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개혁·반골·좌파·수재 '골고루'
지역구 한나라당 6명·열린우리당 4명 당선
다양한 경력·성향…10명중 9명이 수도권
비례대표 윤건영·장향숙·단병호의원 눈길
지난 15일 치러진 17대 총선을 통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사당에 입성하게 된 대구·경북 출신 선량(選良)은 몇 명이나 될까. 언뜻 생각하면 대구의 선거구 12곳, 경북의 선거구 15곳에서 당선된 사람들을 합쳐 27명일 것 같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대구·경북이 고향이거나 이곳에서 학교를 다니는 등 고향이나 다름없는 연고를 가진 선량은 이들 외에도 20명이나 더 있다. 주로 수도권에서 지역구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10명과 각당의 비례대표 후보로 나서 금배지를 달게 된 10명이다. 이들은 대부분 고향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서울 등 수도권으로 진출한 '출향인사'들이다.
◇지역구 당선자
대구·경북 외의 지역에서 당선된 10명의 출향 인사를 소속 정당 별로 분류하면 한나라당이 6명, 열린우리당이 4명이다.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열린우리당 소속은 물론, 보수색이 짙은 한나라당 소속 당선자들도 과거 경력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반골 기질'이 엿보이기도 한다. 수도권에서 오랫동안 생활했지만 대구·경북 사람의 기질을 그대로 갖고 있는 셈이다.
한나라당 소속으로는 이재오(서울 은평을)·김문수(경기 부천 소사)·전재희(경기 광명을)·홍준표(서울 동대문을)·김충환(서울 강동갑)·김무성 당선자(부산 남을)가 있다. 또 열린우리당 간판으로는 김부겸(경기 군포)·안영근(인천 남을)·유시민(경기 고양 덕양갑)·이목희 당선자(서울 금천)가 금배지를 달게 됐다.
10명 가운데 9명이 서울과 인천·경기 등 수도권에 출마해 승리를 낚았다. 이들은 고교나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로 진출해 정·관계에서 기반을 잡은 인물들이다. 부산의 김무성 당선자는 고향이 포항이지만 어린 시절 부산으로 옮겨 초·중·고교를 부산에서 졸업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계' 출신이다.
한나라당 이재오 당선자(59)의 고향은 영양으로 영양고를 나왔다. 전민련 조국통일위원장, 민주당 사무총장 등을 지낸 '골수 재야' 출신으로, 30여년간 민주화 운동을 하면서 5차례에 걸쳐 10여년을 감옥에서 보냈다. 이번 총선에서 탄핵역풍으로 고전했지만 막판에 저력을 발휘, 열린우리당 송미화 후보를 2천여표 차이로 따돌리고 3선의 중진 반열에 올랐다.
지난 3월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도 나섰던 김문수 당선자(52)는 영천 출신으로 경북고를 졸업했다. 재야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국회에서도 노동 문제 전문가로 통해 주로 환경노동위에서 활동하다가 어느덧 3선 의원이 됐다. 15대 총선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복심(腹心)'인 박지원 전 청와대비서실장과 겨뤄 이겼고, 이번 총선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중 한 명인 열린우리당 김만수 전 청와대 춘추관장을 눌렀다.
영천이 고향으로 대구여고와 영남대 법정대를 졸업한 전재희 당선자(54)는 관료 사회에서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닌다.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행정고시에 합격했고, 중앙부처의 국장(노동부 노동보험국장·직업훈련국장)을 지냈으며, 민선·관선 시장(광명)도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길을 뚫었다. 1998년 재·보선 때 민주당 총재권한대행이었던 조세형 의원과 맞붙어 간담을 서늘하게 했지만 아깝게 고배를 마신 뒤 16대 전국구를 거쳐 이번에 광명을 선거구를 차지했다.
홍준표 당선자(49)는 경남 창녕 태생이지만 영남중·고를 나와 대구에 지인(知人)이 많다. 93년 당시 박철언 의원이 연루된 '슬롯머신' 사건 수사 검사로 이름이 알려진 뒤 15대 국회에 진출했고, 이번에 열린우리당 허인회 후보와 피를 말리는 접전 끝에 1천여 표 차이로 승리, 3선 고지에 올랐다.
