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새 환자 2배 급증한 ‘침묵의 만성콩팥병’… 정기 혈액·소변 검사로 골든타임 지켜라
구병원 신장내과 김성호 원장.
"평소 아무런 증상이 없어서 건강한 줄 알았는데, 갑자기 콩팥 기능이 떨어져 투석을 준비해야 한다니 믿기지 않습니다."
수명이 늘어나고 당뇨병, 고혈압 같은 만성 질환이 급증하면서 콩팥병 환자 수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최근 10년 사이 환자 수가 2배 이상 증가했을 정도다. 통계에 따르면 성인 약 8.4%가 만성콩팥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나이가 들수록 위험은 더 커져 70대 이상에서는 4명 중 1명(약 25%)이 만성콩팥병 상태다.
하지만 상당수 환자는 자신이 콩팥병이라는 사실조차 모른 채 병을 키운다. 콩팥은 기능이 심각하게 손상될 때까지 별다른 이상 신호를 보내지 않는 '침묵의 장기'이기 때문이다. 구병원 신장내과 김성호 원장의 도움말로 콩팥 건강의 위험 요인과 예방법을 알아본다.
◆콩팥은 왜 나빠질까… 원인 70%는 '당뇨와 고혈압'
만성콩팥병을 일으키는 가장 큰 주범은 당뇨병과 고혈압이다. 전체 원인의 70%가량을 차지한다. 이밖에 사구체신염(신장염), 통풍, 콩팥에 큰 물혹이 생기는 유전 질환인 다낭신, 과도한 약물 남용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노화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콩팥 기능은 40세 이후부터 매년 약 1%씩 자연적으로 줄어든다. 이 때문에 특별한 질병이 없어도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만성콩팥병 진단 기준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김성호 원장은 "노화로 인한 콩팥 기능 감소는 진행 속도가 느려 투석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으므로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내 콩팥 기능 확인… 핵심은 '사구체여과율'
콩팥 기능을 확인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피검사로 혈액 속 노폐물 농도를 측정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지표가 혈액요소질소(BUN)와 크레아티닌(Creatinine)이다.
혈액요소질소는 단백질이 간에서 요소로 바뀐 뒤 배설되는 노폐물이고, 크레아티닌은 근육 활동 후 생겨나 콩팥으로 걸러지는 노폐물이다. 하지만 혈액요소질소는 단백질 섭취량이나 간 질환, 탈수 상태 등에 따라 수치가 변할 수 있다. 따라서 콩팥 기능을 정확히 평가할 때는 크레아티닌 수치를 주로 활용하며,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에서도 크레아티닌을 측정한다.
다만 크레아티닌은 근육량에 비례하므로 나이와 성별에 따라 기본 수치가 다르다. 이를 보정한 수치가 바로 '사구체여과율(GFR)'이다. 사구체여과율은 콩팥이 1분 동안 노폐물을 걸러내는 혈액량을 뜻한다. 이 수치가 분당 60mL 이하로 떨어져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콩팥병'으로 진단한다.
◆갑자기 나빠진 콩팥, 원인 제거하면 회복 가능
콩팥 기능이 갑작스럽게 떨어지는 상태를 '급성콩팥손상(급성신손상)'이라고 부른다.
주로 설사나 구토, 식사량 부족으로 인한 심한 탈수, 과도한 출혈이나 저혈압으로 콩팥에 혈액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을 때 발생한다. 소염진통제 등 콩팥에 독성이 있는 약물을 남용하거나, 전립선비대증·요로결석 등으로 소변 배출 길이 막혔을 때도 생길 수 있다. 급성콩팥손상은 원인을 찾아 신속히 치료하면 대부분 이전 상태로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
반면, 만성콩팥병은 콩팥 기능이 서서히 떨어지며 진행하는 질환이다. 사구체여과율 수치에 따라 단계를 나눈다.
3기(30~59mL/분)는 주기적인 검사를 받고 합병증 관리와 식단 조절을 시작해야 한다. 4기(15~29mL/분)는 더욱 철저한 식단 관리가 필수다. 빈혈과 전해질 불균형을 적극적으로 치료하며, 향후 필요한 투석이나 신장이식에 대한 교육과 준비를 시작한다. 5기(15mL/분 미만)는 투석이나 신장이식 같은 신대체요법을 시행해야 하는 단계다.
콩팥 기능이 나빠지면 혈압이 지속적으로 올라가고 빈혈이 심해진다. 약물 배설 능력이 떨어져 약물 부작용 위험이 커지며, 당뇨병 환자는 저혈당에 자주 빠지게 된다. 따라서 소염진통제 등 콩팥에 해로운 약물 사용을 제한하고 용량을 조절해야 한다.
5기에 도달하면 쉽게 피로를 느끼고 식욕이 떨어지며 메스꺼움, 가려움증 같은 유독 증상이 심해진다. 이런 증상이 본격화되기 전에 투석이나 이식을 준비해야 안전하다.
◆국가건강검진만 잘 받아도 예방 가능
투석(Dialysis)은 혈액 속 노폐물만 분리해 투석막으로 걸러내는 치료법으로, 크게 '혈액투석'과 '복막투석'으로 나뉜다.
혈액투석은 혈액을 몸 밖으로 빼내 반투과성 투석막으로 노폐물과 수분을 걸러낸 뒤 다시 몸속으로 넣어주는 방식이다. 분당 200mL 이상의 많은 혈액을 순환시켜야 하므로 단단한 혈관을 만드는 수술이 필요하다.
보통 국소마취 후 팔의 동맥과 정맥을 연결하는 '동정맥루 수술'을 진행한다. 수술을 받으면 높은 압력의 동맥 피가 정맥으로 흘러 들어가 혈관이 두껍고 튼튼해진다. 단, 수술 후 혈관이 자라는 데 1~2개월이 걸리므로 투석이 임박하기 전에 미리 수술을 받는 것이 좋다. 자기 혈관이 약하면 인조혈관을 이식하기도 한다.
준비 없이 응급으로 투석해야 할 때는 목의 큰 정맥에 도관을 삽입해 투석을 시작한다. 하지만 도관 투석은 감염이나 막힘 위험이 크고 생활이 불편하므로, 미리 혈관 수술을 받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
김성호 원장은 "미래의 투석 수술을 대비해 덜 사용하는 팔의 혈관을 평소에 보호할 필요가 있다"며 "피검사나 주사는 밥 먹을 때 주로 쓰는 팔에 맞고, 수술할 팔에는 바늘을 찔러 혈관이 손상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김 원장은 "콩팥병은 국가건강검진에 포함된 기본 소변 검사와 혈액 검사만으로도 충분히 이상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며 "특히 당뇨나 고혈압이 있다면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으로 소변의 단백뇨 여부와 혈액의 사구체여과율 수치를 확인하는 것이 콩팥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당부했다.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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