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닉 ADR 발행 환율 급락
향후 4~5년 삼전 화양연화
이병철 ‘도쿄 선언’의 果實
대구는 글로벌 삼성 발상지
모태 도시 富 창출도 보국
박규완 논설위원
# 환율 도우미 SK하이닉스=19일 원화 환율이 1천300원대로 떨어졌다. 지난달 초만 해도 달러당 1천560원대였으니 한 달 반 사이 160원 급락이다. 정부 처방은 백약이 무효였다. '서학개미' 국내 증시 유인책, 기업 수출대금 원화 환전 촉구, 정부의 외환시장 미세 개입은 약발이 먹히지 않았다. 환율 안정시킨다며 출시한 단일종목 ETF는 코스피 변동성을 키운 폭탄으로 돌변했다.
하지만 SK하이닉스 ADR(미국 주식예탁증서) 뉴욕 증시 상장 후 상황이 달라졌다. 공모자금 265억달러(약 40조원)가 국내 유입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추세적 환율 하락의 기류가 형성됐다. 정부 권고에도 미동 않던 기업들이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 물량을 쏟아내기 시작했고, 외환 투기 세력도 환율 하락에 베팅했다. 좁혀진 한·미 금리 차도 영향을 미쳤다. SK하이닉스의 ADR 발행이 뜻밖에 환율 안정의 특급 도우미 역할을 한 것이다.
# 골드만삭스의 삼전 전망=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2028년 삼성전자 영업이익 전망치를 500조원으로 예상했다. 일본 시총 1위 기업 도요타의 2025 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 영업이익 43조원의 11배가 넘고, 일본 100대 기업 영업이익 총합보다 많다. 돈을 마구 쓸어 담는 형국이니 향후 4~5년이 삼성전자의 화양연화가 아닐까 싶다.
'도쿄 선언'을 상찬하지 않을 수 없다. 1983년 이병철 회장이 도쿄 오쿠라호텔에서 삼성의 반도체 사업 진출을 천명한 이른바 '도쿄 선언'은 한국 기업 100년사(史)의 퀀텀 점프 순간이다. D램과 HBM(고대역폭 메모리) 호황에 힘입어 우리나라 수출은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 중이다. 모건스탠리는 한국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8%에서 3.4%로 상향 조정했다. 오롯이 반도체 효과다. 대만 역시 TSMC 효과로 경이적인 성장률(올해 전망치 11.05%)을 구가하고 있다. 기업의 생산활동이 국부(國富)를 키우는 사업보국의 명징한 사례다.
# 대구의 갈증, 해결사는 없나=800조원의 전남광주 반도체 팹 투자를 보는 대구의 속내는 난삽하다. 그 복잡미묘한 생각들 이루 형언하기 어렵다. "김부겸 시장 안 뽑아줬다고 이렇게까지" 배가 아프기도 하고 어깃장을 놓고 싶기도 하다. "설마 800조원 투자가 이재명 정부 임기 내 이뤄지기야 하려고" "착공이 지연되고 정권이 바뀌면 800조원 투자는 대구로 올 수밖에". 현실적 진단과 희망고문과 자위(自慰)가 뒤섞인다. 하지만 정부는 속도전을 넘어 전격전을 선언하며 팹 착공 일정까지 제시했다. 광주 군공항에 주둔하고 있는 제1 전투비행단엔 2년 내 이전을 요구했다. 대구의 바람대로 전남광주 800조원 투자가 없던 일이 될까. 가능성이 높지 않다.
그렇다면? 괜히 대구의 시선은 삼성을 향한다. 삼성인들 용빼는 재주 있나. 삼성이 어쩌라고? 대구는 글로벌 삼성의 발상지 아닌가. 청년 사업가 이병철이 별표 국수를 만들어 팔던 인교동 삼성상회를 누가 모르랴. 삼성 88년 장구한 역사가 발원한 곳인데. 하지만 지금 삼성과 대구는 소원(疏遠)하다. 프로야구 삼성라이온스 말고는 딱히 연고도 없다. 자유시장주의 국가에서 기업 투자를 강권할 수는 없다. 다만 메모리 업황이 사이클에 좌우되지 않는 구조적 호황이라면 삼성전자의 추가 투자 여력이 생긴다. 그런 기회가 온다면 대구를 1순위로 올려 달라는 주문이다. 모태 도시의 부(富)를 창출하는 것만큼 쏠쏠한 보국 방식이 또 있을까. 논설위원
박재일
30년 현장 경험을 자양분 삼아 사설과 칼럼을 집필합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