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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오너세프를 찾아서 (8) 대구시 범어동 '이자카야 휴' 김찬용

2012-06-22

숙주볶음·쇠고기다다키 등 자신만의 스타일로 ‘日食’을 변주하다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오너세프를 찾아서 (8) 대구시 범어동
호텔 외식부 등을 두루 섭렵한 뒤 오직 1% 미식가를 위한 선술집형 일식집인 ‘이자카야 휴’를 대구시 범어4동 KBS 대구방송총국 근처에 오픈한 김찬용 셰프는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면서 업장을 관리하고 있다.

대구시 수성구 범어4동.

KBS대구방송총국이 근처에 있는 여기는 참 애매한 상권이다. 대구에서 빈익빈 부익부가 가장 심한 곳 중 한 군데. 식당주로선 어느 계층에 맞춰 마케팅을 해야 할지 난감할 때가 비일비재하다.

2008년 일본식 선술집 이자카야(居酒屋) ‘휴(休)’를 이 섹터에서 오픈한 김찬용씨(43).

일본의 드라마 ‘심야식당’의 주인, 전직 야쿠자 출신 오너셰프가 그의 롤모델. 테이블은 5개. 8개의 통나무는 고무나무를 제재소에 맡겨 직접 만들었다.

그는 참 무뚝뚝하고 말수 없는 무미건조한 오너셰프로 악명(?)이 높다. 식당문을 열고 들어가도 살갑게 손님한테 쓰러지지 않는다. 아니 그렇게 할 겨를이 그에겐 없다. 홀 서빙 직원도 한 명 두지 않고 오직 혼자서 가게를 운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 이 집 단골은 셀프서비스에 익숙해 있지만, 여느 손님에겐 참 불편하고 썰렁한 공간일 수 있다. 이런 고집스러움에 한표 주는 지역의 일본식 마니아들이 늘고 있다.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오너세프를 찾아서 (8) 대구시 범어동
쇠고기를 육사시미처럼 저며 만든 쇠고기 다다키.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오너세프를 찾아서 (8) 대구시 범어동
젓갈보다 더 복잡한 과정을 거친 주꾸미 젓갈을 곁들인 참문어 숙회.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오너세프를 찾아서 (8) 대구시 범어동
갖은 채소를 곁들인 아귀간(안키모) 요리.


◆ 어머니의 손맛이 내 피속에 흘러

문경 출신으로 18세 때 대구로 올라온다.

옛 영남호텔 일식당에 들어가 청소와 심부름만 3년 한다. 이젠 세상이 변했다. 요즘 젊은 셰프들은 군기도 고생도 안 원한다. 되레 선배가 후배 챙겨야 한다.

“요즘이 좋을 수도 있지만 저는 예전 방식에 더 믿음이 갑니다. 무식하게 가르쳐주고 잘 적응하지 못하면 얻어맞고 엄청난 수모를 당하는데 그렇게 안되기 위해 안간힘 쏟는 순간 기본기가 몸에 축적돼 훗날 독립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되죠. 지금은 군기도 없고 규율도 거의 사라진 상황입니다. 이젠 첫날부터 레시피 주고 앵무새 교육 방식으로 기술을 전수시켜주죠. 이건 일종의 복사에 불과해요. 자기만의 맛의 줏대가 없고, 그 주방을 떠나는 순간 몸에 축적된 실력도 증발해버립니다. 그 결과 ‘얼치기 퓨전음식’이 난무하고 있는 겁니다.”

이어 동대구역 근처 JS호텔 주방부로 간다.

일식당에 있다가 한식부로 가서 한식을 배운다. 한식은 식재료부터 일식과 많이 달랐다. 생선, 해물류만 만지다가 나물류를 만지니 어려운 게 한두 개가 아니었다.

