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정평가 토론회’ 열고도 내홍에 대여투쟁 묻혀
의총 “기존 방식 유지”…장동혁표 당협교체에 제동
중진·구주류까지 “통합” 요구에도…비당권파 4명 무더기 중징계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 과정과 관련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벌써부터 차기 총선 공천을 둘러싼 내홍에 빠졌다.
이재명정부의 실정을 파고들며 대여투쟁의 전열을 가다듬어야 할 상황이지만 각 당협위원장을 당원투표로 다시 뽑는 방안까지 추진하고 있고, 사실상 당 지도부에서 비당권파 현역 의원 4명에게 무더기 중징계를 내렸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측은 '당원 중심의 조직 쇄신'과 '당 윤리 확립'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당내에서는 2028년 총선을 1년8개월이나 앞두고 비당권파를 동시에 정리하려는 사실상의 '공천판 짜기'라는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선 이재명정부의 국정 운영을 견제해야 할 제1야당이 내부의 적과 싸우느라 대여투쟁 동력을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실제로 국민의힘 정책위원회와 여의도연구원은 지난 20일 국회에서 이재명정부 2년 차 실정 평가 토론회를 열었다. 경제와 외교·안보 정책 등의 문제를 지적하며 대여 공세를 예고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정치권의 관심은 같은 날 벌어진 국민의힘 내부의 징계와 당협위원장 재선출 논란에 집중됐다. 당 지도부를 둘러싼 내홍으로 스스로 모든 이슈를 덮어버린 셈이다.
◆"지금은 대여투쟁·통합할 때"…의총, 당협 전면 재선출에 반대
가장 논란이 된 것은 당협위원장 재선출 문제다. 국민의힘 장동혁 지도부는 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 전국 당협위원장을 일괄적으로 임기 종료 처리한 뒤 지역 책임당원 등의 투표를 거쳐 다시 선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역 국회의원이 맡고 있는 당협도 예외로 두지 않고 다시 당협위원장을 투표를 통해 선출한다는 설명이다.
당규상 당협위원장은 매 짝수년 8월 말까지 선출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별다른 문제가 없는 기존 당협위원장은 지역 당협 운영위원회의 재선출과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사실상 자동 유임되는 것이 관행이었다.
장 대표의 구상이 현실화하면 사고 당협 32곳과 앞선 당무감사에서 교체가 권고된 27곳뿐 아니라 전국의 기존 당협위원장까지 모두 재심사 대상에 오르게 된다. 당협위원장이 지역 책임당원과 선거 조직을 관리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단순한 조직 정비를 넘어 차기 전당대회와 총선 공천을 겨냥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국민의힘 정책위원회와 여의도연구원이 연 이재명 정부 2년차 평가 토론회 '벼랑 끝 서민·중산층, 흔들리는 대한민국'에 참석해 인사말하고 있다. 왼쪽은 같은 당 정점식 원내대표. 연합뉴스
익명을 요구한 대구 지역 의원실의 보좌진은 영남일보 기자와 만나 "사고 당협(공석)이 아니라면 지역 당협에서 일정 절차만 거쳐 자동 유임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당협위원장 교체를 위해 사실상 당무감사를 하는 듯한 모습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문화된 당헌·당규를 찾아내 다시 일반적으로 적용시킨다는 것인데 (장 대표 지도부는) 그렇게 비판하던 민주당의 모습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따져 물었다.
때문에 전날 최고위원회와 의원총회 등에서 격론이 벌어졌고 21일 의원총회에서는 '당협위원장 당원투표 재선출' 방안에 사실상 반대 의견을 모았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현역 의원들은 전 당원 또는 책임당원 투표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지금 전면적인 선거를 실시하면 당원 간 갈등이 커지고 지역 조직이 분열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다만 의원들은 정점식 원내대표를 통한 의견 전달만 가능하고, 당권파가 다수인 현재 최고위원회 구성상 의결을 막을 수는 없을 전망이다. 때문에 당 지도부는 이르면 다음주 첫 최고위원회의(24일)에서 이를 밀어붙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도부는 정치적 개혁의 일환이라고 해명했다. 국민의힘 정희용 사무총장은 전날 영남일보 기자와 만나 "당원들을 (당의 활동에) 참여시키는 당 대표 지도부의 정치적 개혁 노력"이라며 "(이미 지역을 충분히 관리한) 현역 국회의원들인 만큼 투표가 무슨 문제가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비당권파 4명 무더기 중징계…친한계 넘어 중진·구주류도 반발
여기에 중앙윤리위원회의 무더기 징계까지 겹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국민의힘 윤리위는 전날 밤 권영진(대구 달서구병) 의원에게 당원권 정지 1년6개월을 비롯해, 조경태 의원에게 당원권 정지 2년6개월, 진종오 의원에게 2년, 서범수 의원에게 10개월의 징계를 각각 의결했다.
지도부는 당의 질서와 품위를 훼손한 행위에 대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징계 대상 4명이 모두 장 대표와 거리를 둬온 비당권파라는 점에서 징계 수위의 정치적 의도를 둘러싼 반발이 거세다. 권 의원은 윤리위를 장동혁 지도부의 '사냥개'라고 지적한 뒤 "장동혁과 당권파를 비판하고 퇴진을 주장하는 의원들의 입을 틀어막기 위한 '비열한 정치보복성 징계'"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를 비롯한 참석 의원들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앞서 2차 종합특검의 보복 기소를 규탄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징계가 유지되면 조 의원과 진 의원은 당원권 정지 기간이 2028년 4월 총선을 넘기게 된다. 권 의원도 2028년 2월쯤 당원권이 회복되지만 통상적인 공천 신청·심사 일정과 맞물려 국민의힘 공천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서 의원은 징계 기간만 놓고 보면 차기 총선 출마가 가능하다.
반발은 친한계와 비당권파를 넘어 구주류와 중진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나경원 의원은 징계 시점과 수위가 지도부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조정을 촉구했고, 김기현 의원은 이재명정부의 공포 정치를 답습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윤상현 의원 역시 정적을 제거하기 위한 징계 정치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 무리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당권파로 분류되는 김재원 최고위원마저 "징계 수위가 국회의원들이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준다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김태호 의원은 "국민의힘 재건은 특정인의 당권을 강화하는 데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며 "징계의 칼보다 통합의 손을 먼저 내밀어야 한다"고 밝혔다.
우재준 최고위원은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징계와 당협 교체 모두 핵심이 지금 그걸 할 시기가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라며 "지금은 대여 투쟁을 더 열심히 해야 하는 시기이고, 대여 투쟁을 함께할 사람들을 모아 보수의 파이를 넓히고 힘을 합쳐야 할 때다. (이들이 추진될 경우) 보수 내부 분란만 더 커질 것이기 때문에 현실적·실무적으로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명분 차원에서도 당 지도부가 총선 공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중대한 변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지금 지도부는 총선 준비를 위한 권위를 위임받지 못했다"며 "정말 (당협위원장 교체를) 하고 싶다면 전당대회 때 공약으로 들고나왔어야지, 그렇지 않다면 손대면 안 되는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벌써부터 당내 최대 주주인 대구경북(TK) 현역의원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당 지도부 일원을 제외하면 이같은 당의 상황에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지역 의원은 찾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즉 공천이 곧 당선으로 이어지는 지역 정치 구조 속에서 차기 공천과 주요 당직을 의식해 지도부에 침묵하거나 편승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재훈
서울정치팀장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