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 중심 콘텐츠 개발
‘엄마까투리’ 성공 이어 ‘강치아일랜드’ 제작
제작 규모 영세해도 스토리 원천 풍부해
‘한여름 밤의 꿈’ 등 경북 소재 웹툰 성과
현재 경북에서는 지역의 문화자원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과 웹툰 등 다양한 콘텐츠 제작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강치 아일랜드 2' 스틸컷.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 제공>
전 세계적으로 'K-컬처' 붐이 일고 있다. 그 중심에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을 뒤흔든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가 있지만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 한국 문화를 뼈대로 삼았음에도 제작 주체와 자본, 막대한 IP(지식재산권) 수익은 모두 외국 기업의 몫이기 때문이다. '케데헌'의 흥행은 한국의 문화가 세계 시장에서 충분히 통한다는 가능성을 입증했지만, '우리 자본과 기술로 만든 국산 애니메이션'에 대한 갈증을 촉발했다.
이 같은 K-컬처 열풍 속에서 대구·경북의 콘텐츠 산업은 어디쯤 서 있을까. 대구와 경북의 애니메이션 및 콘텐츠 산업 현황을 상·하 두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먼저 풍부한 문화 자산을 무기로 애니메이션과 웹툰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경북의 콘텐츠 현주소를 들여다봤다.
◆ '엄마까투리' '강치 아일랜드'…지역성 살린 콘텐츠
경북도·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과 제작사 '픽셀플레넷'이 만든 '강치 아일랜드'는 강치들이 독도와 바다 생태계를 지켜내는 모험기를 그린다. 사진은 지난 4월27일 경북도청에서 열린 '강치아일랜드 시즌2' 시사회. 정수민기자 jsmean@yeongnam.com
지난 5월부터 '강치 아일랜드 2'가 KBS 2TV에서 방영 중이다. 경북도와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 서울 제작사 '픽셀플레넷'이 함께 만든 이 작품은 개성 넘치는 강치들이 악당에 맞서 독도와 바다 생태계를 지켜내는 모험을 그린다. 이번 시즌에서는 세계관을 확장하고 화려한 액션을 통해 환경 보호의 중요성도 함께 녹여냈다. 앞선 시즌 1의 호응에 힘입어 제작됐으며, 이미 시즌 3도 제작사가 주도적으로 이끌며 자립 기반을 갖추는 방향으로 제작을 하고 있다.
경북 애니메이션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는 '엄마까투리'가 있다. 지역 출신 아동문학가 권정생의 동화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글로벌 무대까지 뻗어나간 수작이다. 이종수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장은 "민간의 기술력과 자본이 결합해 글로벌 IP로 도약한 전무후무한 모델"이라며 "지자체의 지속적 투자와 민간의 창의성이 만들어낸 성공 사례로, 지역 콘텐츠가 지향해야 할 본보기"라고 설명했다.
◆ 국가유산 20% 집약돼…'이야기 원천' 강점
지역 출신 아동문학가 권정생의 동화를 원작으로 제작해 글로벌 무대까지 뻗어나간 '엄마까투리 시즌6' 스틸컷.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 제공>
'엄마까투리'의 성공 공식은 여전히 통할까. 애니메이션은 막대한 자본과 집약적인 기술을 필요로 하지만, 경북의 제작 환경은 영세하다. 저출생으로 인한 타깃층 감소와 숏폼 콘텐츠의 범람도 위협적이다. 그럼에도 경북이 애니메이션을 놓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다. 잘 만든 캐릭터 하나가 게임·웹툰·굿즈·교육 콘텐츠 등 전방위 산업으로 확장되며 창출할 수 있는 무한한 부가가치 때문이다.
현실적인 장벽도 높다. '자체 자본 부족→실적 부재→투자 유치 실패'로 이어지는 고질적 악순환이 발목을 잡는다. 최근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은 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DIP)과 힘을 합쳐 문화체육관광부의 AI 특화 콘텐츠 사업에 도전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경쟁 기업만 70여 곳에 달했다. 대구·경북이 역량을 모아도 수도권 기업과 붙으면 밀릴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경북의 강점은 '이야기'에 있다. 유교·불교·가야 문화권 등 전통문화가 집약돼 있으며, 우리나라 국가유산의 20%가 경북 22개 시·군에 분포해 있다. 이러한 문화자원은 세대를 아우르는 캐릭터와 이야기를 산업적으로 만들 수 있는 강력한 데이터베이스다.
'강치 아일랜드' 시리즈도 이러한 바탕 위에서 만들어졌다. 추광호 픽셀플레넷 감독은 "경북 지역에서 지내며 소재를 떠올리던 중 '강치'와 '독도'에서 이야기를 발굴해, 2016년 단편 애니메이션 '독도수비대 강치'를 제작했다"며 "이후 경북문화재단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TV 시리즈 '강치 아일랜드'로 발전시킬 수 있었다"고 전했다.
◆ 경북 기반 콘텐츠 성과…"IP 개발에 집중"
군위 삼국유사 소재 웹툰 '한여름 밤의 꿈' 표지.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 제공>
실제로 경북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콘텐츠들은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군위의 삼국유사를 기반으로 제작된 웹툰 '한여름 밤의 꿈'은 온두라스·엘살바도르 등 중남미 학교의 교육 플랫폼에 활용됐다. 안동의 옛 조리서인 보물 '수운잡방'을 소재로 한 웹툰 '안동 선비의 레시피'는 카카오페이지에서 지난달 12일 기준 시즌1이 83만1천 뷰, 시즌2가 138만6천 뷰를 각각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강치 아일랜드 2' 역시 순항 중이다. 사업 담당자인 서명정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 차장은 "국내 반응을 지켜본 뒤 OTT 등 판권 사업 확장도 검토할 계획"이라며 "현실적으로 소재 발굴과 기획은 지역 기획자들이 맡을 수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기술과 자본은 전국 단위에서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현장 측면에서는 모험·액션·히어로물 등 대중들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장르를 바탕으로 좋은 IP를 개발하고, 세련된 캐릭터를 만드는 데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수민
공연장 지박령. 지역의 문화·예술 이야기를 구석구석 전합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