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왜 점점 더 불안해지는가
윤일현 시인·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 대표
초여름의 햇살이 따갑다. 학교 운동장 나무들은 연두에서 짙은 초록으로 물들고 있다. 아이들은 교문을 빠져나오며 여느 때처럼 친구들과 웃고 떠든다. 겉으로 보면 평온한 풍경이다. 그러나 그 평범한 풍경 뒤에서 자녀를 바라보는 부모들의 마음은 늘 불안과 조급함 사이에서 흔들린다. 아이가 뒤처지지는 않을까, 지금 선택이 맞는 걸까, 이 속도로 가도 괜찮을까. 오늘날 부모들은 아이를 키우며 이전 세대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와 조언 속에 살아가지만, 이상하게도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한때 교육은 비교적 단순했다. 학교 수업을 충실히 듣고 성실하게 노력하면 어느 정도 미래를 예측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입시 제도는 계속 바뀌고, 정원 미달 대학이 속출하고 있지만, 가고 싶은 대학과 학과의 문은 여전히 좁게 느껴진다. 인공지능은 이미 글쓰기와 번역, 계산 능력 상당 부분과 정답 찾기를 대신하기 시작했다. 부모들은 "도대체 무엇을 준비시켜야 하는가"라는 거대한 질문 앞에 서 있다. 그런데도 국수영 선행 학습은 초등학생부터 일상이 되었고, 독서와 진로 탐색 같은 비교과 활동까지 관리해야 한다는 압박이 이어진다. 어느새 아이를 키운다는 일은 사랑보다 전략에 가까운 일이 되어간다.
부모들은 단지 성적만 걱정하지 않는다. 아이의 마음도 함께 관리해야 한다. 우울과 불안, 무기력, 스마트폰 의존, 또래 아이들과의 관계 단절 같은 문제들이 교육의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많은 부모가 "공부보다 아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면서도, 동시에 경쟁에서 밀려날까 두려워한다. 기대와 우려, 조급함이 뒤엉킨 시대다.
오늘날 부모들은 자신도 모르게 아이를 '하나의 프로젝트'처럼 관리한다. 학원 시간표를 짜고, 수행평가 일정을 확인하며, 입시 정보를 분석하고, 진로 로드맵까지 설계한다. 부모는 보호자이면서 동시에 매니저와 코치가 된다. 그러나 아이의 삶이 지나치게 관리될수록 정작 아이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힘은 약해진다. 부모가 모든 길을 미리 닦아 놓으면 아이는 길을 잃지 않을 수는 있어도, 스스로 길을 찾는 힘은 자라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 불확실한 시대에 자녀를 정말 자립적인 존재로 키워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인간을 '자기 삶을 스스로 창조하는 존재'라고 말했다. 인간은 불확실한 세계 속에서 스스로 길을 찾아야 하는 존재라는 뜻이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하게 설계된 안전한 길이 아니다. 때로는 실패하고 흔들리며 스스로 방향을 고민해 보는 시간도 필요하다. 넘어지지 않는 아이보다,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나는 아이가 더 강하다.
지금 교육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단순한 성적 관리가 아니다. 스스로 인생을 지탱할 수 있는 '삶의 체력'을 길러주는 일이다. 실패를 견디는 힘, 혼자 있는 시간을 버티는 힘, 타인과 협력하는 힘, 감정을 조절하는 힘이 결국 긴 인생을 지탱한다. 실제로 마음 건강의 위기를 겪는 청소년 통계가 급증하는 교육 현장에서는 공부를 못해서 무너지는 아이보다 마음이 먼저 무너져버리는 아이들을 더 자주 만나게 된다. 충분한 수면과 규칙적인 식사, 가족 간의 안정된 대화, 작은 성취를 인정받는 경험은 생각보다 훨씬 깊은 교육적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부모는 자신의 불안을 아이에게 그대로 전염시키지 않아야 한다. 아이들은 부모의 말을 듣기보다 부모의 표정을 먼저 읽는다. 부모가 늘 비교와 조급함 속에 흔들리면 아이 역시 세상을 불안한 경쟁의 장소로 받아들이기 쉽다. 반대로 부모가 "괜찮다, 천천히 가도 된다"라는 마음의 중심을 잃지 않을 때 아이는 비로소 안정감을 배운다. 기술이 인간의 지능을 앞서는 인공지능 시대일수록 인간다운 경험은 더 중요하다. AI는 빠르게 정답을 줄 수 있지만,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아주지는 못한다. 결국 아이에게 오래 남는 것은 계절의 변화를 바라보며 나누었던 소박한 대화, 실패 후 다시 일어섰던 경험, 누군가의 아픔 앞에서 공감해 본 기억들이다.
부모도 자신의 삶을 잃지 말아야 한다. 아이 교육이 부모 일상의 전부가 되는 순간, 아이는 사랑보다 부담을 먼저 느끼게 된다. 부모가 자기 삶을 지키며 살아가는 모습은 어떤 훈계보다 강한 교육이 된다. 행복한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가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불안에 짓눌린 부모 밑에서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하기는 쉽지 않다. 부모의 안정된 삶은 아이에게 가장 오래 남는 울타리가 된다. 교육은 아이를 부모의 꿈대로 만드는 일이 아니다. 아이가 온전히 자기 힘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그저 곁에서 나란히 걸어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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