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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머물고 드라마가 흐르는 #포항_로그인⑥] 새로운 시작을 약속하고 싶을 때 ‘호미곶’

2026-06-25 06:00

상생의 손에서 동쪽 땅끝까지…청춘의 사랑이 시작된 그 바닷가

포항 호미곶 해맞이광장 상생의 손. 왼손은 육지에, 오른손은 바다에 솟아있다. 상생의 손은 새로운 천년을 맞으며 세운 기원과 희망의 상징이다.

포항 호미곶 해맞이광장 상생의 손. 왼손은 육지에, 오른손은 바다에 솟아있다. 상생의 손은 새로운 천년을 맞으며 세운 기원과 희망의 상징이다.

포항 명소 해맞이 광장과 상생의 손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 명장면 배경

석병리 들·솔숲 목가적인 낭만의 풍경

'마이유스' 등 로맨스作 주무대되기도

"이곳 바다 풍경 보이세요? 이곳은 호미곶 해맞이 공원이에요. 한반도의 동쪽 끝 호미곶은 해돋이 명소로도 유명하죠." 드라마 '여행을 대신해 드립니다'에서 포항을 여행하던 강여름(공승연)이 호미곶 해맞이 광장을 소개하며 바다 속 상생의 손과 느린 우체통을 차례로 비추는 장면이다. 간결하고 명확한 설명이지만, 한 가지 덧붙이자면 상생의 손은 둘이다. 바다에는 오른손이, 왼손은 육지에 솟아 있다. 서로 바라보는 상생의 손은 새로운 천년을 맞이해 세운 기원과 희망의 상징이다.


◆호미곶


"나 포항 왔어요. 해맞이 공원인데." 2002년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에서 여주인공 전경(이나영)은 무작정 여행을 떠난 남주인공 고복수(양동근)를 쫓아 포항으로 왔다. 경은 해맞이 공원에서 복수를 기다리며 바다 속 상생의 손을 바라보며 말한다. "와 저걸 어떻게 물속에 넣었냐?"


복수는 경을 찾아 해맞이 공원으로 향하고, 경은 공원 광장의 상생의 손 앞에 앉아 복수를 기다린다. 그리고 두 사람은 그 너른 광장을 천천히, 두리번거리며 걷고 멈추며 서로를 찾는다. 복수와 경이 서로를 찾는 동안 풍력발전기가 힘차게 돌고, 1908년 첫 불을 밝힌 호미곶 등대가 높았고, 바닥 분수가 물을 뿜어 올렸다. "바람개비 있는 데로 와요. 바람개비요." 그리고 해가 서서히 졌다.


하늘과 바다가 박명의 푸른빛으로 가득해지고, 이내 어둠 속에서 가로등이 켜질 때까지 두 사람의 길은 엇갈렸다. 경이 앉아 있던 상생의 손 앞, 바로 그 자리에 복수가 앉아 짜증을 터뜨린다. "근데 이 여자 어디 간 거야, 이 여자. 아, 싫어질라 그래." 그때 바다 속의 상생의 손과 빙글빙글 도는 등대의 불빛이 복수의 눈앞에 오버랩되고, 복수는 상생의 손 안에 경과 함께 앉아 웃는 환영에 휩싸인다. 복수는 환영을 향해 다가가고, 바닷가 바위 위에서 갯바위에 부딪쳐 부서지는 파도를 보며 휘청인다. 그 순간 경이 복수의 팔을 붙잡지만 둘은 바다에 빠지고 만다. 다시 눈을 떴을 때, 경이 말한다. "드디어 만났군."


포항 호미곶 해맞이광장은 네 멋대로 해라 원더풀스 스프링 피버 등 많은 드라마 쵤영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사진은 새천년기념관.

포항 호미곶 해맞이광장은 '네 멋대로 해라' '원더풀스' '스프링 피버' 등 많은 드라마 쵤영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사진은 새천년기념관.

얼마 전 막을 내린 넷플릭스 드라마 '원더풀스'에서도 여주인공이 상생의 손 위에 팔 뻗고 누운 장면이 등장해 웃음을 자아냈다. 드라마 '원더풀스'는 1999년 세기말, 우연히 초능력을 가지게 된 사람들이 평화를 위협하는 빌런에 맞서 세상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코믹 어드벤처 판타지 드라마다. 여주인공 은채니(박은빈)에게 생긴 초능력은 순간이동이다. 채니는 갑자기 생겨난 초능력을 연습하기 위해 전국의 명소로 순간이동한다. 연습이 마무리될 즈음 그녀가 안착한 곳이 호미곶 바다 속 상생의 손이다.


