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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미의 브랜드 스토리] 시계에 시간을 담지 않는 스와치

2012-03-17
[장현미의 브랜드 스토리] 시계에 시간을 담지 않는 스와치

시계와 같은 정밀 기계는 전통적으로 스위스가 기술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었다. 대를 이어 정밀기술을 전수함으로써 명성을 지켜가고 있는 스위스 시계는 정밀기술, 정확, 신뢰의 다른 말이다.

하지만 1970년대 후반에 이르러 일본의 세이코(Seiko)사에서 마이크로 전자 기술을 바탕으로 한 싸고 정확한 전자시계를 내어놓으면서 그 명성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산업화와 함께 기술은 상향평준화가 되었고 이제 누구나 정확한 시계를 만들 수 있게 되어 스위스의 정밀기술은 더 이상 경쟁력을 갖지 못하게 되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스위스의 시계업체인 ‘ASUAG’와 ‘SSIH’는 새로운 개념의 시계를 개발하였다. 기존의 시계가 제작하는데 91개 이상의 부품이 필요했던 것과 달리 새롭게 개발한 이 시계는 51개의 부품만으로 조립이 가능했으며 플라스틱 케이스를 적용하고 대량 생산이 가능해져 생산 원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게 되었다.

[장현미의 브랜드 스토리] 시계에 시간을 담지 않는 스와치

이 시계의 진가를 알아본 현 스와치 그룹의 회장인 니콜라스 하이에크는 색다른 이 스위스 시계를(Swiss Watch)를 스와치(Swatch)라는 이름으로 미국에 소개하였다. ‘스위스시계’라는 뜻의 이름 덕에 스와치는 값싸지만 품질은 세계 최고수준이라는 인식을 얻게 된다. 스와치는 소개되자마자 사람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고 1984년에는 생산량 100만개를 넘어섰다. 이것은 저가이지만 고가 시계의 기능을 가진 플라스틱 시계였으며, 신선하고 앞서가는 디자인으로 젊은 이미지의 패션 소품이 되었다.

니콜라스 하이에크는 대량 생산의 저가 브랜드는 지속적인 수요 창출을 위해 대중 문화의 변화에 발맞추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첫 컬렉션에서 26개의 유니섹스 모델을 선보였고 이후 ‘스와치 젠트’와 ‘스와치 레이디’로 구분되면서 더 대담한 색상과 삽화로 스와치를 장식했다.

이 시계들은 식상한 모델 넘버가 아닌 그에 걸맞은 각자의 이름을 가졌다. ‘Don’t be too late’ ‘Chrono-tech’ ‘Nicholson’ ‘Black Magic’ 등이 등장했고 한 시즌 동안만 한정 생산되었다. 이 시계들은 수집가에 의해 값비싸게 팔려나갔고 해마다 스와치의 모델들은 수집의 대상이 되었다.

스와치는 시계에 시간을 담지 않았다. 대신 그 안에 시간에 따라 변하는 인간의 감성과 문화를 담았다. 수많은 시계 디자이너들이 빠르게는 3개월, 늦어도 6개월마다 당시의 이슈와 감성, 문화를 반영한 새로운 디자인의 시계를 만들어 냈다. 이렇게 선정된 디자인의 시계는 그 시즌에만 생산되고 단종된 이후 다시 생산되지 않는다. 이는 해마다 더욱 다양한 디자인을 만날 수 있게 하며 각각의 모델에 대한 희소성을 높이기도 하였다.

오늘날의 스와치는 항상 변화를 거듭하며 세계 시계 시장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 이어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의 기록을 측정하는 공식 후원사가 되는 등 세계 1위의 시계 기업으로서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다.

스와치는 이런 수치적인 물량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도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정확한 시계, 튼튼한 시계, 고급스러운 시계는 많지만 스와치의 독특한 문화를 대신할 수 있는 시계는 없기 때문이다. 일찍이 싸구려 플라스틱 시계의 가치를 알아보았던 니콜라스 하이에크 회장의 말처럼 스와치는 도전이며 혁신이며 즐거움으로 우리 곁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프리앤 메지스 수석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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