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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만들 때는 수십억, 관리할 땐 “예산 없다”…울릉군, 이제는 시설물 ‘생애관리’에 답해야

2026-08-10 06:00

준공식 이후가 진짜 행정…‘건설 중심’에서 ‘관리 중심’으로 바뀔 때

편집국 동부지역본부 홍준기 기자.

편집국 동부지역본부 홍준기 기자.

"예산이 없어 관리를 못 했습니다."


경북 울릉군을 취재하다 보면 가장 자주 듣는 말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더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 그 시설은 애초에 관리할 계획까지 세우고 만든 것일까. 최근 몇 달간 취재 현장에서 만난 사례들은 분야는 달랐지만 하나의 공통된 문제를 가리키고 있었다.


7년 가까이 창고에 방치된 우편수취함 수백 개는 담당 부서조차 존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관광객들이 제일 먼저 마주하는 일주도로는 잡초가 무성해질 때까지 손길이 닿지 않았고, 일부 시설은 안전 문제로 방치된 채 오랜 시간 활용되지 못했다. 공공시설 곳곳에서는 관리 주체가 불분명하거나 유지관리 예산 부족을 이유로 보수가 미뤄지는 일이 반복됐다.


취재를 이어갈수록 행정의 답변도 놀라울 만큼 비슷했다. "예산이 부족했다." "담당자가 바뀌었다." "미처 챙기지 못했다." 시설은 달랐지만 이유는 늘 같았다. 문제는 개별 시설이 아니었다. 관리 시스템이었다.


울릉군은 그동안 국·도비를 확보하고 공모사업을 유치하는 데 많은 행정력을 기울여 왔다. 지역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사업이 끝난 뒤에도 주민들이 오랫동안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관리하는 일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행정은 시설을 준공하는 순간 끝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때부터 시작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인 경우가 적지 않다. 담당자가 바뀌면 사업 이력도 함께 끊기고, 관리 주체가 불분명해진 시설은 관심 밖으로 밀려난다. 문제가 드러난 뒤에야 예산을 찾고 대책을 논의하는 '사후약방문식 행정'이 반복된다.


그때마다 돌아오는 말은 또다시 "예산이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되묻는다. 만들 돈은 있었는데, 관리할 돈은 왜 없었느냐고. 울릉도는 육지와 여건이 다르다. 자재와 장비를 들여오는 비용이 훨씬 많이 들고 유지관리에도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인구 감소와 재정 여건까지 감안하면 새로운 시설을 계속 늘리는 것보다 이미 만들어진 시설을 오래, 제대로 활용하는 일이 훨씬 중요하다.


그렇다면 행정의 평가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얼마나 많은 공모사업을 따왔는지, 얼마나 큰 예산을 확보했는지가 아니라 10년이 지나도 주민들이 불편 없이 이용하고 있는 시설이 얼마나 되는지가 행정의 성적표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모든 공공시설의 현황부터 다시 살펴야 한다. 시설별 관리 책임을 명확히 하고, 정기적인 점검과 관리 이력을 체계적으로 기록해야 한다. 새 시설을 지을 때는 공사비뿐 아니라 향후 유지관리 비용까지 함께 반영하는 원칙도 필요하다. 활용도가 크게 떨어진 시설은 용도를 바꾸거나 통합 운영하고, 존치 가치가 없는 시설은 과감하게 정비하는 결단도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시설은 지을수록 자산이 되는 것이 아니다. 관리될 때 비로소 자산이 된다. 관리가 멈춘 시설은 시간이 지날수록 주민 불편을 키우고, 결국 더 많은 혈세를 투입해야 하는 부채가 된다. 주민들이 바라는 것은 또 다른 준공식이 아니다. 잡초 없이 관리되는 산책로, 고장 나지 않는 편의시설, 세금을 들여 만든 시설이 제 역할을 다하는 평범한 일상이다. 그것이 주민이 체감하는 행정이고, 가장 현실적인 복지다.


준공식은 하루지만 시설은 수십 년이 남는다. 행정의 책임도 준공식이 끝나는 날 함께 끝나서는 안 된다. 혈세의 가치는 얼마나 화려하게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제대로 관리했느냐에서 결정된다.


이제 울릉군도 '건설 중심 행정'에서 '관리 중심 행정'으로, '예산 확보 경쟁'에서 '공공자산 관리 경쟁'으로 행정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그 변화는 새로운 시설을 하나 더 짓는 것보다, 이미 주민 곁에 있는 시설 하나를 끝까지 책임지는 것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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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기

발로 뛰는 현장 취재와 심층 기획으로 울릉도와 독도의 가치를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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