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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특집] “폐허에서 피어난 천년의 향기”…비슬산이 품은 달성 ‘삼색 고찰’

2026-05-19 15:03

벼랑 끝에서 다시 세운 ‘민족의 자부심’…조망은 덤, 성찰은 덤
‘삼국유사’ 일연 스님의 숨결 그대로…담장 넘어 지역사회 보듬는 ‘자비 도량’
보물 ‘자운문’이 맞이하는 고즈넉한 숲길…임진왜란 딛고 일어선 ‘회복의 상징’

매년 5월, 대구 달성군 비슬산 자락으로 향하는 길은 연둣빛 신록과 오색 연등으로 물든다. 파란 하늘 아래 각양각색의 연등이 나뭇잎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경을 자아내는 이곳은 종교 성지를 넘어 시민들의 지친 마음을 다스리는 '정신적 정원'이다. 산새의 지저귐과 밤낮을 가리지 않는 개구리들의 합창이 울려 퍼지는 산사는 그 자체로 거대한 명상 홀이 된다. 과거 수백 개의 사찰이 번성했던 불교의 성지답게, 현재는 대견사·유가사·용연사를 중심으로 한국 불교의 전통과 미래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벼랑 끝에서 다시 세운 천년의 자부심, 대견사


부처님오신날을 앞둔 비슬산 대견사의 전경. 기암괴석 절벽 위에 세워진 전각들과 마당을 가득 채운 축제 분위기의 연등이 눈길을 끈다. <영남일보 DB>

부처님오신날을 앞둔 비슬산 대견사의 전경. 기암괴석 절벽 위에 세워진 전각들과 마당을 가득 채운 축제 분위기의 연등이 눈길을 끈다. <영남일보 DB>

비슬산 정상부 해발 1천m 고지에 위치한 대견사(大見寺)는 이름 그대로 '크게 보고, 크게 느끼고, 크게 깨우치는' 곳이다. 신라 헌덕왕 때 '보당암'으로 문을 연 이 천년고찰은 조선시대 '북 봉정암, 남 대견사'라 불릴 만큼 전국적인 명성을 떨친 기도 도량이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이곳 석조관음상이 땀을 흘려 국난을 예고했다는 기록이 실려 있을 정도로 예부터 영험한 기운이 서린 곳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그러나 대견사의 역사는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관통한다. 일제강점기인 1917년, 일제는 항일 독립운동가의 명맥을 끊고 우리 민족의 정기를 말살하려는 의도로 사찰을 강제 폐사시키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후 수십 년간 전각은 사라진 채 '대견사지(址)'라는 이름으로 남겨졌고, 벼랑 끝에 삼층석탑만이 덩그러니 남아 옛 터를 지켰다. 잊혔던 사찰이 다시 숨을 쉰 것은 2011년 달성군과 조계종 동화사가 손을 잡고 전각 복원에 착수하면서부터다. 2014년 마침내 대웅전 격인 대견보궁과 명부전, 요사채 등이 다시 들어서며 100년 만에 사찰의 위용을 되찾았다.


대견사는 정상부의 협소한 암반 부지에 조성돼 전각들이 오밀조밀하게 배치된 것이 특징이다. 1988년 가장 먼저 원형에 가깝게 복원된 삼층석탑은 3.64m 높이의 고려 시대 유물로 추정된다. 현재 대구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또한 사찰이 보유한 괘불은 가뭄이나 외세의 침략 등 마을에 큰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주민들이 찾아와 소원을 빌던 간절한 신앙의 구심점이었다. 대견봉과 조화봉을 뒷배로 삼은 앞마당 너머로 펼쳐지는 낙동강 줄기와 현풍읍 시가지, 그리고 굽이치는 능선의 파노라마는 수행자에게는 무상의 깨달음을, 방문객에게는 일상의 번뇌를 잊게 하는 웅장한 감동을 선사한다.


◆일연 스님의 숨결과 자비의 실천, 유가사


대구 달성군 유가읍 비슬산 자락에 자리 잡은 유가사 전경. 신라 말 창건된 유가사는 고려시대 유가종의 중심 도량이자 삼국유사의 저자 일연 스님이 머물렀던 유서 깊은 사찰이다. <영남일보 DB>

대구 달성군 유가읍 비슬산 자락에 자리 잡은 유가사 전경. 신라 말 창건된 유가사는 고려시대 유가종의 중심 도량이자 '삼국유사'의 저자 일연 스님이 머물렀던 유서 깊은 사찰이다. <영남일보 DB>

비슬산 서쪽 기슭에 단정하게 자리 잡은 유가사(瑜伽寺)는 신라 말 창건된 유서 깊은 도량이다. '삼국유사'를 집필한 일연 스님이 머물며 주석했던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고려 시대에는 불교의 주요 종파 중 하나인 유가종의 중심 사찰로서 심오한 철학적 기반을 닦았다. 임진왜란 당시에는 단순한 종교 시설을 넘어 승병을 양성하고 군량을 모으던 호국 도량으로서 국난 극복의 선봉에 서기도 했다.


