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폰 두 달, 뜻밖의 깨달음
안 보이고, 없으면 덜 할 것
호주·프랑스, SNS 빗장 걸어
우리도 수업 중 스마트폰 금지
스스로 못 하면 어른이 도와야
이지영 디지털팀장
얼마 전 휴대전화가 고장 났다. 당장 쓸 폰이 없으니 답답했다. 집 서랍을 뒤져 몇 해 전 쓰던 옛날 스마트폰을 되살렸다. 전원은 들어왔지만 그게 다였다. 인터넷은 느렸고 화면은 손가락을 잘 받지 않았다. 별수 없이 그거라도 들고 두 달 가까이 지냈다.
처음 며칠은 손이 근질거렸다. 습관처럼 화면을 켰다가, 영상 하나 뜨는 데 한참이 걸려 그냥 껐다. SNS도 열리다 말기 일쑤였다. 그뿐이 아니었다. 은행 앱은 아예 열리지 않았고, 배달 앱도 몇 번 실패하고는 포기했다. 낯선 길에서 지도 앱을 켜면 위치가 잡히기까지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쓸 수 있는 앱이 줄면서, 나는 점점 휴대전화를 손에서 내려놓게 됐다. 처음엔 불편해서였는데 나중엔 습관이 됐다. 밥을 먹을 때도 버스를 기다릴 때도 폰을 들여다보지 않는 시간이 늘었다.
변화가 가장 뚜렷했던 건 밤이었다. 예전엔 잠자리에 누워 영상을 넘기고 SNS를 훑다 잠들었다. 그런데 폴더폰으로는 그럴 수가 없었다. 누워서 켜봐야 버벅대니 몇 번 시도하다 내려놨다. 한 달쯤 지나자 휴대전화를 보지 않고 곧장 잠드는 습관이 몸에 붙었다.
손에서 멀어지니 마음도 멀어졌다. 견물생심이라 했다. 눈에 보이면 갖고 싶고 손에 쥐면 하고 싶어진다. 그런데 애초에 손에 없으면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 환경이 바뀌니 저절로 그리 된 게다.
문득 아이들이 떠올랐다. 어른도 손에 쥐면 놓지 못하는데 한창 자라는 아이들은 오죽할까. 세계 각국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호주는 2024년 말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의 소셜미디어 사용을 법으로 금지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 등 주요 플랫폼에서 이 연령대의 계정 개설과 유지를 막았다.
유럽도 뒤를 이었다. 프랑스는 지난달 15세 미만의 SNS 사용을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켜, 유럽에서 처음으로 미성년자 SNS 규제에 나섰다. 오는 9월 1일부터 15세 미만은 새 계정을 만들 수 없다. 기존 계정도 유예를 거쳐 폐쇄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를 '디지털 성년'이라 불렀다. 일정 나이가 되기 전에는 부모가 자녀의 디지털 공간 접근을 관리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영국과 스페인, 그리스, 덴마크 등 유럽 10여 개국도 최소 이용 연령 제한을 추진 중이다. 우리도 올해 1학기부터 전국 학교에서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이 전면 금지됐다. 현재 정부는 14세 미만의 SNS 가입 제한을 검토하고 있다.
물론 반론도 있다. 호주에서는 금지 석 달 뒤에도 청소년 열에 여덟이 우회로를 찾아 SNS를 계속 썼다는 조사가 나왔다. 막는다고 다 되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통신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안 보이면 덜 하게 되고, 손에 없으면 잊히게 마련이다. 완벽한 차단이 아니어도 잠시 거리를 두는 것만으로 달라지는 게 분명 있었다. 어른인 나조차 그 두 달 동안 잃어버린 잠을 되찾았으니 말이다.
지금 내 손에는 다시 새 스마트폰이 있다. 솔직히 잠들기 전 영상을 넘기던 습관이 조금씩 돌아온다. 다만 이제는 안다. 이 기계와 어느 만큼 거리를 둬야 하는지. 그래서 나는 오히려 더 강하게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조절하기 어려운 아이들일수록, 손이 닿지 않게 하는 것이 결국 어른의 몫이다.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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