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겸진경(淸謙眞景)= ‘청하’와 ‘겸재’의 줄임말에 ‘진경(진경산수)’을 연결시킨 합성어로 진경산수의 발현지가 포항임을 뜻한다
캐릭터 만들고 옛길 조성…현장에 접목할 2차 스토리텔링 작업 필요
이상국 - 스토리에 등장하는 콘텐츠를 유적화시켜야
이삼우 - 장기적으로 청하읍성 복원해 관광지로 활용
류영재 - 전문연구기구 만들어 체계적인 집대성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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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재의 ‘고사의송관란도’ |
>>>겸재 정선은 58세 되던 1733년, 청하(지금의 포항시 청하면)현감으로 부임해 2년간 포항에 머물렀다. 2년간 포항에 머물면서 ‘내연삼용추’ ‘내연산폭포도’ ‘고사의송관란도’ ‘청하성읍도’ 등 불후의 명작을 남겼다. 당시 그의 작품에는 겸재 특유의 도끼로 쪼는 듯한 필묵법이 나타난다. 미술계에서는 겸재의 진경산수 화풍이 포항에서 꽃을 피우고 완성됐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겸재가 머문 포항에서의 2년은 그저 ‘스쳐가는 삶’으로만 인식됐다. 이제부터라도 ‘진경산수의 발현지’가 포항임을 알리고, 포항의 독특한 문화콘텐츠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이런 가운데 영남일보와 포항시는 스토리텔링 시리즈 ‘청겸진경(淸謙眞景)의 비밀’을 공동으로 기획, 지난 1일부터 연재해 왔다. 이번 시리즈는 겸재가 진경산수를 꽃피우게 된 배경과 그 과정을 상세하게 담아내면서 독자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또 팩트에 픽션을 가미, 드라마틱한 전개로 읽는 재미를 더했다. 특히 스토리텔링 기법을 도입해 향후 문화관광상품 개발의 1차 기반을 마련했다. 시리즈를 마무리하면서 영남일보는 전문가 인터뷰를 마련한다. 이번 시리즈를 전체적으로 평가하고, 스토리를 활용한 산업화 방안을 모색해 본다. 인터뷰에는 시리즈를 집필한 이상국 스토리텔링 전문작가를 비롯해 포항에서 오랫동안 겸재 정선을 연구해 온 이삼우 기청산식물원장, 그리고 최근 발족된 ‘겸재 진경산수 발현비 건립추진위원회’ 류영재 위원장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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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문화콘텐츠 활성화를 위해 스토리텔링이 전방위로 활용되고 있다. ‘진경산수 발현지 포항-청겸진경의 비밀’은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한 시리즈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번 시리즈를 총평한다면.
△이상국 작가= 이번 시리즈는 지자체에 스토리텔링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모델이 될 것 같다. 또 겸재 정선이 청하에 머문 2년은 그저 ‘스쳐가는 삶’으로만 인식되었는데, 이번 시리즈를 통해 2년의 시간이 매우 의미있는 시기로 거듭났다. 특히 겸재라는 인물 때문에 내연산과 청하읍성의 가치가 문화콘텐츠 측면에서 더욱 높아질 수 있음을 보여준 기획이었다. 영남일보의 이번 기획은 ‘겸재 스토리텔링’의 밑그림을 깐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포항은 이제 진경산수 발현지라는 이미지가 지역의 독특한 브랜드로 정착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스토리텔링을 전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제대로 살을 붙이고 뿌리를 내려 포항의 핵심 문화콘텐츠가 되길 바란다.
△이삼우 원장= 영남일보와 포항시에서 공동으로 기획한 ‘진경산수 발현지 포항- 청겸진경의 비밀’ 시리즈는 그 자체만으로 상당히 고무적이다. 일부 내용에서 지명의 오류가 보이는 것은 아쉽다. 앞으로 이번 시리즈를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포항의 관광산업이 활성화되길 바란다.
△류영재 위원장= 스토리텔링은 진실성이 떨어질 경우 공감을 얻을 수 없다. 이번 시리즈는 역사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미술에 대한 풍부한 이해와 작가적 상상력이 조화롭게 이뤄진 작품이다. 그런 의미에서 매우 가치있는 기획으로 보인다.
-이번 시리즈를 통해 1차적인 스토리 기반을 마련했다고 본다. 앞으로 스토리를 활용해 포항지역에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산업화 방안이 절실하다.
