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9기 대구시 향한 시민의견
“대구 살기 좋지만, 일자리 부족”
먹고 살려고 고향 떠나는 청년들
매력적인 도시의 안타까운 현실
새로운 대구시정서 해법 마련되길
노진실 사회1팀장
최근 민선 9기 대구시장직 인수위에서 수렴한 시민의견 중 인상 깊은 글이 있었다. 타지에서 살다 고향 대구로 돌아왔다는 한 청년이 쓴 글이다. "다시 돌아온 대구에서 1년간 살아보니 대구만큼 살기 좋은 도시가 없다. 도로가 잘 구성돼 교통이 편리하고, 물가가 저렴하며, 즐길 거리도 많다. 하지만, 양질의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무척 공감이 갔다. 역시 대학 때문에 타 도시에서 6년을 보내고 대구로 돌아와 살고 있는 기자가 느낀 점과 너무 비슷했기 때문이다. 대학을 다닌 도시는 매혹적이었지만, 평생 머무르기를 꿈꾸진 않았다. 그동안 여행으로 다닌 세계의 수많은 도시들도 멋지거나 아름다웠지만, 그 감정 역시 잠깐이었다.
직·간접적으로 접해 본 국내외 많은 도시들 중 대구는 일상생활을 영위하며 살아가기에 꽤 괜찮은 도시라고 생각했다.
인간이 쾌적하게 살 수 있는 인프라가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갖춰진 적당하고 담백한 도시. 무심한 듯 감각적이면서도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 걷기에도, 운전하기에도 덜 고된 '평지'가 많은 환경이 나는 누가 뭐라 해도 좋았다.
누군가들에게는 살고 싶은 도시인 대구이지만, 문제는 이곳이 누구나 살 수 있는 도시가 아니라는 것에 있다.
시민의견 속 문장처럼 대구에는 양질의 일자리가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구 출신 청년들의 숫자에 비해 도시 내 괜찮은 일자리 혹은 이직의 기회는 무척 제한적이다. 이로 인해 대구가 고향인 사람들은 직장을 구할 시기가 되면 어김없이 이 고민에 봉착하게 된다. "떠날 것인가, 포기할 것인가."
내 능력과 가치를 인정해주는 좋은 직장을 찾아 대구를 떠나거나, 아니면 더 나은 직장과 기회를 포기하고 대구에 남거나… 선택의 기로에 서야 한다. 후자를 택할 경우, 상대적으로 적은 임금과 낮은 성장의 기회 등은 이자처럼 두고두고 치러야 할 대가다. 사랑하는 이 도시에 남기 위해 제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낮춰야 할 경우도 있으니, 그 대가 한번 혹독하다.
기자가 취재 과정에서 들은 이야기도 대부분 비슷했다. 지난 4월 '나는 왜 상경(上京)했나'라는 제목으로 쓴 기사 취재차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향했던 대구·경북 출신 청년들을 만났다. 그들은 "대구가 장점이 많은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정체된 도시 경제와 직업 환경, 제한된 기회는 그 장점을 상쇄시킨다"고 했다. 이와 같은 도시 상황을 반영하듯 지방선거가 한창일 때 인터뷰한 많은 시민들이 대구시장 후보들의 '일자리' '지역경제 살리기' 공약에 특히 높은 관심을 보였다.
'Berlin ist arm, aber sexy(가난하지만 매력적인 도시 베를린).' 과거 베를린 시장이 사용해 유명해진 이 표현처럼, 한 도시의 상태는 완전히 낙관적일 수도, 또 완전히 비관적일 수도 없다.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절망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가능성을 찾아가야 한다. 이 매력적인 도시 대구의 '아픈 손가락'은 지역경제와 일자리 문제다. 그 빈 조각이 채워진다면, 떠밀리듯 대구를 떠나는 발길이 줄어들지 않을까.
이번 지방선거에선 민선 9기 대구시장으로 누가 당선이 되더라도, 시민들이 '풍요로운 환경 속에 꿈과 삶을 펼쳐갈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 가장 큰 숙제였다. 새 대구시장의 어깨가 무겁다. 대구의 '마지막 한 조각'을 잊지 마시라.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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