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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영남타워] 술 한 방울에 꿈나무 말라간다

2012-09-06

"청소년 음주는 절망과 좌절감 증폭…자제력 극도로 약화시켜 법 적용 엄격히 하고 어른들 음주문화도 개선"

20120906

최근 대구에서 발생한 잇단 청소년 자살 사건의 이면에 도사린 점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술이다.

지난 1일 대구의 한 아파트 고층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여고생(16)은 숨지기 전 인근 편의점에서 맥주 2병과 소주 2병을 구입해 친구 3명과 함께 마신 뒤 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앳된 여고생이었으나 아무렇지 않게 편의점에서 술을 구입했다. 지난 4월 대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중생(14)도 자살 당시 음주상태였다. 이 여중생 역시 달성군의 한 식당에서 손쉽게 친구와 술을 마신 뒤, 극단적인 충동을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사실 술에 대해 우리나라만큼 관대한 나라도 드물다. 우리 사회의 왜곡된 음주문화는 청소년까지 위험수위로 몰아넣고 있다. 잘못된 음주문화는 성폭력과 함께 우리 사회의 치부이자 병폐다.

주변 곳곳을 둘러보면 청소년까지 술 권하는 사회라는 점을 실감케 한다. TV를 켜면 심심찮게 청소년의 우상인 스타들이 술을 마시도록 유혹한다. 평소 스타들이 가지고 있던 좋은 이미지 때문에 해당 상품도 당연히 좋은 것으로 인식된다.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부모 마음이 편할 리는 없다.

주변의 가게 또한 나이를 불문하고 술을 파는 곳이 적지 않다. 청소년도 어렵지 않게 술을 살 수 있는 환경이다. 이러다 보니 음주 경험 나이도 갈수록 낮아진다. 한 통계에 따르면 첫 음주를 경험한 나이는 평균 13.2세다. 중학교 2~3년 무렵 처음으로 술을 마시는 셈이다.

국내에선 법적으로 만 19세 미만의 청소년에겐 술 판매가 금지돼 있다.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강력한 처벌조항도 있다. 하지만 아직도 청소년에게 신분증 검사를 하지 않고 술을 파는 가게가 곳곳에 널려 있다. 단속되면 벌금만 물면 된다는 생각에 손쉬운 장사를 버리지 못하는 모양이다. 사실 행정기관에 적발된 위반업소 중에 고발된 곳은 거의 없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어린 학생도 쉽게 물들이는 술 문화는 방황하는 청소년을 혼돈의 세계로 내몬다. 음주는 순간적으로 절망과 좌절감을 증폭시키는 한편 극단적 선택의 충동, 심리적 자제력을 극도로 약화시킬 수 있다. 당연히 이런 부정적인 기제는 청소년에겐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는 격이 된다.

청소년기의 가장 큰 특성으로 감정의 혼란에 따른 충동성을 들 수 있다. 음주는 전두엽의 이성기능을 마비시켜 충동성을 폭발적으로 가속시킨다. 즉, 비관적인 생각을 하는 청소년에게 술은 치명적 도구인 셈이다.

청소년 음주는 우리 사회에도 큰 손실이다. 미래를 이끌 이들의 영혼을 먹어치우는 얼굴 없는 괴물과 같다.

미국 한 대학의 연구결과, 2년간 하루 평균 2잔씩 술을 마신 청소년은 그렇지 않은 또래에 비해 기억력이 10%가량 줄어들었다. 얼핏 보면 대단한 수치가 아닌 것 같지만, 우등생과 열등생을 가를 수 있는 차이다. 더 심각한 것은 청소년 음주로 발생한 뇌 손상은 그 후 아무리 술을 끊는다 해도 완전히 회복되긴 어렵다는 데 있다. 이런 청소년이 성인이 되면 주취폭력자로 전락하는 것은 불문가지다. 실제로 15세 이전에 술을 마시면 성인 때 폭력에 휘말릴 가능성이 10배나 더 높아진다.

청소년의 잘못된 음주 문화를 막으려면 미성년 술 판매 업소에 대한 엄격한 법 적용과 함께 대대적인 금주 캠페인도 필요할 것이다. 지자체에서 청소년 보호구역이나 공공이용 장소를 음주청정지역으로 운영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우리 어른들 또한 술 먹는 습관을 한번 되돌아봐야 한다. 어른이 제대로 술을 마시는 모습을 보여주면 청소년 음주도 자연히 줄어들기 마련이다. 아이는 어른을 비추는 거울이니까.

윤철희 1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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