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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人사이드] “통일신라는 ‘유나이티드 코리아’의 기틀”...대하역사소설 ‘사국지’ 완간한 대구 출신 하응백 소설가

2026-07-28 21:32

다문화로 접어든 시대 단일 민족 신화만으로는 사회통합 불가
삼국시대 400여 차례 전쟁 끝낸 통일신라에서 정체성 찾아야

이사부는 동해 장악했던 매력적인 영웅...사랑 서사도 더해
고려·조선·대한제국으로 이어지는 ‘건국기 4부작’ 완성하고파

소설가이자 문학평론가인 하응백 작가가 최근 영남일보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 앞서 자신의 저서 사국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소설가이자 문학평론가인 하응백 작가가 최근 영남일보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 앞서 자신의 저서 '사국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399원짜리 삼중당 문고판 '삼국사기'를 손으로 베껴 쓰던 최전방 GP 관측 벙커의 20대 청년이 있었다. 4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그 청년은 통일신라의 웅장한 서사를 대하역사소설로 펼쳐냈다. 올해 초 대하역사소설 '사국지'(전 5권)를 완간한 하응백 소설가 겸 문학평론가의 이야기다.


이 방대한 서사의 첫 발자국은 1986년 군 복무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밤 12시부터 새벽 6시까지 이어지는 2교대 관측 근무 시간 동안 한문 실력도 기르고 우리 역사도 제대로 알고자 삼중당 문고판 '삼국사기'를 직접 번역하며 필사했어요. 친구를 통해 접했던 러시아 혁명기를 다룬 미하일 숄로호프의 대하소설 '고요한 돈강'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 소설에 매료돼 '우리 역사를 배경으로 한 웅장한 대하소설을 쓰겠다'는 다짐을 했었거든요."


대구 출신인 하 작가는 바쁜 일정 중에도 인터뷰를 위해 기꺼이 고향 대구로 내려와 줬다. 차 한 잔을 사이에 두고 앉자마자, 동해의 제해권(制海權)을 장악했던 이사부 장군부터 나당전쟁의 분수령이었던 매소성 전투까지, 삼국사의 숨은 팩트들과 입체적인 서사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엄밀한 사료 검증에 바탕을 둔 그의 이야기는 마치 대역사 드라마의 예고편을 보는 듯 귀를 쫑긋 세우게 했다.


게다가 "우리나라에 산성이 몇 개인 줄 아세요?" "신라가 적과의 싸움에서 가장 두려워했던 계략은 무엇이었을까요" 등과 같이 인터뷰 중간중간 질문을 던지며 집중도를 높여 시간이 훌쩍 흘러갔다.


소설가이자 문학평론가인 하응백 작가가 올해 완간한 대하역사소설 사국지(전 5권)의 집필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소설가이자 문학평론가인 하응백 작가가 올해 완간한 대하역사소설 '사국지'(전 5권)의 집필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그는 2020년부터 본격적인 소설 작업에 돌입했다고 했다. 경북 경주를 비롯해 강원 삼척·강릉, 충남 부여, 충북 옥천 등 전국 각지의 격전지는 모두 직접 답사했다. 학자들의 자문은 물론, 사료 500여 권과 논문 1천 편을 엄밀하게 조회·검증하기도 했다. 소설을 쓰는 데만 2022년부터 2025년까지 꼬박 4년, 구상에 40년이 걸린 '사국지'는 그렇게 하 작가의 삶 전체가 녹아든 결정체로 세상에 던져졌다.


소설은 간결 문체로 쉽게 읽히고, 이사부 편은 친구 간의 이야기와 러브 스토리가 얽혀 다음 장을 계속 넘기게 했다. 작가 스스로도 "잘 읽히게 쓰려고 문장에 공을 많이 들였다"며 "역사와 논술 공부가 같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인터뷰 도중 그는 작품의 완성도와 대중성에 대한 확신도 강하게 내비쳤다.


"기본적으로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두고 정사의 공백이 있을 경우에 있을 법한 허구를 가미한, 정통 역사소설을 지향했습니다. 우리 역사와 문학에 오래 남을 수 있는 소설 한 편을 쓰고 싶었어요. '사국지'가 단순한 종이책에 머물지 않고 영화, 웹툰, 100부작 대형 역사 드라마 등 다양하게 확장될 수 있는 원천 IP(지식재산권)가 될 것으로 믿습니다. 단언컨대 이 소설은 10년 안에 무조건 대형 역사 드라마로 제작될 겁니다."