이번에 처음으로 금배지를 단 김충환 당선자(50)의 고향은 봉화다. 민선 1·2·3기 강동구청장을 지낸 뒤 4·15 총선에 출마, 열린우리당의 중진인 이부영 후보를 4천여 표 차이로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3선 고지에 오른 김무성 당선자(52)는 사업을 하다 80년대 중반 민추협에 참여하면서 정치에 입문, YS 주변에서 정치를 배웠다. 문민정부 시절 초기 청와대 사정·민정 비서관과 내무부 차관을 지내기도 했다.
열린우리당 김부겸 당선자(46)는 상주에서 태어나 경북고를 나왔다. 77년 서울대 유신반대시위를 주도하는 등 민주화 운동을 하면서 구속과 제적을 반복했다. 91년 민주당에 입당했다가 97년 대선 직전에 이뤄진 신한국당과 민주당 합당에 참여한 뒤 16대 때 한나라당 의원을 지냈지만 이번에 열린우리당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경북고 출신 운동권 인사들 사이에서 신망이 높다.
안영근 당선자(46)는 영주 출신으로 풍기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에서 성장했다. 인천 인하대의 대표적인 '운동권'으로 긴급조치 9호 위반 징역 1년6월, 계엄포고령 위반 징역 1년, 6월 항쟁 관련 집시법 위반 기소유예 등 '화려한' 이력을 갖고 있다. 16대에서 한나라당으로 당선됐으나 이번에는 열린우리당으로 옮겨 재선 의원이 됐다.
지난해 개혁국민정당 소속으로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뒤 '캐주얼' 복장 차림으로 국회에 등원하면서부터 시선을 모았고, 이후 '노무현 살리기'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는 유시민 당선자(44)는 경주 출신으로 심인고를 졸업했다. 선거 기간 중에는 "민주노동당을 찍으면 죽은 표가 된다"고 발언했다가 민노당 측의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상주 출신인 이목희 당선자(50)는 상주 함창 초등학교와 김천고를 나왔다. 서울대 재학 시절부터 노동운동에 몰두하다가 한국노동연구소 소장, 노사정위 상무위원·기획위원을 거쳐 대통령직 인수위 자문위원을 지냈다. 이번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비례대표 당선자
각당의 비례대표로 당선, 국회에 입성하게 된 대구·경북 출신 인사도 모두 10명이다. 당별로는 한나라당이 7명, 열린우리당이 2명, 민주노동당이 1명이다.
한나라당 비례대표 4번인 윤건영 당선자(52)는 하버드 대학교를 나와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경실련 정책위의장을 지냈다.
비례대표 5번인 송영선 당선자(50·한국안보포럼대표)는 경북여고와 경북대 사대를 나와 한국국방연구원 책임 연구위원으로 있으면서 이라크 파병에 적극 찬성하는 바람에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 비례대표 후보로 선정된 이후 반전단체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기도 했다.
'맹인 국회의원' 탄생으로 화제를 모은 정화원 당선자(55·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부회장·8번)는 경북이 고향이지만 부산에서 활동하며 부산시 의원을 지냈다. 한나라당 비례대표 12번인 이주호 당선자(43·한국개발연구원 정책대학원 교수)는 대구 태생으로 이번 총선을 통해 원내에 진입한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 '5인방' 가운데 한 명이다.
대구 출신 유승민 당선자(46·14번·한림대 교수)는 유수호 전 의원의 아들로 여의도 연구소장을 지내는 등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핵심 싱크탱크였다. 서상기 당선자(58·20번·호서대 환경안전공학부 교수)는 IT 전문가로 '국회 안의 과학기술 전도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한나라당 비례대표 후보 가운데 막차를 탄 박순자 당선자(45·21번)는 당 부대변인을 맡고 있다.
무학의 장애인으로 열린우리당의 비례대표 1번을 받아 화제를 모았던 장향숙 당선자(43·한국장애인연합 공동대표)는 부산에서 장애인 복지를 위해 쭉 활동해 왔지만 고향은 영주다. 박찬석 전 경북대총장(63)도 열린우리당의 비례대표 6번을 받아 당선됐다.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당선자 가운데 2번으로 당선돼 화제를 모은 단병호 전 민노총위원장(54)의 고향은 포항이다. 오천 초등학교(30회)를 나왔으며, 문덕리 생가에는 홀어머니 정귀란씨(78)가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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