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60901029145876

TK 집어삼킨 ‘3개 권역’ 논리…TK 패싱 고착화되나

2026-09-01 22:14

대학평가 ‘톱2’ 경북대… ‘권역의 벽’ 막혔다
부울경과 한 묶음…국책사업마다 경쟁
3권역 논리에 “TK 패싱 구조 고착화 우려”

그래픽=염정빈 그래픽 디자이너, 사진=경북도 제공·연합뉴스

그래픽=염정빈 그래픽 디자이너, 사진=경북도 제공·연합뉴스

산업에 이어 교육에서도 'TK 패싱'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면서 이재명 정부의 국가균형성장 전략에서 대구경북(TK)이 구조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특히 '5극 3특'에서 독립된 축인 대경권(대구·경북)이 정작 대형 국책사업에서는 부산·울산·경남과 하나의 권역으로 묶이는 '3개 권역' 논리가 잇따라 작동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같은 구도가 반복되면서 'TK 패싱'이 일회성이 아닌 구조적 문제로 고착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객관적 지표로 '톱2'인데 '왜?'


그래프=클로드

그래프=클로드

1일 대구시와 지역 교육계 등에 따르면, 국내외 대학평가에서 경북대와 부산대는 9개 거점국립대 가운데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공신력 있는 대학평가 지표 중 하나인 'THE 세계대학순위 2026'에서 경북대와 부산대는 나란히 501~60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전남대와 전북대가 801~1천위권으로 뒤를 이었고, 충북대와 충남대는 1천1~1천200위권, 경상국립대·제주대·강원대는 1천201~1천500위권에 각각 분포했다. THE는 200위 이하 대학의 순위와 종합점수를 구간으로 발표한다.


세부 지표에서는 경북대 경쟁력이 더욱 두드러졌다. 경북대는 5개 평가 지표 가운데 연구의 질(51.0점), 산업협력(96.1점), 국제화(52.3점) 등 3개 부문에서 9개 거점국립대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교육(34.8점)과 연구환경(38.5점)에서도 부산대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THE와 함께 세계 주요 대학평가로 꼽히는 'QS 세계대학순위 2027'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부산대가 공동 449위로 9개 거점국립대 중 가장 높았고, 경북대가 공동 481위로 뒤를 이었다. 이어 전북대 공동 677위, 전남대 781~790위, 충남대 801~850위, 충북대 951~1천위 등의 순이다.


국내 대학 종합평가에서도 경북대와 부산대는 양강 체제를 형성했다. '2025 중앙일보 대학 종합평가'에서 두 대학은 공동 21위로 9개 거점국립대 중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전북대가 26위, 충남대 28위, 전남대 30위로 뒤를 이었고 강원대·충북대·경상국립대·제주대는 30위권에 들지 못했다.


이처럼 각종 국내외 대학평가에서 경북대는 부산대와 함께 일관되게 1·2위권을 형성했지만,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특히 최종 선정 대학이 영남·호남·충청권에서 각각 한 곳씩 나오면서 대학 자체 경쟁력보다 '3개 권역'에 따른 지역 안배가 우선 작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객관적인 교육·연구 역량을 갖춘 대학을 집중 육성해 '서울대에 버금가는 대학'을 만들겠다는 사업이 결국 권역별 안배에 무게를 두면서 당초 취지가 퇴색했다는 지적이다.


경북 지방시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경북대 하혜수 교수(행정학부)는 "3개 대학을 뽑는다면 세계 대학순위나 연구력 등 대학 경쟁력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를 기준으로 서울대 수준에 근접한 대학부터 지원해야 했다"며 "정치적 판단이나 보여주기식 선정이 앞선다면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당초 취지와 본질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대경권 어디 가고…'영남권'에 갇힌 TK


경북대 탈락으로 그동안 우려에 머물렀던 '권역의 벽'이 현실로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5극 3특을 뛰어넘은 3개 권역 중심 전략을 잇따라 제시하면서 대구경북이 인구·경제 규모가 더 큰 부산·울산·경남과 한정된 몫을 놓고 경쟁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비수도권을 3개 권역으로 묶는 방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반도체를 비롯한 산업계 메가 프로젝트에서도 정부는 중부·서남·동남권 등 3개 권역을 중심으로 사업을 배분했다. 중부·서남권에 수십조·수백조원 규모 초거대 프로젝트가 각각 배정된 반면, 대구경북은 부울경과 동남권으로 묶여 훨씬 작은 규모의 피지컬 AI 프로젝트를 공동 추진하는 역할에 그쳤다.