△이 작가= 스토리를 상품화할 수 있는 2차 스토리텔링 작업이 필요하다. 먼저 스토리 속에 등장하는 지역의 문화콘텐츠를 체계적으로 유적화하는 것이 급하다. 내연산 폭포 탐방길, 겸재 이름 각자(갑인추 정선), 기생 달섬 각자(경기달섬), 겸재 소나무, 할무당 산신제, 청하읍성의 회화나무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지역성 있는 소재를 바탕으로 ‘겸재의 길’을 조성, 2차 스토리텔링 작업을 체계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또 지역에 스토리를 입히기 위해서는 겸재라는 캐릭터를 ‘창출’하는 것도 중요하다. 겸재의 작품 중 ‘독서여가’에 나오는 인물을 참고해 58세 겸재의 얼굴과 모습을 재연하는 것이다. 캐릭터를 재연할 때는 사실적 이미지와 만화적 캐릭터 두 가지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 재연해낸 캐릭터를 바탕으로 조각상이나 청동상을 포항지역 곳곳에 설치, 포항이 진경산수 발현지라는 이미지를 고착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밖에 포항의 겸재 스토리를 좀더 구체적으로 다뤄, 대중출판도 고려해 볼 만하다.
△이 원장= 겸재의 생애와 이야기가 담긴 스토리보드를 내연산과 청하읍성터가 남아 있는 청하면사무소에 설치하면 좋을 듯하다. 또 겸재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겸재 정선 옛길’ 조성도 관광상품화를 위해 필요하다. 전국 규모의 진경산수화 미술대전을 개최하고, 지역 미술관에 겸재의 작품을 전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연극이나 뮤지컬 같은 공연물을 제작하는 것도 장기적으로 검토해 볼 만하다.
△류 위원장= 1차 스토리를 바탕으로 대중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는 참신한 기획이 필요하다. 특히 가족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내연산에는 겸재 정선의 각자(갑인추 정선)뿐만 아니라, 내연산을 거쳐간 옛사람의 각자가 상당히 많다. 이러한 각자를 탁본해 보는 체험행사가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 또 겸재 정선의 포항시절을 재조명하는 세미나를 개최하고, 장기적으로는 겸재 진경기념관을 건립하는 것도 검토되어야 한다.
-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는 관광산업 활성화는 지자체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포항시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이 작가= 지금까지 포항이 겸재와 관련있다는 사실은 일반인에게 생소했다. 그 점이 어려운 점이기는 하지만,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앞으로 포항이라고 하면 겸재가 떠오르고, 그래서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 때까지 지속적으로 이미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원장= 진경산수 발원지 조성사업을 큰 테두리로 삼아, 민간에서 추진되는 겸재 정선 관련 행사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또 겸재의 작품 중 청하성읍도는 건축과 미술 등 학술적으로 볼 때 엄청난 가치가 있다. 마치 하늘에서 바라본 듯한 독창적인 구도와 세밀하게 그려넣은 조감기법은 놀라울 따름이다. 이러한 작품을 참고해 장기적으로 청하읍성을 복원하는 작업도 검토되어야 한다. 또 청하성읍도에 등장하는 회화나무가 아직 청하면사무소 앞마당에 살아 있는데, 이 나무도 천연기념물이나 문화재로 등재해 관광상품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류 위원장= 긴 안목으로 접근해야 한다. 무엇보다 포항시에 전담조직이나 전담인력을 배치하고, 겸재 정선을 깊이 있게 다룰 전문연구기관이 필요하다. 문화재단 같은 기구를 출범시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차곡차곡 쌓아나가야 한다. 물론, 관련 기관과 단체들의 유기적인 협력이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 ‘겸재 진경산수 발현비 건립추진위원회’가 최근 발족됐다. 위원회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은.
△류 위원장= 우선 위원회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진경산수 발현비’ 건립에 힘을 쏟을 생각이다. 예산 확보를 위해 지역의 기업 및 시민의 동참을 유도하는 것은 물론, 공모를 통해 비문의 모양·내용·글씨·각자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또한 ‘진경산수 발현지 포항’을 브랜드화하기 위해 장기적인 종합계획도 마련중이다. 민간단체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포항시와 시민의 동참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정리=이창남 기자 argus61@yeongnam.com
공동기획 : 포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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