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로 1가에 있는 '희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수장고에서 만난 서혁수 대표가 이재명 대통령의 여성인권평화재단 설립 계획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여성인권평화재단 설립에 앞서 왜 이 기관이 필요한지,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를 고민해봐야 합니다."
지난 20일 취재진과 만난 대구 위안부 역사관 '희움'(중구 서문로 1가)의 서혁수 대표는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역사적 진실을 기록·보존하기 위해 설립하려는 '여성인권평화재단'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표출했다. 단순한 조직 신설을 넘어, 진정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에 앞장설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 특히, 지역 위안부 역사관 자료 관리와 운영 기반을 오히려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을 크게 우려했다.
서 대표는 "재단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건 아니다. 생존 피해자가 극소수만 남은 상황에서 피해자 증언과 관련 자료를 체계적으로 보존·연구할 안정적 조직이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현재 설립하려는 재단이 피해자 문제 해결보다 새 국가기관을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아, 정체성과 실효성이 무엇인지부터 꼼꼼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며 "재단 설립 자체가 국가의 책임을 다하는 건 아니라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여성인권평화재단의 자료 수집과 관리 방식을 체계적으로 정립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재단 설립을 골자로 한 위안부피해자법 개정안에 명시된 국가기관·교육기관·연구단체 등에 자료 열람·복사·대여·위탁 전시를 요청할 수 있다는 조항 때문이다. 자료 대여 범위와 기간, 훼손·분실 시 책임, 복제본 공개 및 2차 이용 권한 등이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다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서 대표는 "희움 수장고에는 피해자들 증언 기록과 압화, 그림, 자필 편지 등 국가기록원 관리 대상 기록물 약 940점이 있다. 이용수(98) 할머니가 편지와 그림을 맡긴 것도 희움을 믿었기 때문"이라며 "이 개정안을 보면 대구 등 지역 곳곳 위안부 자료를 기록하고 보존하겠다는 의미보다, 희움 같은 지역 역사관이 오랫동안 축적한 자료를 흡수하거나 대체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이어 "구체적으론 위안부 자료 원본은 지역 역사관이 관리하고, 장비 지원이나 전문기관의 스캔을 통해 재단과는 디지털 자료만 연계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재단과 지역 역사관 간 갈등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현 개정안에는 재단이 '자발적으로 기탁되는 기부금품을 사업 목적에 부합하는 범위에서 받을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시민들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지역 역사관과 한정된 후원금을 두고 경쟁하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서 대표는 "희움은 별도 운영비를 지원받지 않은 채 후원금으로 운영된다. 국가가 출연하고 대표성까지 갖는 재단이 민간 기부금까지 받기 시작하면, 각자 후원금을 차지하려는 밥그릇 싸움이 될까 걱정된다"며 "정부 역할은 지역단체 후원을 흡수하는 게 아니라, 지역 역사관이 장기간 활동할 수 있도록 인건비와 운영비, 공간 및 기록관리 비용을 안정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 서 대표는 "모든 피해자를 동등하게 기록하고 기억하기 위한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제도적 방안이 마련되기 전까진 현재 재단 설립안에 동의하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재단을 서둘러 만들 게 아니라, 무엇이 선행돼야 하는지 가치적 판단을 내리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조윤화
사회1팀 조윤화 입니다. 중구 동구 시민단체 복지 맡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