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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메시스(mimesis)의 사전적 의미는 '모방'이다. 순수 우리말로 하자면 '흉내'인데, 다른 사람을 설득하고 영향을 끼치는 언어기법인 수사학(修辭學) 용어이면서 예술이나 문학적 표현에도 즐겨 쓰인다. BC 5세기경 피타고라스파에 따르면 음악은 수(數)의 미메시스, 즉 모방물이라고 했다.
예술은 현실 또는 자연에 대한 미메시스로 일컬어진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따라해보고 싶은 심리가 있으며, 미메시스라는 본능이 내재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메시스는 사물을 실제보다 아름답게도 재현할 수 있으며 때론 열악하게도 한다. 어느쪽이든 미메시스는 창의성을 끌어내는 시작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모방은 곧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예술가는 실제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을 통해 미메시스를 개념화하고 발전시켜 왔다. 신라시대 화가 솔거가 황룡사 벽에 노송도를 그렸더니 새들이 날아와 앉으려다 부딪혔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새들을 감쪽같이 속인 솔거의 그림솜씨는 '모방'의 최고 수준임과 동시에 화법도 제대로 없었던 당시 평면 그림을 입체화한 '창의력'의 산물이다. 이처럼 뛰어난 미메시스는 대상의 본질을 그대로 드러내면서도 새로운 각도의 인식으로 놀라운 즐거움을 제공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20세기 초 미국 현대무용의 선구자인 이사도라 던컨은 그리스 예술을 통해 자연을 이해하고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웠다. 자연에서 자신의 움직이는 힘을 발견하고 동작을 만들어 현대무용이라는 예술로 승화시켰다. 자연을 미메시스하면서 그것을 이상적인 아름다움으로 끌어올렸고, 그렇게 탄생한 '아름다운 가상' 속에서 예술과 사회, 이상과 현실은 조화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창조적 모방을 통해 예술을 경지로 끌어올리는 미메시스 미학을 떠올리면서 현대예술을 반추하게 된다. 요즘 예술은 추상적이다. 몰개성적이고 막연한 인간관계를 웅변이라도 하듯, 예술도 극히 추상적으로 변하고 있다. 그러면서 복제인간을 양산하는 영화 '매트릭스'의 주인공 네오 같은 게 바로 요즘 현실이다. 오리지널 없는 복제와 카피 예술이 거듭되면서 원본 없는 가짜가 판치는 '시뮬라르크' 현상을 낳고 있다. 순수한 미메시스 미학이 그립다.
변인숙(한국무용협회 대구지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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