호미곶 해맞이 광장은 드라마 '스프링 피버'에서 선재규(안보현)가 열쇠 가게 사장님을 도둑으로 오인해 추격하던 곳이기도 하다. 봄(이주빈)의 일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선재규는 봄의 집에서 환호동 도로와 월포다리를 지나 호미곶 해맞이 광장까지 열쇠가게 사장님의 스쿠터를 쫓아 달렸다. 그리고 상생의 손을 배경으로 사장님을 쓰러뜨리고 결국 파출소 유치장 신세가 된다. 그 장면은 이후 선재규와 윤봄(이주빈)의 키스로 이어지고, 둘의 연애가 깊어지는 중요한 발단이 된다.


당시 주인공 안보현이 상생의 손을 배경으로 자신의 SNS에 인증샷을 남겨 팬들 사이에 큰 화제가 됐다. 호미곶 해맞이 광장 상생의 손은 1999년 12월의 마지막 날부터 오늘까지 언제나 새로운 시작을 상징하는 포항 최고의 명소다.


호미곶 해맞이광장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면 석병리가 있다. 석병은 돌병풍이라는 뜻으로, 바닷가에 병풍 같은 바위가 있다고 붙은 이름이다.

호미곶 해맞이광장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면 석병리가 있다. '석병'은 돌병풍이라는 뜻으로, 바닷가에 병풍 같은 바위가 있다고 붙은 이름이다.

◆석병리


호미곶 해맞이광장에서 6㎞정도 남쪽으로 내려가면 석병리다. 석병(石屛)이란 돌병풍, 마을 앞 바닷가에 병풍 같은 바위가 있다고 붙은 이름이다. 그러한 병풍바위가 끝이 뾰족하게 솟아 아흔 아홉 골짜기를 이루고 있다고도 했다. "석병이다!"라고 소리칠 만한 바위는 찾을 수 없었지만, 적어도 이 바닷가에는 오랜 세월 동안 모서리가 부드러워진 바위들이 아흔 아홉 개보다 훨씬 많은 골짜기를 이루고 있다.


석병리의 본 마을은 석병2리다. 나루터가 넓다고 해 '범진' 혹은 '범늘'이라고도 한다. 넓은 항구를 둘러싸며 일제히 바다를 바라보는 집들의 등 뒤로 들이 넓다. 호랑이 꼬리를 타고 내려오다 보면 갑자기 펼쳐지는 이 들의 목가적인 풍경에 놀라게 된다.


석병2리는 드라마 '마이유스'에서 선우해(송중기)와 모태린(이주명)의 다큐를 촬영하기 위해 제작진들과 함께 간 섬으로 등장한다. 밭일을 하는 모습, 트럭을 몰고 들판을 달리는 장면 등이 석병리의 아름다운 들에서 촬영됐다.


촬영팀의 계획에는 나무 심기가 있었다. 그러나 갑자기 나타난 땅 주인의 제지로 촬영은 무산되고 촬영팀은 철수를 결정한다. 그러나 꽃집 주인 해는 가져온 나무를 심기 위해 남게 되고, 제연(천우희) 또한 마무리를 위해 남게 된다. 그리고 갑작스런 기상악화로 배가 결항되면서 두 사람은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다음 날, 해와 제연은 나무를 심는다. 그리고 돌아가는 길, 차가 멈춰 선다. 기름이 없다. 두 사람은 기름을 구하기 위해 석병리의 들을 걸어간다. "꽃 피면 진짜 예쁠 거야." "꽃말은 뭔데?" "안 알려주지." 가벼운 대화 속에서 제연은 정말 묻고 싶었던 질문을 한다. "야, 선우해. 왜 진짜 출연한다고 했어?" "그게 아직도 궁금해?" "네가 그동안 섭외 거절한 건 너무 이해가 되는데, 근데 받아들인 건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안 간 달까." "헤어진 친구에게 보내는 마음이자 우리가 심은 나무의 꽃말." 해는 즐겁게 웃는 제연을 바라보다 가까이 다가간다. "뭐야 닿겠어. 어어 닿겠어. 닿겠어." "싫으면 피하고." "안 싫으면?" "다행이지."


