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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칼럼] 마음의 각도도 90도로

2026-06-22 06:00
이창호 경북본사 본부장

이창호 경북본사 본부장

다시 '섬김의 자세'를 생각한다. 6·3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달 27일, 한 천주교 사제가 들려준 말씀이 오래도록 귓가에 맴돈다. 천주교 안동교구 김종섭 갈리스토 신부님은 그날 저녁 예천 갈전마티아성당에서 있은 미사 강론 말미에 이렇게 말했다.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선거운동 때마다 유권자들에게 90도 인사를 했는데, 당선 이후엔 마음의 각도도 90도가 돼야 할 것입니다" 뼈있는 일침이다. 후보자들은 선거 때마다 "머슴처럼 일하겠다"고 한다. 유권자 앞에서 큰 절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당선만 되면 돌변하는 이가 적지 않다. 언제 그랬느냐는 듯 허리가 꼿꼿해진다. 더러는 마음까지도 뻣뻣해진다. 민원인을 성가신 존재로 여긴다. 비판의 목소리를 고깝게 여긴다. 모두(冒頭)의 김 신부님 말씀은 초심을 잃기 쉬운 대한민국 지방 권력자의 언행을 향한 경계다.


옛 문헌도 같은 가르침을 전한다. 세종 임금은 임지로 떠나는 지방관에게 입버릇처럼 이런 당부를 했다. "지방관의 최고 덕목은 권위와 실적이 아니다. 굶주림을 막는 일, 억울한 벌을 삼가는 일, 백성을 사랑하는 일이다"라고 했다.(세종실록 61권·재위 15년) 노파심(老婆心)에 "왕의 지극한 마음(愛民)을 '몸으로 받들어' 실천하겠다"라는 다짐을 몇 번이나 받아냈다. 정조 임금의 시책문에도 같은 뜻이 담겨 있다. '백성을 대하길 상한 자 다루듯 하여…'라는 구절이다. 다친 사람을 대하듯 측은하고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백성을 살폈다는 뜻이다. 이들 두 임금에게 지방관리는 그저 왕명만을 전달하는 이가 아니었다. 백성의 근심과 고통을 가장 가까이서 듣고 덜어줘야할 이였다. 온 진심을 다해 백성을 섬겨야 하는, 말 그대로 공복(公僕)이었다.


반면교사(反面敎師)의 예가 있다. 지난 청도군 지방선거다. 주민에 대한 폭언·욕설과 매관매직 의혹 등으로 논란을 일으킨 현직 군수가 결국 고배를 마셨다. '떼논 당상'으로 여겨지는 국민의힘 공천을 받고도 말이다. 관련 사안에 대한 판단은 사법 절차의 몫이다. 당사자의 반론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정치적 생명은 표심에 의해 이미 종언(終焉)을 고했다. 유권자는 바보가 아니다. '단체장이 주민 위에 군림한다'고 느끼는 순간,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돌아선다. 공직자의 언행은 곧 '행정의 얼굴'이다. 지자체장이 무례하고 염치를 잃으면 그 조직은 위축되기 마련이다. "해 주고도 욕먹을 일을 왜 해" 공무원들은 윗사람의 눈치만을 보게된다. 무사안일이 공직사회에 번질 수밖에 없다. 다산 정약용이 '목민심서' 칙궁(飭躬)편에서 "고위 공직자는 함부로 말을 하지 말고 사납게 성내지 말라"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내달 1일 민선 9기가 출범한다. 경북지역 지자체장들에 대한 기대도 그만큼 크다. 이날 각 지자체장이 내놓을 취임사가 벌써부터 궁금하다. 취임사는 거창하고 화려하다고 신뢰를 주진 않는다. 취임식은 공약 리스트를 다시 낭독하는 자리가 아니다. 주민들은 이미 귀에 못이 박일만큼 수많은 공약을 들었다. 책임지지 못할 장밋빛 약속은 더더욱 안된다. 주민들이 진정 듣고 싶은 취임사는 무엇일까. 다른 말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 "앞으로 4년간 진심을 다해 주민을 섬기겠습니다" 이 한마디면 족하다. 다만, 그 말이 허언(虛言)이 돼서는 안된다. 권한을 어떻게 낮은 자세로 쓸 것인지, 주민의 걱정을 어떻게 자기 일처럼 듣고 나눌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다짐을 나타내야 한다. 취임식은 '섬김의 서약식'이어야 한다. 향후 4년은 그 약속을 증명하는 시간이다.


이창호 경북본사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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