소설가이자 문학평론가인 하응백 작가가 올해 완간한 대하역사소설 사국지(전 5권)의 집필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소설가이자 문학평론가인 하응백 작가가 올해 완간한 대하역사소설 '사국지'(전 5권)의 집필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출판계에서는 "돈을 벌려면 사료가 풍부한 조선시대를 쓰라"고들 말한다. 조선시대 대신 '통일신라'를 배경으로 대하소설을 집필한 이유는 무엇인가.


"2018년 어머니를 여의고 2019년 자전적 소설 '남중'을 펴내 호평을 받았다. 자전 소설 '남중'이 개인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작업이었다면, '사국지'는 '오늘날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정체성은 어디서 왔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답을 찾는 작업이었다. 향후 인구 절벽과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 미래 대한민국에서 단일 민족 신화만으로는 사회적 통합을 이룰 수 없다. 김유신 등 가야의 후손을 등용해 인적·물적 자원을 흡수하고 백제와 고구려를 통합하며 한반도 최초의 영토 국가를 이룩한 통일신라야말로 오늘날 대한민국, 즉 '유나이티드 코리아'의 기틀이자 정체성의 뿌리다. 약 600년간 400여 차례나 치열한 전쟁을 벌였던 삼국시대의 비극을 끝내고 한반도에 평화와 문화적 르네상스를 꽃피우게 한 기점이 바로 신라의 통일이었다."


▶삼국시대의 역사적 팩트 중 일반 대중에게 잘못 인지돼 있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백제 의자왕의 '삼천궁녀' 설화다. 의자왕은 무능하거나 유흥에 빠져 나라를 망친 왕이 아니며, 삼천궁녀 역시 후대에 왜곡돼 만들어진 가공의 프레임이다. 실제 백제의 마지막은 궁녀들의 낙화암 투신이 아니라 부하의 배신으로 인한 비극이었다. 또한 흔히 역사를 볼 때 적을 피해 도망가거나 피난을 선택한 왕을 '비겁하다'고 비판하곤 한다. 하지만 왕조 국가에서 왕이 적에게 사로잡히거나 죽는다는 것은 단순한 패배가 아니라, 곧 국가의 멸망이자 전쟁의 종료를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와 사직을 보존하려면 왕은 절대로 잡히지 않고 적을 피해 끝까지 도망가며 장기전을 도모해야 한다. 이는 국가 존립을 지켜내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핵심 인물로 '이사부'를 꼽았는데, 소설 속에서 그를 어떻게 그려냈나.


"512년 이사부의 울릉도 정벌은 단순한 독도 영유권 확보나 자원 수확을 넘어 고구려-예맥족-일본으로 이어지는 동해 해상 루트를 차단하고 대양 수군의 기틀을 마련한 핵심 사건이다. 이사부는 동해의 제해권을 장악하며 신라 전성기의 발판을 다진 매력적인 영웅이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 위에 이사부와 지소 부인의 운명적인 사랑이라는 서사를 더했다. 특히 어린 시절 함께 군사 훈련을 받으며 우정을 쌓은 세 친구(이사부, 사부지, 물력)의 관계와 지소 부인을 둘러싼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통해 소설의 매력도를 높였다."


▶사료와 논문 고증, 답사를 거듭하며 집필했는데, 가장 심혈을 기울였거나 독자들에게 꼭 강조하고 싶은 사건 혹은 장면을 꼽는다면.


"675년 신라와 당나라 사이에서 벌어진 '매소성 전투' 장면이다. 당나라 20만 대군을 상대로 신라군이 대승을 거두며 동아시아의 평화적 삼국 구도를 확립하고 한반도의 자주적 독립과 영토를 지켜낸 결정적 사건이다. 이 장엄한 승리의 역사 뒤편에는 김유신의 아들 원술의 아픔과 집념이 서려 있었다. 과거 석문 전투에서 죽음을 불사하려다 살아남아 가문의 수치라 여긴 아버지 김유신을 피해 숨어 지내던 원술은 아버지 사후 이 전투에 출전해 공을 세우며 화랑의 기개와 인간적 단련을 증명해 냈다."


▶차기작 구상 계획은.


"너무 수고했으니 올해는 놀려고 한다. 이후 사국지에 이어 고려, 조선, 그리고 대한제국을 거쳐 대한민국 건국으로 이어지는 '건국기 4부작'을 완성해 보고 싶다. 신라에서 시작된 우리의 정체성이 고려와 조선을 거쳐 오늘날 대한민국으로 어떻게 이어졌는지, 가벼운 픽션이 아닌 정통 사료에 기반해 묵직하게 담아내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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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희

현장의 목소리와 울림을 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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