해와 제연의 키스는 다시 만난 청춘들의 새로운 시작이었다. 그때 멀리서 숨죽인 청록색의 바다와 누런 들판과 반짝이며 흔들리던 갈대의 풍경은 드라마 '마이 유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 중 하나로 기억된다.


석병리의 길을 따라가면  갯바위 위에 지구본 모양의 동쪽 땅끝 표지석이 자리하고 있다.

석병리의 길을 따라가면 갯바위 위에 지구본 모양의 '동쪽 땅끝 표지석'이 자리하고 있다.

바다에 바짝 붙은 길을 따라 남쪽으로 향하면 완만한 해안선과 함께 짙은 솔숲이 길게 따라온다. 바위가 널려 있는 바다에는 파도 소리 뿐, 적막으로 가득 찬 이 길은 쓸쓸하고 사랑스럽다.


수년 전 이 일대는 군부대였다고 한다. 어느 날 부대는 떠났고 오토캠핑장이 들어섰다. 정자가 서 있는 살짝 굽이진 길을 돌면 소나무 숲속에 캠핑장이 보이고, 곧 바다로 뻗어 나간 갯바위와 반도의 땅 사이에 콘크리트로 밭 전(田)자를 그린 양식장이 나타난다.


먼 갯바위 위에 지구본 모양의 동그란 돌탑이 동그마니 서 있다. 저곳이 땅 끝이다. 돌탑에는 '한반도 동쪽 땅끝, 동경 129° 35' 10", 북위 36° 02' 51", 포항시 구룡포읍 석병리'라고 새겨져 있다.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세운 것이니 땅 끝이 분명하다. 양식장 앞에 '대한민국 동쪽 땅끝 상징 공원'이 조그맣게 조성돼 있다.


포항 석병1리 두일포는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의 배경으로 등장했다. 훤한 내항과 방파제 끝 빨간 등대가 인상적이다.

포항 석병1리 두일포는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의 배경으로 등장했다. 훤한 내항과 방파제 끝 빨간 등대가 인상적이다.

땅 끝 아래는 석병1리, 두일포(斗日浦)다. 마을 뒷산의 모양이 말(斗)을 엎어 놓은 것 같고, 마을 앞의 나루터가 일(日)자형을 이루고 있어 두일(斗日)이라 했다 한다. 해안선을 따라 집들이 들어서 있는데, 마을 전체가 낮고 아담한 지붕들로 이어져 있다. 그 가운데 멋진 돌담장과 예쁜 벽돌집이 눈에 띈다.


이 집들은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에서 감리씨의 집이었고, 홍반장의 집이었으며, 혜진의 집이었다. 실제 주민들이 살던 집을 빌려 촬영했고 지금도 실거주지여서 대문 기둥에 주민의 생활을 방해하지 말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다만 감리씨의 집은 폐가의 모습이다. 드라마 속 감리씨의 장례식이 치러진 곳이라 그런지 스러져가는 모습이 적적하다. 돌아서면 내항이 훤하다. 방파제 끝의 빨간 등대는 사랑을 깨달은 혜진이 달려와 두식에게 고백했던 장소다.


석병리 홍반장의 집은 2025년 드라마 '우주메리미'에서 유메리(정소민)의 고향 집으로 다시 등장한다. 고향집으로 간 메리를 만나기 위해 김우주(최우식)가 찾아오자 메리의 엄마는 씨암탉을 잡아 주며 말한다. "우리 메리만 아껴주면 되는 것이제."


감리씨의 옆집인 노란 대문 집은 드라마 '스프링 피버'의 여주인공 윤봄의 집이다. 노란 대문을 사이에 두고 커피를 건네주던 재규는 봄이 울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울었습니까." 그리고는 빨간 마카롱 하나는 건네며 말했다. "우울할 때는 단 게 최곱니다."


반짝거리는 항구와 마주 보는 이 집에서 두 사람의 마음이 깊어지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오해하고, 풀고, 웃고, 그리고 결국 사랑했다. 이 마을에서 많은 주인공들이 또한 그랬다. 그리고 우리의 마음속에는 '그들은 영영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이어질 미래가 시작됐다.


글=류혜숙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공동기획 - 포항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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