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이 PC통신을 통해 자신들의 인권을 주장하는 모임이 있어 화제
다. PC통신 하이텔과 나우누리에서 활동중인 중.고등학생동호회 '학생복지
회'(하이텔 go sws, 나우누리 go sgsws10). 동호회 게시판에는 '비민주적
이고 인권탄압적인 교육현실에서 교육소비자인 학생들이 하나의 인격체로
서 온당히 누려야 할 권리와 자유를 스스로 되찾는 것'을 목적이라 밝히고
있다.
하이텔학복회 대표시삽 우상규군(대구과학고 2년)은 "직장에서 사원이
지각을 했다고 사장이 뺨을 때릴 수 있겠는가. 모멸적인 체벌같은 명백한
인권침해를 모두들 당연하게 받아들여왔다"며 "교사들이 학생을 인격적 주
체로 생각한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이들의 항변에는 분명한
논리가 있어 교사와 어른들의 귀를 솔깃하게 한다.
나우누리학복회 시삽 나정훈군(18.고2 자퇴생)은 "청소년을 권리의 주체
로 인정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다. 우리나라도 91년 회원국으로 가입한
청소년권리조약을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내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는 국제 어린이.청소년권리조약에는 학교교칙에 대한 반대권, 청소년
의 표현과 집회결사자유 등 다양한 청소년의 권리가 명시되어 있는데도 우
리나라에서는 실천되지 않는다는 것.
학복회는 95년 겨울, 당시 춘천고 2학년이던 최우주군이 강제자율학습에
항의하는 민원을 교육청과 청와대에 제출한 사건이 계기가 되어 만들어졌
다. 당시 PC통신상에서 이 문제를 놓고 활발한 토론을 벌이던 20여명의 중.
고생들이 뜻을 모아 학복회를 조직한 것. 이들은 이후 '학생을 위한 학교
만들기' 서명운동을 벌이고 체벌입법화 반대운동에 참여하는 등 학생인권
신장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활동해왔다. 작년 교육부가 학생인권선언
문을 만들 때 제정위원회의 패널로 참석할 정도로 활동역량도 커졌다. 현
재 하이텔과 나우누리를 합쳐 회원은 500명에 이르며, 회원중에는 교사와
학부모들도 있다.
청소년을 보호와 통솔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우리 사회에서 학복회의 활
동이 쉽지만은 않다. '학생이 공부나 하지'라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학생의 인권을 스스로 찾고 권리의 주체로서 의무와 책
임을 다하려는 학복회의 목소리는 교육자들과 어른들이 한번 귀담아 들어
야 하지 않을까.
* 사이버동호회 "왕성한 활동"
청소년들이 주축이 되어 활동하는 PC통신동호회나 소모임은 의외로 많다.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참여가 가능한 가상공간의 이점때문에 많은 청소년
들이 사이버동호회에 가입하고있다. 다른 단체와는 달리 외부의 간섭이 거
의 없어 다양하고 자유로운 의사표현이 가능하다는 점도 청소년을 사로
잡는 통신동호회의 매력.
중.고생프로그래머모임(하이텔 go sg6, 나우누리 go sgyprog)은 청소년
들이 직접 컴퓨터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모임이다. 한 사람이 프로그램을
만들어 통신상에 올리면 다른 회원들이 조금씩 보완, 업그레이드하는 방법
을 이용한다.
하이텔의 청소년문화향상모임(go sg48)과 천리안의 바리(gobari)는 음악,
문학 등 여러 장르의 문화정보를 교환하는 동호회. 이밖에 청소년발명교실
(유니텔 go kasi), 청소년자원봉사모임(유니텔 go bongsa)등이 있다.
<조서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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