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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상류의 임하댐과 안동댐은 뭇 고을 물을 모아 안동 사람 특유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엮어낸다. 사방 계곡에서 시작된 물은 도랑으로 하천으로 합류되어 마침내 낙동강 너른 물줄기에 이르며 굽이굽이 숱한 길을 만든다. 그 길은 우리네 삶을 하나로 이어주고 새로운 삶의 길을 열어주기도 한다.
서북쪽 저전, 교리를 지나 막곡에 이르는 이송천(二松川)과 서남쪽 광음·무릉을 거쳐 검암에 이르는 미천(眉川)이 낙동강 본류로 합쳐지는 지점에 내 고향 계평이 있다. 미천의 맑은 모래톱과 이송천 물언덕은 낙동강을 마주하여 소리치면 대답하는 지척에 있으나, 차로는 시내에 와서 버스를 갈아타고 한나절은 걸려야 갈 수 있는 거리였다. 여기 강 사이에 줄을 매어 방울을 달아 뱃사공을 부르던 흔적이 있다. 두 곳을 이어주던 물길이다.나 어릴 적, 검암에 큰댁이 있고 살림 난 아버지가 계평에 사셔 서로를 '물건너'라 부르며 한 집처럼 지냈다. 건너편 언덕에서 "배 몰아 주이소"라고 소리치면 이내 늘씬한 삿대의 나룻배가 당도했으니까. 아침나절 큰어매가 찐 시루떡은 사촌 언니들 편으로 곧 우리 손에 들려졌고, 손 다친 아재를 위해 우리집 오자구뼈(갑오징어뼈)는 날래도 물을 건넜다. 때로 해거름에 안동장에서 별난 것 장만한 친척들이 남후(南後)로 갈 길을 서후(西後)로 돌아와 집에 들르고, 이튿날 물길을 건너갔다. 그런 밤이면 어매와 아지매들의 이야기는 꿈결인양 우리를 소산(素山)·묵계(默溪)에서 귀미(龜尾)로, 금당실(金塘室)로 잘도 데려갔다. 타관 출입 없던 우리 어매도 세상 소식 모를 것이 없었다.
헌데 언제인가 고속도로가 강과 마을을 가로질러 높이 올라서고 두서너 곳 다리가 놓이면서 마을 정경에 비껴 사선으로 금이 났다. 할매와 어매와 나를 하나로 이어주던 살여울 물길도 끊어졌다. 하루에도 천리길 수월하게 오가고 버튼만 누르면 화면으로 마주하여 온갖 얘기 나누나, 한 집안으로 이어졌던 그 길이 보이지 않는다. 낙동강 굽이굽이 물길은 예나 지금이나 사방 이어져 있건만, 우리들 마음의 길은 어느 길을 통하여 맺어지는가? 출가해 남사람 된 나는 해 지나 밝아온 새날에도 숙모님, 사촌 언니들 소식 모두 그리울 뿐, 선뜻 나서기도 전화하기도 망설인다.
김필숙(안동문화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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