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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소비문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시내거리에서 사람들이 몸에 지니고 다니는 물건 대부분은 수 십만원에서 수 백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명품디자인들이다. 이런 물건을 사는 사람들은 의외로 서민층까지 일반화되어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몇 달씩 돈을 모아 비싼 소모품을 사는 이유는 결국 좋은 것을 가지고 싶은 소유욕과,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것을 신경쓰는 과시욕에서 오는 유행중심의 소비문화에서 비롯된다.
근본적으로 그림 구매와 명품 구매는 개인의 미(美)적인 것에 대한 정신적인 만족이다. 즉 미에 충실한 심성의 지배에 의한 것이다.
차이점은 집에 두고 자기만족을 하는 것과 들고 다니면서 남에게 보여줄 수 있는 만족감이라는데 있다. 예술품은 중고가 없고 시간에 의해 그 가치가 상승하는데 반해, 상품은 낡고 유행이 지나면 결국 버려지는 소모품이다.
사람들이 명품가방은 사는데 그림은 사지 않는 이유로 흔히 하는 말이 "저는 그림을 잘 몰라서…"다. 그 많은 신상품의 이름과 가격은 잘 알지만, 그림은 어느 작가의 무슨 그림인지 모르기 때문에 안 산다. 이것이 이미 잘 알려진 이름의 작가 작품 판매가 더 잘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백화점 상품은 눈으로 보고 상품명 보고 가격표 보고, 점원이 신상품이라고 안내하는 것까지의 설명만 들으면 된다. 그러나 그림은 작가가 누구인지, 이력은 어떤지, 어떤 종류의 그림이며 재료는 무엇을 쓰고 있는지, 무슨 심오한(?) 철학을 담고 있는지 등 사전지식에 대한 부담감을 가지고 봐야 한다. 이런 부담감은 단순히 그림이 구매 상품으로 비교되었을 때 이야기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편안한 마음으로 매일 우리가 접하는 책이나 미디어를 통해 새로운 소식과 지식을 수집할 때처럼 작품과 작가 한 명을 더 알게 되는 것, 스스로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는 그것이 일상이 되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예술이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존재할 수 있을 때 명품의 수요보다 예술품의 수요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유명진(갤러리M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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