“간장, 된장, 고추장, 젓갈류 등이 있는데 이게 어떤 식재료와 어떤 양으로 만나야 하는지를 알기 어려웠어요. 책에 나오는 레시피는 실제 맛과는 괴리감이 있습니다. 전골류가 특히 어려웠는데, 한식 전골은 일식 전골과 달라요. 스키야키처럼 만든 한국식 전골은 도저히 먹을 수가 없습니다. 설탕, 소금, 식초, 간장, 조미료가 일식의 기본이에요. 한식에는 설탕부터 넣으면 된간장과 매치가 안됩니다. 밑간이 더 중요한데 불고기를 하더라도 기본 밑간을 고기부터 따로 해놓고, 그 다음에 전체 양념이 들어가고, 다음에 간을 총체적으로 정리합니다.”

한식은 계속 서서 음식에 집중을 해야 하는데 반면 일식은 딱 한 타임만 집중하면 된다.

◆ 서울에서 프로레시피 습득

서울로 올라간다.

1997년 선배 소개로 강남 역삼동 충현교회 근처에 있는 ‘에도스시’에 간다. 바로 옆에 한국 최고의 초밥왕 중 한 명인 남춘화 셰프가 운영하는 ‘남수사’가 있었다. 당시 그 언저리가 대한민국 일식 1번지였다. 쟁쟁한 일식 거장들이 운집해 있었다. 거기서 일식에 새로 눈을 뜬다. 가라스미(숭어알을 절여서 건조시켜 얇게 저며 김과 싸먹는다. 일본에선 고급진미요리)라는게 있는데, 그는 대구에서 그 메뉴를 듣지도 못한 상태였다. 그러면서도 일식 요리사라고 으스대며 돌아다닌 지난 시절이 한없이 부끄러웠다.

서울 라마다르네상스 뷔페팀에 들어간다. 특급호텔의 전반적 상황을 배우게 된다. 이게 아니다 싶어 다 접고 일본으로 배낭여행을 간다.

◆ 일본 전역 답사기행

8개월간 벳푸, 도쿄, 교토, 오사카 등 신칸센 전루트를 돌아본다. 신칸센에 보이는 역이란 역은 다 내렸다. 현지인들에게 가장 유명한 집에 가서 전반적 인테리어, 내부 음식 내오는 방식을 익혔다.

“일본의 맛을 배우려고 한 것이 아닙니다. 기존 제가 알고 있는 맛에 일본에서 맛본 맛을 접목시켜보려고 했습니다.” 자신만의 일식 레시피라인 구축을 위한 벤치마킹 시절이었다. 하지만 일식도 맛은 별 것 아니란 믿음이 갔다.

“맛 때문에 유명한 것이 아니라 세월의 흐름에 의해 더 유명해진 집이 더 많더군요. 일본 주방은 자기 것 하나만 철저하게 하면 되고, 반드시 그걸 한 뒤에 다른 것으로 넘어가는 게 장인정신으로 취급받는데 반해 한국은 한 개 하면서도 다른 것 지원사격도 해주고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일본은 맞고, 한국은 틀리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 나만의 공작소 같은 이자카야

99년 인터불고호텔 상설 뷔페를 진두지휘한다.

과감하게 뷔페라인을 바꾼다. 그는 해산물·초밥만 전담한다. 초밥과 해산물류 반응이 매우 좋았다. 야키소바, 즉석초밥, 광어회, 삶은 대게 등이 호평받는다. 이 때문에 딩컴, 시하우스 등이 줄을 잇는다. 하지만 어느 날 나만의 식당을 꿈꾼다. 그래서 휴를 연 것이다.

“현재 자리를 정한 이유는 제 건물이기 때문입니다. 인테리어와 설계도 제가 했습니다.”

어떤 메뉴가 좋을까? 일본 라멘과 돔부리 전문점으로 갔다. 생라멘을 서울로부터 공수받았다.

현재 한국에 생라면을 제대로 제조할 수 있는 데는 서울에 한 곳이 있다. 라멘 육수와 소스도 전부 그가 만들었다. 그런데 오픈 직후 손님이 들지 않았다. 밖의 인테리어가 극도의 젠스타일이라서 고급스러워 쉽게 접근하지 못했다는 걸 조금 뒤 알게 된다. ‘음식에 승부를 걸자’고 다짐한다. 시오(소금)라멘, 소유(간장)라멘, 미소(된장)라멘 한 그릇 당 7천원 정도 받았다. 당시 서울에는 1만3천원선. 제조 원가가 4천500원 이상이었다. 마이너스 행진이었다.

