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순환자원 인증 획득하며 특수 분말 소재 신기술 연구 돌입
이위용 대표가 폐유리 재활용 산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석현철 기자>
이위용(59) 크린코리아 대표는 화려한 창업 스토리를 가진 기업인은 아니다. 하지만 유리업계 현장에서 시작해 폐유리의 가치를 누구보다 먼저 발견한 기술형 기업인이기도 하다. 모두가 버려지는 폐기물로만 여겼던 판유리를 시멘트 산업의 원료로 바꾸며 자원 순환의 길을 개척해 왔다.
20년 가까이 한길만 걸어왔다. 지금은 폐유리를 파쇄·분쇄하고 정밀 선별해 시멘트 원료로 공급하는 전문기업으로 자리 잡았지만, 그의 시선은 여전히 더 높은 곳을 향한다. 최근에는 폐유리를 특수 분말 소재로 재활용하는 신기술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이 대표는 "폐기물을 처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원을 만드는 사람이라는 자부심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폐유리 산업과 인연을 맺은 것은 판유리 수거업체에서 근무하던 시절이다. "당시만 해도 LCD 폐판넬은 녹는 점이 달라 일반 폐유리와는 구분해서 재활용을 해야만 했습니다. 이 LCD 산업이 막 성장하기 시작하면서 당시 삼성코닝 환경담당자를 만나게 됐습니다."
그 만남은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당시 삼성코닝이 폐유리를 활용한 시멘트 원료 제조 기술을 개발하고 특허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가공업체가 필요했고, 이 대표가 그 사업에 참여했다.
"가능성을 직접 봤습니다. '폐유리도 충분히 산업 원료가 될 수 있겠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죠." 그 확신은 결국 2008년 관련 기업 창업으로 이어졌다.
현재는 폐유리를 일정한 규격으로 파쇄하고 분쇄한 뒤 철 성분과 이물질을 제거하는 정밀선별공정을 거쳐 시멘트 제조에 필요한 특화 원료를 생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순환자원 인증까지 획득하면서 폐유리를 단순 폐기물이 아닌 산업원료로 인정받았다. 이 대표는 "예전에는 폐기물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이제는 순환자원이라는 개념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환경과 산업을 동시에 살릴 수 있는 대표적인 자원순환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이 대표는 가장 아쉬운 점으로 제도적 불균형을 꼽았다. "병유리는 환경분담금을 통해 재활용 체계가 어느 정도 갖춰져 있습니다. 하지만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폐판유리는 같은 유리임에도 지원 대상이 아닙니다."
이 대표가 지적한 '제도적 불균형'의 핵심은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의 적용 여부다. 현재 병유리는 EPR 대상 품목으로 지정돼 생산자가 재활용 비용을 부담하고 회수 체계가 구축되어 있다. 반면 건설 현장 등에서 대량으로 배출되는 폐판유리는 EPR 대상에서 제외돼 있어, 재활용 업체들이 수거와 가공에 드는 비용을 오롯이 떠안아야 하는 구조적 한계에 부딪혀 있다. 동일한 유리 소재임에도 배출 경로에 따라 지원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재활용 가치가 충분한데도 제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환경을 위해 일하는 업체인데도 각종 규제는 일반 폐기물 업체와 똑같이 적용됩니다. 순환경제를 말하면서 실제 현장에서는 규제가 더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이위용 대표가 공장으로 들어오는 폐유리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석현철 기자>
그는 폐유리 재활용 산업이 이제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대부분 폐유리는 시멘트 원료로 사용되지만 앞으로는 훨씬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 소재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폐유리 재활용 산업은 단순 시멘트 원료 공급을 넘어 고부가가치 소재로의 진화를 꾀하고 있다.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폐판유리를 미세 분말화하여 화재에 강한 불연성 무기 발포 단열재나 경량 골재, 심지어 리튬 배터리 화재용 특수 소화약제로 활용하는 기술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폐기물 처리업에서 첨단소재산업으로의 전환기를 맞은 만큼, 관련 기술 개발에 대한 정부의 R&D 지원과 실증화 예산 투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금 연구하고 있는 것이 바로 특수 분말 소재입니다. 폐유리를 미세하게 분말화해 다양한 산업에서 사용할 수 있는 고기능성 소재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는 "폐기물을 처리하는 시대에서 소재를 생산하는 시대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탄소중립과 ESG경영이 세계적인 흐름이 되면서 자원순환 산업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 대표는 "환경산업은 더 이상 비용이 아니라 미래 성장산업"이라며 "우리나라에도 세계적인 자원순환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규제 중심의 행정에서 벗어나 순환경제를 육성하는 정책 전환을 주문했다. "재활용 기업들은 환경을 지키는 기업입니다. 폐기물을 줄이고 자원을 다시 만드는 기업들이 제대로 평가받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석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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