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함께사는세상 주최 ‘모두페스티벌’
3~15일 소극장 함세상·봉산문화회관
축제 준비 전 과정에 발달장애인 참여
휠체어석 등 배리어프리 시설도 늘려
무대 뒤에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 편의 공연이 오르기까지 수많은 사람의 고민과 시도가 쌓입니다. '소·극·장 에피소드'는 그중에서도 비주류의 이야기를 들여다봅니다. 장애·성(性)·인종 등 다름이란 명사로 비껴나 있던 소수자들과 그 경계를 허무는 극장을 찾아갑니다. 보다 많은 사람이 함께할 수 있는 공연과 이를 통해 펼쳐질 새로운 세상을 상상해보고자 합니다.
'모두페스티벌'을 주최·주관하는 극단 함께사는세상의 탁정아 대표. 탁 대표는 "지역 관객들이 장애예술을 향유하는 동시에 장애인 관객이 '나도 예술을 할 수 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전했다. 조현희기자
장애인에게 예술 향유란 낯선 일이다. 이동권, 일자리, 자립 등 생존과 직결되는 권리를 확보하는 일이 시급해 관심 갖기 어렵고, 기회 역시 닫혀 있다. 비장애인은 의지만 있으면 예술을 경험하고 배울 수 있지만 장애인은 그렇지 않다. 공연장에 찾아가고, 작품을 관람하고, 무대에 서기까지 수많은 장벽이 놓여 있다.
극단 함께사는세상이 주최·주관하는 '모두페스티벌'은 이런 장벽을 허무는 지역 공연예술축제다. 2015년 '함께 사는 장애인 연극제'로 시작한 축제는 2021년 '모두페스티벌'로 이름을 바꾸며 장애인·비장애인 모두가 함께 즐기는 축제로 의미를 넓혔다. 올해는 '모두 예술, 권리예술'이라는 슬로건 아래 오는 3일부터 15일까지 대구 소극장 함세상 및 봉산문화회관에서 개최된다. 발달장애인들이 주체가 되어 공연은 물론 축제 준비 전 과정에 참여한다.
탁정아 극단 함께사는세상 대표는 "장애인이 연극하는 일 자체를 많은 사람이 생각해 본 적 없을 것이다. 장애인들에게도 예술에 대한 기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지역 관객들이 장애예술을 향유하는 동시에 장애인 관객이 '나도 예술을 할 수 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축제의 취지를 설명했다.
레인보우 연극단의 '레인보우 인간극장 2' 연습 모습.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이 자신들의 삶과 일상을 이야기하는 극이다. 조현희기자
올해 축제의 정체성은 '당사자성'이다. 장애예술도 하나의 예술활동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고 장애인 당사자들이 주체가 되는 데 의미를 뒀다. 특히 보호자의 결정에 따라 삶이 좌우되는 경우가 많은 발달장애인들이 의견을 개진하도록 했다. 공연의 경우 연기뿐 아니라 작·연출 등 다양한 역할에 참여한다. 이들이 성취를 통해 자기효능감을 느낄 수 있도록 축제의 사회자 역시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정했다.
축제 기간 공연으로는 △대구 출신 전태일 열사의 삶을 장애인·비장애인이 함께 풀어낸 음악서사극 '네 이름은 무엇이냐'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연극단 우리의 '혹부리 영감' △장애인 부모가 모여 선보이는 '차별장례식' △레인보우 연극단의 '레인보우 인간극장 2' 등 12개의 작품이 오른다. 특히 개막 공연인 '네 이름은 무엇이냐'에는 장애인의 일할 권리에 대한 내용이 더해졌다. 이 밖에도 축제 기간 장애인 당사자가 장애인의 연애 고민에 대해 유쾌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영상 콘텐츠가 상영되고, 지역 장애 예술축제를 주제로 한 포럼이 개최된다.
개막이 다가오며 참가팀들은 주말까지 반납하며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매일 강도 높은 연습이 이뤄지지만 힘든 내색 한번 하지 않는다. 지난 8월 26일 찾은 레인보우 연극단의 '레인보우 인간극장 2' 연습 현장에서는 발달장애인 창작진들이 두 시간 넘게 이어지는 연습에도 지친 기색 없이 호흡을 맞추고 있었다. '레인보우 인간극장 2'는 극에 참여하는 당사자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발달장애인의 삶과 일상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이날 이곳에서 만난 배우 곽유미(29)씨는 "개막 공연 '네 이름은 무엇이냐'의 주인공인 전태일 열사 역을 맡아 뿌듯하다"며 "연극하게 된 지는 5년이 넘었지만 많은 사람과 소통하며 작품을 만들 수 있어 늘 즐겁고 많이 배운다"고 말했다. 이어 "감정 연기가 좀 더 섬세해진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내년에 새로운 작품으로 관객들과 또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장애인도 함께하는 축제인 만큼 작품들이 오르는 공연장은 '배리어프리(Barrier-free)' 편의시설을 갖췄다. 완만한 경사로, 자동문, 점자블록, 휠체어 이용이 가능한 화장실 등이 마련돼 있다. 봉산문화회관의 경우 5석이었던 휠체어석을 축제기간 17석으로 늘렸다. 탁 대표는 "예술은 누구나 누려야 하는 권리인 만큼 장애인도 예술가이자 관객으로서 동등하게 즐길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됐으면 한다"며 "축제가 장애인을 차별의 대상이 아닌 동료 시민으로 인식하는 발판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올해 '모두페스티벌'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의 후원으로 진행된다. 행사는 극단 함께사는세상을 비롯해 대구 동구·중구·북구·수성구와 지역 장애인 관련 단체가 공동으로 주관한다.
포스터
조현희
문화팀 조현희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