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억 경북도 공항&투자본부장
중국의 성장축은 더 이상 중국 동부 연해인 상하이, 심천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쓰촨성과 충칭을 포괄하는 이른바 청위(成渝) 쌍성경제권은 인구 1억 명에 육박하는 초대형 내륙 경제권으로, 자동차·전자정보·장비제조·바이오·항공우주 등에서 빠르게 산업 고도화를 이루며 중국 서남부의 핵심 성장 엔진으로 부상했다. 쓰촨성은 면적 약 48만㎢, 인구 8천만 명 이상의 대형 내륙성으로 성도(省都) 청두를 중심으로 내수시장과 제조·서비스 산업이 집적되어 있다. 인근 충칭은 직할시로서 대규모 생산과 물류 기능을 담당한다.
청두는 반도체, 전자정보, 바이오, 드론, 소프트웨어 연구개발과 혁신기업이 집적된 도시다. 충칭은 자동차·오토바이, 정밀부품, 소재 산업을 기반으로 스마트 제조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두 도시는 기술·인재·혁신과 생산·물류·중후장대 제조라는 상호 보완적 기능을 통해 하나의 복합 산업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중국 중앙정부가 이 일대를 동부 연해의 비용 상승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는 대체 생산기지이자, 유럽·중앙아시아로 연결되는 내륙 개방의 관문으로 육성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상북도 공항&투자본부장으로서 현장에서 느낀 점은 아무리 규모가 큰 도시권이라 해도 모든 공급망 기능을 자체적으로 완결할 수는 없고, 첨단 제조로 갈수록 안정적인 부품 조달, 시험·인증, 국제 물류를 동시에 뒷받침할 외부 파트너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북은 구미의 반도체·전자, 포항의 이차전지·철강·소재, 경주의 자동차부품, 영천의 기계금속, 안동의 바이오, 경산의 첨단제조 기반이 촘촘히 연결된 산업지도를 갖추고 있다. 여기에 대구경북신공항, 포항영일만항과 산업단지 인프라까지 결합하면 종합 산업 파트너로 기능할 수 있다.
청두의 반도체·드론·바이오 기업에게 경북은 신뢰할 수 있는 소재·부품·장비 협력지이자 공동 실증의 장이 될 수 있다. 충칭의 자동차·정밀부품 기업에게는 경북의 자동차부품, 금속가공, 배터리, 기계 산업과 연계한 한·중 공동 공급망 구축 가능성이 열려 있다. 특히 글로벌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과 미·중 경제경쟁이 길어질수록 기업은 단순히 값싼 입지가 아니라 공급망 안정성과 정책·규제의 예측 가능성, 기술 협업 여건을 중시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한국 내 대표적인 제조·소재 거점 가운데 하나인 경북은 청두·충칭 기업들에게 세계 시장 진출의 교두보이자 동북아 공급망 다변화의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최근 경상북도가 청두와 충칭에서 개최한 투자·협력 포럼은 이러한 가능성을 점검하는 장이었다. 포럼에는 현지 주요 산업 관련 기업과 기관이 참여해 경북의 산업·투자 환경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향후 협력 가능 분야를 타진했다. 중국 지역 언론은 해당 포럼을 소개하며 한국 제조·소재 거점과 서부 내륙 도시권 간 협력의 의미를 짚었다. 경북이 동북아 공급망 다변화와 세계 시장 진입 전략에서 유력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투자유치 현장에서 체감하는 과제는 이제 분명해졌다. 이러한 교류가 일회성에 그칠 것이 아니라, 반도체는 소재·테스트, 자동차는 부품과 전동화, 바이오는 연구와 생산, 드론은 실증과 응용시장처럼 산업별로 협력 축을 구체화해야 한다. 그래야 청두·충칭과 경북의 협력이 실제 투자와 공동사업, 기업 간 거래로 성사되고, 동해안에서 서부 내륙까지 이어지는 새로운 공급망의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박재일
30년 현장 경험을 자양분 삼아 사설과 칼럼을 집필합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