이 같은 권역 구분은 지역 인구와 경제 규모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2025년 9월 기준 대경권 인구는 487만명으로 충청권(556만명)에 육박하고, 광주·전남권(318만명)보다는 169만명 많다. 2024년 지역내총생산(GRDP) 규모 역시 대경권은 210조원으로 광주·전남(159조원)을 웃돈다. 대경권 자체만으로도 독립된 경제권으로 기능할 만한 체급을 갖춘 셈이다. 그럼에도 인구 755만명, GRDP 366조원 규모 부울경과 하나의 권역으로 묶이면 대구경북은 대형 국책사업마다 훨씬 큰 부울경과 권역 내 한정된 몫을 놓고 경쟁해야 한다. 이번 경북대 탈락으로 구조적 불이익에 대한 지역사회의 우려를 더 이상 단순한 기우로 치부하기 어려워졌다는 지적이다.


김현덕 경북대 산학협력처장(IT대학 전자공학부 교수)은 "대경권 자체로도 호남권이나 충청권에 견줄 만한 기반을 갖췄는데, 부울경과 하나의 권역으로 묶이면 예산 배분이나 국책사업, 기업 투자 유치 등에서 여러모로 불리해질 수 있다"며 "3개 권역 중심 체계가 굳어지면 대구경북은 결국 거대한 영남권 안에 갇힐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3초광역 수도권'…TK 패싱 공식 되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3개 권역 구도의 뿌리를 정부가 올 초 발표한 '국토공간 대전환 프로젝트'에서 찾는다. 지난 2월 김민석 당시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1회 국토공간 대전환 범정부 협의회'에서 정부는 '3개 초광역 수도권' 구상을 처음 제시했다. 세종을 정치·행정 기능을 아우르는 행정수도로 완성하는 한편, 5극 3특 특화성장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전국에 3개 초광역 수도권을 조성한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5극 3특 권역별 성장체계가 충분히 자리 잡기도 전에 이보다 큰 3개 권역 구상이 개별 국책사업의 선정·배분 기준으로 작동할 경우다. 5극 3특에서는 독립된 한 축인 대경권이 실제 사업 집행 단계에서는 부울경을 포함한 더 큰 남부권 또는 영남권의 일부로 편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3개 권역 논리는 산업계 메가프로젝트에서 등장한 데 이어 이번'서울대 10개 만들기 선정 과정에서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선정 단계부터 '초광역 수도권 발전전략과의 정합성'을 최우선 고려요소로 지목했고, 실제 결과 역시 영남·호남·충청권에서 각각 한 곳씩 선정되는 구도로 귀결되면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대경권이 독자적인 성장축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부울경을 포함한 거대 남부권의 일부로 편입되는 구조가 고착화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나아가 3개 초광역 수도권 구상이 향후 주요 국책사업에서 대구경북을 지속적으로 소외시킬 수 있는 논리적 기반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북대 본관 전경. 경북대 제공

경북대 본관 전경. 경북대 제공

김현덕 교수는 "산업계 메가 프로젝트에 이어 서울대 10개 만들기에서도 3개 권역 중심의 접근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이 체계가 굳어지면 모든 국책사업에서 대구경북이 지속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사회에선 이 같은 권역 논리가 향후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다른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자원 배분 과정으로까지 확산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특히, 행정통합 여부나 정치적 상황에 따라 특정 지역에 정책적 인센티브가 집중될 경우 대구경북은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


대구 지방시대위원장인 하세헌 경북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이번 서울대 10개 만들기와 산업계 메가 프로젝트에서 나타난 것처럼 국책사업은 정치적 논리나 당리당략이 아니라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며 "행정통합 여부나 정치적 상황에 따라 특정 지역에 혜택을 주거나 불이익을 주는 식의 지역 안배가 국가사업 선정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기자 이미지

이승엽

대구시청 경제부서와 산업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작은 목소리도 끝까지 듣겠습니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경제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