6개월째부터 손님이 확 늘었다. 보통 오전 11시~오후 1시, 오후 5~7시 손님이 집중됐다. 메뉴도 제각각이라서 일이 너무 힘들었다. 직원도 혼자였다. 경영합리화 측면에선 꽝이었다. 나만의 뭔가가 있어야겠다싶어 과감하게 메뉴를 정리하고 이자카야버전으로 넘어간다. 숙주볶음, 생선초밥, 장어덮밥, 장어구이, 야키소바, 청어사시미 등이 잘 팔렸다.

그런데 재료 구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현재 생선 종류는 이현동 수산시장, 채소는 팔달시장, 일본 직수입품은 온라인을 통해 구매한다. 오프라인 상에서도 몇몇 업체가 있지만, 없는 물품도 많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비싸다. 가령 허브, 특수채소류 등을 구하려면 적어도 1~2일 선주문을 넣어야 한다.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하루만에 물건이 온다. 차조기잎(우메보시 붉게 물들일 때 사용), 식용꽃 등도 다른 선을 통해 갖고 온다. 우니(성게알)는 물론 생와다(해삼 내장) 등도 미리 비축을 안 해놓거나 갑자기 떨어지면 구할 방법이 없다.

◆ 휴의 단골 메뉴

휴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건 숙주볶음이다. 일명 ‘야사이야키’로 불린다. 일본 이자카야에 가면 숙주와 베이컨을 섞어 볶아낸 게 있는데 그는 숙주나물, 돼지목살, 양파, 청홍피망, 소스(야키소바베이스) 등을 갖고 새롭게 탄생시켰다.

△쇠고기 다다키= 한우를 덩이째로 스테이크처럼 살짝 구운 뒤 식혀서 칼로 얇게 저민다. 양파, 무순, 실파, 마늘편, 소스(폰즈와 발사믹 드레싱, 와우베네싱) 등이 섞인다. 이 메뉴 개발에 하루 걸렸다. 기존 일식 육고기와 비슷한 ‘마구로 다다키’가 있는데 이를 참치 대신 쇠고기로 대체시킨 것이다.

△주꾸미젓갈= 그만의 정성이 들어가 있다. 주꾸미에 소금을 넣고 영하 5~10℃ 냉장고에서 최소 15일 정도 숙성시킨다. 이후 끄집어낸 뒤 염분을 채에 걸러 씻어내고 거기에 쌀겨, 식초, 술찌끼미(팔공 불로막걸리 공장에서 가져온다)를 넣고 3일 더 숙성시킨다. 완성된 걸 걸러서 안에 묻어 있는 술찌끼미와 쌀겨를 씻어낸다. 거기에 청·홍초, 오이 염장한 걸 함께 넣고 무쳐놓는다. 슬라이스 한 문어를 곁들여 먹으면 된다.

△나가사키 짬뽕= 작년부터 낸다. 채소를 볶아서 하는 건 일본식과 같은데 면이 다르다. 국내산 냉동 우동면을 사용한다. 육수가 걸쭉하면서도 시원하다. 그 이유는 닭뼈육수 때문이다. 칠성시장에서 구해 온 닭 통뼈, 생오징어 20마리 정도, 돈족 한 쌍만 넣고 7시간 정도 우려낸다. 한국처럼 무와 양파, 대파를 넣지 않는 이유는 일차적으로 농축액을 얻기 위해서다. 한달에 1~2번 끓인다. 별도 육수도 만드는데 닭뼈, 양배추 껍질, 양파 껍데기, 무 껍데기, 대파, 다시마, 통생강, 마늘을 넣고 1시간30분 끓여 식혀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매일 매일 사용한다.

◆ 후배한테 한 마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한 길만 가라. 귀가 얇아서도 안된다.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셰프의 운명도 갈라진다. 오너셰프란 정직해야 한다.”

저녁 7시30분부터 새벽 2시까지 장사한다. 휴무는 매주 월요일. 가격은 단품메뉴당 약 1만5천원. (053)751-0180 예약전화 010-3807-6464.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오너세프를 찾아서 (8) 대구시 범어동
나가사키 짬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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