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1팀 구경모기자
도시는 자연을 밀어내며 성장했다. 대구도 예외는 아니다. 1960~1970년대 섬유산업을 앞세워 산업화에 박차를 가한 대구는 제3산업단지와 서대구산업단지, 염색산업단지 등이 잇따라 조성됐다. 공장은 늘었고 도로는 넓어졌다. 논밭과 숲은 산업시설과 주거지로 바뀌었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대구는 '기후위기'라는 새로운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는 뜨거운 열기를 머금고 빽빽한 건물은 바람길을 막는다. 단시간 특정 지역에만 내린 폭우는 흙으로 스며들지 못한 채 도로와 하천으로 몰린다. 공장과 차량에서 나온 먼지와 소음도 생활권 깊숙이 파고든다.
이처럼 폭염과 집중호우 등 기후재난이 일상화되면서 도시 성장 방식도 전환점에 섰다. 산업화 시대에는 생산성과 효율을 좇느라 '자연의 가치'를 등한시했다면, 이제는 다시 자연 기반 도시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그 중심에 '도시숲'이 있다. 귀한 존재가 됐다. 효과도 이미 확인됐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숲 1㏊는 한 해 동안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 168㎏을 흡수한다.
국제사회도 도시숲을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 수단으로 여긴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2021년 발표한 '지속가능한 스마트 주거도시 보고서'에서 도시숲과 공원이 열섬과 침수 위험을 줄이고 대기질을 개선한다고 분석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도 이미 2016년 도시숲을 시민 건강과 재난 대응력을 높이는 핵심 자원으로 제시했다.
사실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나무 아래에서 더위를 피하고, 숲길을 걸으며 몸과 마음을 다스렸다. 산업화시대 때 그 평범한 가치를 잠시 잊었을 뿐이다. 기후위기가 엄습한 현재는 가장 오래된 자연의 기능이 현실적인 미래의 해법으로 돌아왔다.
대구에도 변화는 시작됐다. 서구그린웨이가 대표적이다. 서대구산단과 주거지 사이에 남아 있던 완충녹지는 이현공원 등 여러 공간을 잇는 왕복 7㎞의 숲길로 변모했다. 한때 공장의 먼지와 소음을 막는 경계였던 녹지가 이제는 주민들이 걷고 쉬는 생활권 도시숲으로 탈바꿈했다. 대구 도심을 가로지르는 신천의 '숲길'도 느티나무, 벚나무, 소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즐비하다.
AI와 로봇 등 첨단산업이 도시 경쟁력을 가르는 시대다. 하지만 기술 및 산업 만능주의에 빠져 시민이 살아갈 환경을 놓쳐서는 안 된다. 기후재난과 오염을 피해 실내에 머물러야 하는 도시는 아무리 앞선 기술을 갖춰도 살기 좋은 도시라고 볼 수 없다.
도시숲을 단순한 조경사업으로 바라봐서는 곤란하다. 기후위기 시대에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지탱할 핵심 기반은 숲이다. 도심 속 녹지가 필수 기반시설로 인식되기를 바란다.
구경모(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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