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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진의 문학 향기] 지상의 천국

2026-07-31 06:00
정만진 소설가

정만진 소설가

1944년 7월31일 생텍쥐페리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투기를 조종하던 중 행방불명되었다. 그의 실종은 자신이 남긴 '어린 왕자'의 마지막 부분을 떠올리게 한다. 소설 속 어린 왕자는 이야기가 끝나는 무렵 자신이 떠나왔던 작은 별로 돌아간다.


생텍쥐페리는 어디로 갔을까? 태생 전의 고향이 있다면 인류는 모두 사후 그리로 되돌아갈 것이다. 2008년 7월31일 타계한 우리나라 소설가 이청준은 소설 '벌레 이야기'를 통해 이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1985년작 '벌레 이야기'는 2007년 이창동 감독 영화 '밀양'으로 재탄생했다. 서사는 대략 엇비슷하다. 아이가 유괴로 살해되고, 그 어머니는 주위 권유로 교회에 다니면서 충격을 달랜다. 그러던 중 범인을 용서하려는 마음을 가지게 되는데, 그때 놀라운 말을 듣는다. 범인이 태연자약하게 장담한다. "나는 하나님으로부터 이미 용서를 받았다."


아이의 어머니는 "내가 용서하지 않았는데 어떻게?"라는 의문에 빠진다. 영화 '밀양'과 달리 소설 '벌레 이야기'의 어머니는 자살한다. 그가 스스로 생명을 거둔 것은 신을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력한 항변이다.


이청준의 또 다른 소설 '이어도'의 주인공 천남석도 스스로 목숨을 버린다. 그는 이어도로 상징되는 허구 세계에 대한 그리움에 기대어 유년 시절의 고통을 극복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이어도가 현실세계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밝혀지게 마련이다. 천남석의 자살은 이어도를 자신의 염원 속에 영원히 남겨두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이상세계를 현실화하려 애쓴 '공상적 사회주의자'들이 마르크스(1818∼1883)보다 앞시대에 있었다. 프랑스의 생 시몽과 푸리에, 영국의 오우언 등은 합리적으로 조직된 이상적 사회 또는 공장 경영을 통해 그것이 가능하다고 믿었다. 오우언은 미국 인디애나에 협동 생산과 평등 분배의 공동체를 설립해 사회주의적 이상사회 건설을 시도했다. 물론 실패로 끝났다.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은 사회주의적 접근은 아니지만 현실에도 천국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은근히 담고 있다. 성심을 다 바쳐 소록도 운영에 매달리는 전직 군의관의 헌신적 모습은 독자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상업혁명 시기의 유럽인들이 대양을 향해 힘차게 나아간 데에는 지상 어딘가에 에덴이 존재한다는 믿음도 한몫을 했다고 한다. 인간은 가슴속에 이어도를 품고 살아갈 때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존재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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