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일반대 채용조건형 학과 사실상 제자리
포스텍·디지스트·경북대는 성장…일반대는 신설도 어려워
대학 현장, “기업 없는 지역에 계약학과도 없다”
<대학알리미가 공시 자료를 기반으로 AI클로드 제작>
대학 입학과 동시에 취업이 보장되는 이른바 '취업보장형' 계약학과의 대기업 연계 대학과 지방 일반대 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학과 전체 규모는 늘었지만 증가분 대부분이 대기업 연계 대학에 집중되면서 지방 일반대는 계약학과 신설과 운영 모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학알리미가 공시한 '2024~2026년 계약학과 및 계약정원제 설치·운영 현황'을 분석한 결과, 대구경북 지역 일반대 계약학과는 채용조건형과 재교육형 모두 성장세가 둔화되거나 정체되는 양상을 보였다.
◆취업보장형 계약학과, 일반대는 줄고 대기업 연계 대학은 늘고
정부 지원사업인 조기취업형(경일대) 계약학과가 별도 유형으로 분류되면서 단순 비교엔 한계가 있다. 이를 제외한 순수 채용조건형 계약학과 재학생은 2024년 337명에서 2026년 419명으로 2년 만에 82명(24.3%) 증가했다. 하지만 증가분 대부분은 대기업과 연계한 일부 대학에 집중됐다.
삼성전자와 연계한 포스텍 반도체공학과 재학생은 같은 기간 78→117명으로 늘었고, 디지스트 반도체공학과도 30→92명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역시 삼성전자와 연계된 경북대 전자공학부 모바일공학전공을 포함한 재학생은 125명을 유지했다.
반면 대기업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지역 일반대의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는 고전하고 있다. 영남대 항공운송학과의 경우 2년 전 45명이던 재학생이 올해 15명으로 ⅓로 떨어졌다. 정원 20명이던 이 학과는 신입생 충원율이 3년 연속 80%를 밑돌면서 공군과의 합의서 조항에 따라 2025학년도부터 신입생 모집이 중단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구경북 대부분의 일반대는 신규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를 사실상 개설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재교육형도 제자리
지역 산업의 허리를 지탱해야 할 재교육형 계약학과의 사정도 비슷하다. 재교육형은 중소기업 등에 재직 중인 근로자의 역량 강화를 위해 기업과 대학이 교육비를 분담하는 구조다.
대구경북 재교육형 계약학과 재학생은 2024년 190명에서 2026년 196명으로 6명 증가하는 데 그치며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국가산단을 배후에 둔 금오공대는 3개 재교육 학과 재학생이 총 57명에 머물렀고, 대구대 역시 2개 학과를 합쳐 77명에 불과했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지역 중소기업들이 교육비 분담(통상 50%)에 부담을 느낀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일부 대학은 정부 재정지원사업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경일대는 대구경북에서 가장 많은 239명의 계약학과 재학생을 확보했지만 모두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조기취업형 계약학과 선도대학 육성사업(혼합형)'에 따른 것이다. 정부 지원이 종료될 경우 자생적으로 학과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기업이 와야 계약학과도 생긴다"
계약학과의 수도권 집중 현상도 여전했다. 전국 계약학과 재학생 1만1천180명 가운데 서울은 4천25명, 경기는 2천638명으로 두 지역이 전체의 59.6%를 차지했다. 첨단 전략산업과 대기업 연계 계약학과가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지역 대학이 양질의 계약학과를 확보하기는 더욱 어려워지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셈이다.
대학 현장에서는 보여주기식 기업 유치에 머물러서는 지방 대학 계약학과의 위축을 막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고용을 창출할 기업이라는 수요가 없는 상황에서 대학에 계약학과가 없다고 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기획처 담당자는 "대구경북 계약학과 생태계가 위축되기 시작한 시점은 구미 국가산단에서 대기업들이 용인·파주 등 수도권으로 대거 이전한 시기와 맞물린다"며 "최근 지자체들이 유치 성과로 내세우는 데이터센터 같은 시설은 고용 유발 효과가 거의 없는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매년 수십 명의 지역 대학 졸업생을 안정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제조·생산 중심의 국가 기간산업이 구미 등 지역에 먼저 자리 잡아야 계약학과와 지역 정주형 인재도 함께 살아날 수 있다"며 "결국 수도권으로 향하는 대기업 생산기지를 지역으로 유턴시키거나 국가 전략산업을 비수도권에 전략적으로 배치하는 수준의 산업정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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