유가사의 오늘을 만든 동력은 쉼 없는 '회복과 실천'에 있다. 조선시대를 거쳐 일제강점기에 이르기까지 퇴락했던 가람은 1976년 서운 스님이 중창의 발원을 세운 뒤, 그 후학들인 계성 스님과 호암 스님이 대웅전, 용화전, 산신각, 나한전, 범종루 등을 차례로 중수하며 전통 사찰의 면모를 회복했다. 대웅전 내 1964년 제작된 칠성탱화와 신중탱화, 그리고 나한전의 정교한 십육나한도는 조선 후기부터 현대에 이르는 불교 미술의 변천사를 엿볼 수 있는 귀중한 문화 자산이다. 용화전 내부에 모셔진 높이 102㎝의 석조미륵불좌상은 자비로운 미소로 참배객들을 맞이한다.


유가사의 진정한 가치는 담장 밖 세상을 향한 따뜻한 시선에 있다. 사찰은 지역 저소득 계층을 위한 자비 나눔 활동은 물론, 청소년 장학 사업과 명상 캠프 등을 꾸준히 운영하며 불교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경내에 보존된 낙암과 월호 등 15인의 석종형 승탑군은 이곳을 거쳐 간 고승들의 법력을 짐작케 한다. 보물급 가치를 지닌 괘불과 삼층석탑은 유가사의 유구한 역사를 대변한다. 정교한 불화와 울창한 숲길이 어우러진 가람 배치는 방문객들에게 종교를 초월한 내면의 평온함을 안겨준다.


◆사명대사의 중창과 보물 '자운문'의 미학, 용연사


대구 달성군 옥포읍 비슬산 기슭에 위치한 용연사 전경. 신라 신덕왕 때 창건돼 사명대사가 중창한 이곳은 일주문인 자운문이 보물로 지정되며 문화적 가치를 다시금 인정받았다. 영남일보 DB

대구 달성군 옥포읍 비슬산 기슭에 위치한 용연사 전경. 신라 신덕왕 때 창건돼 사명대사가 중창한 이곳은 일주문인 '자운문'이 보물로 지정되며 문화적 가치를 다시금 인정받았다. 영남일보 DB

옥포읍 반송리의 깊은 숲길 끝에 자리한 용연사(龍淵寺)는 조선 후기 불교 건축의 정수를 간직한 곳이다. 914년 보양 스님이 창건한 이후 임진왜란으로 전소되는 아픔을 겪었으나, 1603년 사명대사의 명을 받은 탄옥·경천 두 스님이 절을 다시 세우며 중흥기를 맞았다. 이후 17세기 효종 연간을 거치며 대웅전, 명부전, 약사전 등이 차례로 건립됐다. 특히 효종 4년(1653)에는 홍묵이 대웅전을 지었다. 이듬해에는 학신이 향로전을 건립하는 등 대대적인 확장이 이뤄졌다. 당시 용연사는 200여 칸의 전각에 500여명의 승려가 상주하는 거대 사찰로 명성을 떨쳤다.


용연사의 위상은 2023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된 일주문 '자운문(慈雲門)'에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정면 1칸의 팔작지붕 건물인 자운문은 우진각 지붕틀 위에 맞배형 덧지붕을 씌운 독특한 이중 지붕 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는 조선 후기 목조건축이 도달한 정밀한 설계와 미적 완성도를 보여주는 드문 사례다. 정면 평방에 배치된 5개의 공포를 포함해 전체 14개에 이르는 다포계 공포 구조와 겹처마 형식은 자운문만의 독보적인 위용을 자랑하며 고건축 전문가들의 찬사를 받는다.


경내에는 극락전, 적멸보궁, 나한전 등 세월의 깊이가 느껴지는 전각들이 숲과 조화롭게 배치돼 있다. 현종 11년(1670) 완성된 천왕문 앞 석교와 1673년 자진 스님이 건립한 세존부도 및 비석은 용연사가 지닌 유구한 역사성과 신앙적 무게감을 더해준다. 반복되는 화마와 전란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다시 일어선 용연사의 자취는 우리 민족과 불교가 공유해온 강인한 회복력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용연사는 부처님의 사리를 모신 적멸보궁을 보유하고 있어 예부터 불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영남의 대표적 명찰로 꼽힌다.


달성군수 권한대행 정은주 부군수는 "비슬산 고찰들은 종교적 유산을 넘어, 척박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이어져 온 대구와 달성의 역사적 정체성을 오롯이 품고 있는 소중한 정신적 자산"이라며 "앞으로 전통문화의 가치를 엄격히 보전하는 것은 물론, 현대인들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번뇌를 내려놓고 지친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명품 문화·관광 거점'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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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사실 위에 진심을 더합니다. 깊이 있고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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