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60803020363842

[시시각각(時時刻刻)] 지방소멸문제를 지방에 맡기는 나라는 미래가 없다

2026-08-04 06:00
권세훈 (주)비즈데이터 이사·파리1대학 법학박사

권세훈 (주)비즈데이터 이사·파리1대학 법학박사

아이를 낳지 않는 나라, 지방의 청년이 떠나는 나라, 의사가 부족한 나라가 어떻게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 정치는 반도체 산업의 호황과 일시적 주가 상승과 주식시장의 역대급 변동성에 매몰되어, 국민의 삶을 위협하는 이러한 문제보다 계엄 특검과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 등 검찰권 조정과 같은 단편적 정쟁과 진영 대립에만 몰두하는 것으로 비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직면한 가장 심각한 위기는 바로 인구 감소와 지방소멸이다.


정부는 다수당과 함께 집권세력이 된 순간부터는 국가의 미래를 올바르게 설계해야 한다. 국민이 기대한 것은 정치적 승리에의 도취가 아니라 국민 삶의 질적 변화이다.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지방의 청년 유출 문제이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의하면 대한민국 전체 1,000대 기업 본사의 약 75%에 해당하는 양질의 일자리, 상급 종합병원, 대형 문화·예술 인프라, 주요 명문 대학 등 청년들이 선호하는 핵심 인프라 대부분이 수도권에 편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청년이 지방을 떠나는 이유가 단순히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부족 때문이 아니라, 국가의 공간 구조와 산업 재배치 등 거시적인 정부 정책에 달려 있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정부는 지방소멸 문제를 지나치게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처럼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각 지방정부가 청년 지원금을 만들고, 정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기업 유치에 나서지만 한계가 분명하다. 대구뿐만 아니라 광주, 전북, 강원, 경북 등 어느 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처럼 지방소멸은 지방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이다.


프랑스는 우리와 다른 접근방식을 택했다. 프랑스 역시 수도 파리 집중이라는 문제를 겪었지만, 지방정부에 "스스로 살아남으라" 떠넘기지 않았다. 프랑스 정부는 지방소멸과 행정 비효율을 극복하기 위해 1982년 지방분권 개혁을 통해 지방정부에 권한과 재정을 넘겼고, 2015년 NOTRe법(신지역조직법)을 통해 지역이 산업전략과 경제발전 계획을 주도하도록 했다.


이에 반해 대한민국은 아직도 균형발전을 공공기관 이전과 지역별 사업 배분 중심으로 접근해, 지원금 지급과 반도체 산업 배치 등으로 지역감정마저 자극하며 지지층 결집에만 몰두하고 있다. 물론 공공기관 이전이 일정 부분 지역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단지 기관의 주소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청년의 발길을 지방으로 돌릴 수 없다. 개별 소도시나 기초지자체가 해결할 수 없는 일자리·산업·교통 인프라 구축을 위한 공간 구조를 마련하는 등 국가 차원의 산업 전략이 필요하다.


정치적 목적의 반도체 산업 지역 안배는 자칫 국가경쟁력을 더 떨어뜨릴 수 있다. 지방의 필수의료 붕괴와 의사 부족 문제 역시 지역 의료기관의 노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의료 인력 배치, 교육 시스템, 지역 의료 투자 등 국가 차원의 설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 지역에 있어 절박한 지방소멸 문제는 지방자치단체장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권한과 재정은 보장하지 않은 채 보조금을 미끼로 중앙정부에 충성만 요구한다면, 이것은 진정한 지방분권이라 할 수 없다. 이것은 대통령과 국회가 시급하게 국가적 의제로 다뤄야 할 국민 생존의 문제이며, 정부는 지방소멸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관련기사

정치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