게 외형을 확장했다. 차입경영에만 골몰했다.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독이 든 성배'만 들이킨 셈이다. 결국 1997년을 전후해 고꾸라졌다. 동시에 양질의 제조업 일자리도 날아갔다. 중소기업 비중(99.99%)이 국내에서 가장 높은 도시로 전락했다. 대구 청년들은 하나둘 서울행에 목을 매기 시작했다.
도시는 쇠락의 기운이 가득한데 부자는 또 많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부자보고서(2025년 발표)를 보면 대구에는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인 이들이 2만 명을 넘는다. 서울·경기·부산 다음으로 많다. 청년들은 벗어나려고 몸부림치지만 부유한 중장년층은 조용한(?) 대구가 나쁘지 않다. 무엇보다 나이가 들어도 대학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이 도심에 수두룩하다. 동네병원에 가듯 종합병원을 애용할 수 있다.
반면 바닥권인 대구 노동자 임금은 정체돼 있다. 제조업체 구매담당으로 일하는 30년지기 친구 사례가 지역 임금 상황을 잘 함축해준다. 수년간 대구서 일했지만 월급이 적어 마누라와 자식 3명을 건사하기 힘들다며 직장을 찾아 원주, 천안, 창원 등 전국을 떠돌아다닌다. 지금은 충주에 정착했고, 주말에만 대구에 온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대구는 업종별 단합이 너무(?) 잘돼 월급을 비슷하게 책정한다고 했다. 동종업계로 이직을 못하게 하는 것이다. 대구를 떠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실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2010년대 초반에는 이런 일들도 있었다. 대구시가 기업유치에 한창 열을 올릴 때다. 당시 산업용지와 물가가 싸고 심지어 임금도 낮다고 홍보를 했다. 이른바 '3저 전략'을 썼다. 저임금을 넣은 건 참 넌센스다. 기대했던 대구 전체 임금 동반상승 효과도 크게 나지 않았다.
6·3 지방선거가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다. 늘 그렇듯이 대구시장 후보들은 경제공약에 힘을 준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는 국무총리·행안부 장관 출신이고, 국민의힘 추경호 후보는 경제부총리와 집권당 원내대표를 역임했다. 다들 나라살림을 살아본 거물급들이다. 이들은 예상대로 신공항(공항 경제권)과 행정통합(규모의 경제), AI·로봇 카드를 들고 나왔지만 신박한 탁견(卓見)과는 거리가 멀다. 대구경제 부흥을 위한 디테일은 찾기 힘들다. 귀에 익숙한 예전 이슈를 지금처럼 재탕·삼탕하면 표는 얻을지 몰라도 도시의 미래는 담보할 수 없다. 대구 살리기에 진심이라면 제대로 된 경제 참모부터 전면에 배치해야 한다. 냉혹한 진단과 단계적 예산 집행계획을 내놔야 한다. 대구에 장기침체 터널을 벗어날 '버저 비터(종료골)'가 빨리 터져줬으면 한다.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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