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임금과 대상·기준 엇갈려 현장 혼선
인건비 정부 지원 없어…재정 여력 따라 지역 격차 우려
대구 생활임금 올해 1만2천11원, 기준보다 615원 낮아
전국 주요 지역 생활임금과 적정임금 비교표. 인포그래픽=클로드
내년부터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의 118% 이상을 지급하라는 정부의 적정임금 기준이 적용된다. 하지만 이미 시행 중인 생활임금과 대상·기준이 중복될 가능성이 있고, 누구에게 어디까지 적용할지도 정해지지 않아 현장의 혼선이 예상된다.
◆최저임금 118% 권고, 생활임금과 경계 모호
행정안전부는 적정임금 기준으로 최저임금의 118% 이상을 권고했다. 2027년 최저임금(시급 1만700원)으로 환산하면 1만2천626원 이상이다. 적정임금은 법적 강제사항이 아닌 권고다.
제도상으로는 두 기준의 출발점이 다르다. 생활임금은 지방자치단체 조례를 근거로 지역 여건과 노동자 생활 수준 등을 고려해 정한다. 반면 적정임금은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제시한 기준이다.
하지만 실제 금액에서는 두 기준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다. 2027년 생활임금을 확정한 지자체 상당수가 적정임금 수준에 맞춰서다. 인천시와 대전시, 경기 시흥시는 내년 생활임금을 시급 1만2천630원으로 정했다. 사실상 적정임금 기준과 같은 금액이다.
대구시 생활임금은 올해 시급 1만2천11원이다. 내년 적정임금 기준보다 615원 낮아, 기준을 맞추려면 올해 인상률(3.6%)을 웃도는 5.1% 이상을 올려야 한다. 대구시는 지난 4일 내년 생활임금을 결정했지만, 고시 전이라 아직 금액을 공개하지 않았다.
만약 두 기준의 금액이 엇갈리면 현장에선 어느 기준을 따라야 할지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대구시 용창준 고용노동정책과장은 "생활임금과 적정임금은 적용 대상과 기준이 서로 다르고 기관마다 임금 수준과 지급 체계도 다르다"며 "실제 적용 과정에서는 각 기관의 상황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인건비는 기관 몫, 재정 여력에 따른 격차 우려
정부가 기준을 제시했지만 이에 따른 인건비를 별도로 보전해 주지 않는 것도 논란이다. 임금을 올려 발생한 추가 비용은 해당 기관이 부담해야 한다. 공사·공단과 출자·출연기관 상당수가 지자체 출연금이나 위탁사업비에 기대고 있어, 결국 지자체 재정 부담으로 돌아온다.
지자체마다 재정 여건이 달라 지역 간 차이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구 재정자립도는 2026년 당초예산·본청 기준 35.19%로 6대 광역시 중 5위에 불과하다. 1위인 인천(44.15%)보다 9%포인트 가까이 낮다. 예산의 절반 이상을 중앙정부 교부세나 보조금에 의존하는 상황이라, 정부 지원 없이 인건비를 늘릴 여지가 그만큼 줄어든다.
생활임금만 봐도 서울시와 경기도는 내년 각각 1만2천757원, 1만2천995원으로 정해 적정임금 기준을 넘겼다. 경북도는 1만2천497원으로 기준에 못 미쳤다. 정부 권고가 오히려 수도권과 비수도권 공공부문 노동자 사이의 임금 격차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같은 일, 다른 임금…형평성·민간 격차도 숙제
기관 안팎의 형평성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같은 업무를 하더라도 소속 기관이나 인건비 재원에 따라 생활임금이나 적정임금 적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구지역 한 공공기관 인사관리 담당자는 "같은 일을 하는데 소속이나 적용 기준에 따라 임금 차이가 생기면 현장에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며 "임금 인상은 기관 예산과 지역 경제 여건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공공과 민간부문 사이 임금 격차도 고민거리다. 대구의 경우 민간부문 임금 수준이 수도권보다 떨어진다. 이런 가운데 공공부문 임금만 오르면 지역 노동시장 전반과의 차이가 커질 수 있다. 공공부문 임금은 결국 세금으로 충당돼 지역 내 근로자 간 형평성 문제는 물론, 공공부문만 우대한다는 불만이 나올 수 있다.
경북대 박상우 교수(경제통상학부·전 대구시 생활임금위원회 위원장)는 제도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현장 적용까진 과제가 적지 않다고 진단했다. 생활·적정임금 모두 전국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최저임금의 한계를 보완하려는 제도지만, 어떤 근거로 어떻게 적용할지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하라고 말하는 건 쉬운데,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누구한테 어느 선까지 적용할 건지 세부적으로 결정이 됐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재원 문제에 대해선 재정자립도가 지역마다 크게 다른 상황에서 부담을 지자체에 떠넘기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꼬집었다. 박 교수는 세수 여건이 나아진 지금이 구조를 바꿀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래 산업을 키워 기업 지불 능력을 높이는 쪽과 당장 생계 어려움을 겪는 계층을 지원하는 쪽, 투 트랙으로 가야 한다"며 "미래 산업에 동참하지 못하는 계층에 대한 보호책을 함께 강구하는 것이 중앙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현목
대구경북 대학과 보훈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살아 있는 기사를 작성하는데 집중하고 한번쯤 생각날수 있는 기사를 추구합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