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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르포] 커피 한 잔 값으로 ‘최애’ 뽑기…2030 일상 파고든 ‘뽑는 재미’

2026-09-01 18:06

데이트·약속 사이 즐기는 ‘짧은 놀이’
대구 관련 업소 1년 새 14.8% 늘어
“꽝 없는 소확행으로 젊은층에 인기몰이”

지난달 31일 오후 8시쯤 대구 중구 동성로의 한 가챠숍이 가챠를 즐기려는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김민진 수습기자

지난달 31일 오후 8시쯤 대구 중구 동성로의 한 가챠숍이 가챠를 즐기려는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김민진 수습기자

지난달 31일 오후 8시쯤 대구 중구 동성로 한 가챠숍. 벽면을 가득 채운 수십 대의 기계 앞에서 손님들이 한참을 서성였다. 친구와 캐릭터를 하나씩 비교하는가 하면 혼자 매장을 찾은 이들도 눈에 띄었다. 한 이용객이 레버를 돌린 뒤 캡슐을 열자 원하는 캐릭터가 아니었던 듯 짧은 탄식이 터져 나왔다. 잠시 뒤 그는 일행과 웃으며 다시 기계들을 둘러봤다.


'가챠'는 자판기에 돈을 내고 무작위로 장난감이나 캐릭터 상품을 뽑는 방식의 놀이를 일컫는다. 동전을 넣고 손잡이를 돌릴 때 나는 소리를 표현한 일본어(의성어) '가챠가챠'에서 유래했다.


이날 취재진이 찾은 가챠숍은 인근에서 데이트를 하다, 영화를 보러 왔다가, 약속 상대를 기다리다 잠시 매장에 들른 젊은 이용객이 많았다. 가챠가 2030세대 사이에서 일상에서 가볍게 즐기는 '짧은 놀이'로 스며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이예진(여·24·수성구)씨는 "친구들과 놀거나 약속 시간에 누군가를 기다릴 때 가챠숍에 들어가면 시간이 잘 간다. 길을 가다가 매장이 보이면 뭐가 있나 한번 둘러보는 편"이라고 했다. 이어 "일반 피규어는 몇만원씩 해 부담스러운데 가챠는 5천~6천원이면 좋아하는 캐릭터를 뽑아볼 수 있다"며 "평소에는 1만원 정도 쓰지만 갖고 싶었던 헬로키티 제품을 뽑으려고 2만5천원 정도 쓴 적도 있다"고 했다.


지난달 31일 오후 8시쯤 대구 중구 동성로의 한 가챠숍에서 시민들이 가챠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김민진 수습기자

지난달 31일 오후 8시쯤 대구 중구 동성로의 한 가챠숍에서 시민들이 가챠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김민진 수습기자

게임을 즐기는 진입 장벽도 낮아졌다. 예전처럼 지폐를 동전으로 바꿔야만 할 수 있는 기계뿐 아니라 카드 결제 단말기가 달린 기계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기계 안에 들어 있는 상품 가격도 대체로 3천~1만원 수준으로 다양한 편이었다. 이효은(여·22·수성구)씨는 "좋아하는 캐릭터를 뽑는 재미가 있다. 카드로 바로 결제할 수 있는 기계가 많아져 예전보다 이용하기 편해지고, 상품 종류도 다양하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동성로 스파크랜드 3층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펼쳐졌다. 애니메이션 피규어와 굿즈를 구경하던 젊은 층은 자연스럽게 양쪽 끝의 가챠 코너로 발길을 옮겼다. 한 커플은 "또 똑같은 게 나올 것 같다"며 연달아 기계를 돌리다 원하는 상품이 나오자 웃음을 터뜨렸다. 한 학생은 한 캐릭터 가챠 기계를 가리키며 친구에게 "나는 이 제품 라인은 다 모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가챠숍 매장 측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가챠 문화를 체감하고 있었다. 동성로 한 가챠숍에서 기계를 관리하는 남상윤(27)씨는 "주 이용객은 10대 후반부터 20대이고 30대 초반 손님도 적지 않다"며 "주말에는 기계 안에 상품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루에도 4~5번 상품을 채운다. 산리오나 먼작귀, 인기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 제품은 특히 소진 속도가 빠르다"고 말했다.


가챠 유행에 힘입어 관련 업종도 최근 증가세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TASIS)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대구에서 영업 중인 장난감가게(가챠숍·인형뽑기방 등 포함) 업종은 모두 163곳이다. 전년 동월 대비(142곳) 약 14% 증가했고, 2021년 같은 기간보다 약 30% 늘었다.


31일 오후 8시 대구 중구 동성로 스파크랜드 3층에서 방문객들이 가챠 코너를 둘러보고 있다. 동경민 수습기자

31일 오후 8시 대구 중구 동성로 스파크랜드 3층에서 방문객들이 가챠 코너를 둘러보고 있다. 동경민 수습기자

이 같은 인기 요인에 대해 계명대 박해남 교수(사회학과)는 적은 비용으로 짧은 시간 안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가챠 특유의 구조적 특성을 꼽았다. 박 교수는 "한때 유행했던 인형뽑기는 돈을 쓰고도 아무것도 얻지 못할 수 있지만 가챠는 원하는 제품이 아닐 뿐 일단 상품은 나온다는 점에서 사실상 '꽝'이 없다"며 "현재 20~30대는 일본 애니메이션 등에 친숙한 세대라는 점에서 좋아하는 캐릭터를 소장하려는 굿즈 소비문화와도 가챠의 인기가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대 박은아 교수(심리학과)는 소비자의 흥미를 자극하는 '랜덤성'에 주목했다. 가챠의 결과가 운에 맡겨져 있음에도 소비자는 뽑는 과정에서 자신의 운을 통제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다. 박 교수는 "원하는 것이 나오지 않으면 '다음에는 나오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생기고, 실제 원하는 상품을 뽑았을 때는 통제감과 성취감을 느끼게 된다"며 "특히 젊은 층은 소비에서 실용성도 물론 중요하지만, 재미와 경험 자체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어 가챠도 단순한 상품 구매가 아닌 하나의 놀이로 받아들이는 측면에서 지갑을 쉽게 여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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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화

사회1팀 조윤화 입니다. 중구 동구 시민단체 복지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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