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계석 한국예술비평가회 회장
경쾌하고, 신나고, 물씬한 비엔나 풍이다. 오페라는 알겠는데 오페레타는 뭐야? 궁금증을 안고 도착한 청중들, '경기병 서곡'을 들려주면 주페를 모르지 않겠지만, 음악전문가도 오페레타 쓴 것을 얼마나 알까?
국내에 한 번도 소개되지 않은 초연작을 들고 무대를 만든다는 것에는 이처럼 모험 같은 도전 없이는 불가능하다. 특히 흥행을 생각한다면 언감생심. 그러나 영남오페라단 창단 42주년 기념작 '딸은 열, 아들은?'은 소통을 해냈다. 오페라는 어렵다는 벽 하나를 깬 것이다.
무대 디자인의 품격과 왈츠 등 비엔나의 물씬한 정서와 탐미의 음악이 관객을 무장해제시켰다. 스토리 자체가 복선을 많이 깔고 무거운 것이 아니어서 젖먹이 때부터 TV드라마를 평생 보아온 우리 국민들께선 이 정도는 눈치로 그냥 읽어 내는 것이 아닌가. 이는 제작진의 땀과 열연이 가사를 뛰어넘는 소통문자를 관객에게 쉴 새 없이 던진 게 바탕이 됐다.
연출도 영상기법 등 모든 화력을 소통에 뿜어냈다. 코미디가 웃기지 않으면 고통이듯 이 작품에서 폭소를 잃는다면 식은땀이다. 그러나 아리아와 중창은 원어의 질감을 살려 예술성을 높이고, 대사와 연기는 웃음 유발의 조미료로 쓴 것이 주효했다. 경기 불황에 모처럼 웃음 오페라 등장이 시기적으로도 맞아떨어진 것은 행운이다. 무엇보다 국립이나 시립, 오페라하우스가 아닌 민간 단체가 초연작을 올려 행복감을 준 것은 젊은 단장에 대한 기대값이다.
지역을 강조해 팔공산으로 끌고는 왔으나 로컬성이 약해 무리할 필요는 없었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티켓 흥행을 목표로 하지 않았기에 가능한 공연이었지만, 앞으로 촘촘한 기획과 마케팅, 문화재단 등과 협업한다면 대구발 오페레타의 전국화 가능성도 예상된다. 따라서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더 많은 작품들이 용기 있게 나타나 매너리즘에 빠진 글랜드 오페라의 위기를 오페레타가 열어주었으면 한다.
연출, 각색을 총괄한 이수경 단장 그 자신이 비엔나 수학의 꿈을 이루었고, 우리에겐 초연작의 자신감을 심어준 것이 성과다. 다시금 발상의 전환이 필요함을 일깨워 준 성공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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