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교육 경쟁력 세계 최하위
산업 수요 동떨어진 교육체계
기업 원하는 인재육성 못 미쳐
부실 재정구조도 혁신 걸림돌
국가혁신 플랫폼 위상 갖춰야
기업M&A지원센터장
지난 칼럼(6월 15일자 22면)에서 대한민국의 국가적 위상은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얻어낸 성과로, 대학경쟁력은 이에 한참 미치지 못한 것을 지적한 바 있다.
최근 이를 뒷받침하는 보고서가 나왔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2026년 세계 경쟁력 평가'(World Competitiveness Ranking·WCY)에서 대한민국의 국가 종합 경쟁력은 70개국 중 21위로 지난해보다 6계단 상승했다. 1인당 국민소득(GNI) 3만 달러 이상이면서, 인구 5천만 이상인 국가를 지칭하는 소위 '30~50클럽' 가운데 우리나라는 미국(10위)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독일(23위), 영국(24위), 일본(30위), 프랑스(36위), 이탈리아(45위)가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대학 교육(고등교육)은 이와 대조적이다. 기업 현장의 경영자들이 평가한 '대학 교육의 경제·사회 요구 부합도(University education meets the needs of a competitive economy)', 즉 고등교육 경쟁력은 올해 51위로 하위권이다. 국가경쟁력과 30계단 이상의 격차를 보였다. 지난 2015년 37위에서 2018년 47위, 2021년 55위, 2023년 58위 로 국가 경쟁력과 큰 괴리를 보이며 구조적인 정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론 대학경쟁력과 국가경쟁력이 항상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또 '대학 교육의 경제·사회 요구 부합도'가 국제 대학평가기관이 발표하는 대학순위와는 기준이 다르다. '대학 교육의 경제·사회 요구 부합도'의 3대 핵심 기준은 기업인들의 설문과 더불어 산업 현장과의 연계 정도(기업 요구와 졸업생 간 역량의 간극), 커리큘럼의 민첩성(학과 개편과 커리큘럼 개편 신속성), 지식의 생산성과 효용성(대학 연구의 실용성) 등이다. 한마디로 대학이 산업현장에 쓸모가 있는가를 보는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매년 쏟아져 나오는 대학 졸업자 수는 세계 최상위권이지만, 기업이 원하는 실질적인 역량을 갖춘 인재 공급은 51위라는 성적표가 말해주듯 여전히 시장의 요구와 엇박자를 내고 있다.
이러한 불균형의 이면에는 구조적인 문제들이 자리 잡고 있다. 가장 큰 요인은 부실한 고등교육 재정 구조가 대학의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는 점이다. 또 학령인구 감소로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통해 양적 규모를 유지하려는 전략은 대학경쟁력을 실질적으로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경직된 학과 장벽과 규제, 산업 수요와 동떨어진 교육 체계는 고질적인 문제다.
대한민국 고등교육이 50위권의 정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지금의 기술 우위가 미래에도 지속될 리 만무하다. 대한민국이 아무리 뛰어난 AI와 첨단 제조 기술을 가지고 있더라도, 이를 담아낼 '인재'라는 그릇이 먼저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시대에 따라 대학의 역할은 달라진다. 지식의 전수와 보존 역할이 중심이었던 중세 대학, 아카데미즘이 활발했던 19세기 대학, 산학협력과 산업인재 양성에 큰 역할을 했던 20세기 후반 대학에 이어 4차 산업혁명이 촉발된 현재는 국가혁신 플랫폼 역할을 대학에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도 고등교육 경쟁력이 하위권에 머물면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은 한계에 부딪힐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대학의 운명을 대학 자체에 맡겨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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