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한의학·섬유박물관 건립을"
대구가 꼭 해야할 일, 하지 못해 아쉬운 일
대구∼군산 고속도로 개통 시급
옛 50사단터 공원 못만든것 후회
신천대로 양끝 녹지없어 아쉬워
"대구에는 한의학박물관과 섬유박물관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도 시시한 수준으로 하지 말고 한의학과 섬유 하면 대구에 가면 다 볼 수 있다는 수준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시장으로 재직 당시 코오롱 사장에게 섬유박물관 건립을 부탁했는데 코오롱 사장은 절반은 내더라도 절반은 대구 섬유업체들이 내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그런데 대구 섬유업체 사장들은 무관심했고, 흥정도 못 붙인 채 일을 추진하지 못했다."
'지방행정의 달인' '도시계획의 선구자'로 불리는 이상희 전(前) 대구시장이 18일 오후 대구경북연구원 제32차 대경콜로키움에 초대돼 대구가 했어야 했는데 하지 못한 일들을 소신있게 피력해 눈길을 끌었다.
광역시 행정구역 개편과 관련해 대구는 달성군 가창면과 하빈면, 칠곡군 가산면, 경산군 경산읍과 하양읍을 가져왔으면 좋았고, 좀 더 광역적으로 한다면 달성군 전체와 경산군 전체를 가져왔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당시에는 한 군(郡)을 가져오면 몽땅 가져오고 아니면 아예 안 가져오는 게 원칙이었고, 군의 일부만 가져올 때는 일부가 없더라도 자체적으로 기초자치단체로 성립해야 한다는 원칙 아래 작업을 해서인지 달성군만 가져와 아쉽다고 했다.
도로와 관련해 이 전 시장은 달구벌대로(당시 대동·대서로), 신천대로, 3차 외곽순환도로 등 3개 도로가 대구의 기간도로인데 이 중 달구벌대로는 광폭대로로 한 시의 끝과 끝을 연결하는 참 잘된 도로로 평가했다. 그러나 신천대로는 당시 왕복 8차로, 분리대(5m)와 녹지(양쪽에 각각 7.5m)로 설계해 서둘러 두 군데 착공까지 했지만, 임기가 끝나면서 녹지가 없어지는 등 설계가 변경된 사실을 아쉬워했다. 도로 양 끝에 녹지가 있었다면 전국 어떤 도로보다 아름다운 명물 도로가 되었을 것이라는 거다.
고속도로 부문에서는 대구∼군산간 고속도로 개통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올해 대구∼포항 고속도로가 개통됐는데 이것은 군산∼포항의 일부다. 당시에는 영·호남 화합차원에서 이 노선이 계획됐지만, 지금은 경제적 측면에서 대구∼군산 연결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구∼군산이 연결되면 군산이 대구의 준외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을 바라보는 환태평양시대를 생각할 때 군산은 매우 중요한 항구임을 강조하며 군산∼대구 구간이 진안까지 뚫려 있는데 이걸 빨리 대구까지 연결해야 한다고 했다.
이 전 시장은 공원면적을 늘리기 위해 공공시설의 이전 후 적지는 다른 용도로 못 쓰게 한 이로도 유명하다. 그의 재임시절에 대구여중을 북구로 보내고 그 자리에 공원이 들어섰다. 그는 50사단을 공원으로 못 만든 것에 대해 후회스럽다고 회고했다. 당시 2군사령부 사령관과 논의해 50사단을 현 2군사령부 뒤쪽 그린벨트 부지로 옮기고 그곳을 공원으로 만드는 안에 서로 합의까지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안이 구체화되기 전에 사령관이 바뀌고 자신도 임기가 끝나면서 계획은 백지화됐다. 지금은 아파트 단지가 돼 있는 구 50사단을 볼 때마다 몹시 안타깝다고 했다.
이와 함께 위천단지도 이 전 시장이 원통하게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다. 자신이 처음 구상했다가 그 후 한국토지공사 사장이 돼 본격 추진했다. 당시 구상은 30만평이었는데, 군수들이 밀고 당기는 과정에서 200만평이 됐다. 엄청난 규모에 놀라 경남과 부산지역 주민들이 들고 일어섰는데, 30만평만 만들어 놓으면 60만평, 200만평으로 늘리기는 쉬울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200만평으로 했으니 안 됐고, 기회가 있을 때 빨리 만들지 않고 시간을 끌다가 안 됐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