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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지금 이 순간

2012-11-16

요즘 가로수에서 노랗게 물든 은행나뭇잎이 흩날리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래도 따사로움이 느껴지는 햇살이 내리쬐는 잠깐의 가을을 흘려보내고 코끝에 감도는 향기부터 싸늘함이 느껴지는 겨울이 어느새 성큼 우리 곁으로 다가옴을 느낀다.

계절상 겨울이 다가오면 한지를 한 장 한 장 붙여놓은 듯한 라넌큘러스라는 꽃이 가지각색의 색을 뽐내며 시장에 빼꼼히 얼굴을 내민다. 이렇게 늘 꽃이라는 생명체와 함께 생활하다보니 계절의 오고감을 피부로 느낀다.

또한 아침마다 발걸음을 하는 꽃시장의 모습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의 기쁨을 주며 그 순간을 만들어내기 위해 기다릴 줄 아는 그들의 인생사를 보면서 매일매일 새로운 삶의 깨달음을 얻는다. 이런 꽃에 감사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자연의 이치를 알고, 그 이치대로 물 흐르듯 살아내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자문할 때가 많다. 조건이 좋은 날도 있고, 조건이 나쁜 날도 있다. 하지만 그 순간이 모여 나의 인생이 되었듯이, 지금 이 순간을 행복하게 꽃피울 수 있는 힘이 있다면 참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여긴다.

각자 삶의 무대에서 수많은 에피소드를 맞이한다. 기쁨과 행복의 순간으로 맞이할 때도 있지만, 상처로 다가와 내 마음에 흔적을 남길 때도 있다. 그러나 모든 순간이 찰나일 뿐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 어리석고 무지한 나 자신을 돌이켜볼 줄 안다면 그것 또한 찰나를 아름답게 빛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꽃은 가장 빛나는 한순간을 표현해 낸다. 그 순간을 맞이하기까지 그들 또한 자신만의 스토리를 가지고 때를 기다려 왔다. 이런 꽃을 보면서 비록 현재의 삶이 힘들지라도 어두운 밤에 불 한번 밝히면 어둠이 사라지듯, 어떠한 상황에서도 지금 이대로의 인생 자체가 훌륭하고 가치 있으며 귀중하다는 것을 알고 어둠이 사라지기를 기다리는 지혜와 인내를 가졌으면 한다.

지금 이 순간 깨어 있는 삶을 위해서는 내 눈을 먼저 떠야 한다. 이제까지는 연습이었고, 지금부터 다시 새로운 인생의 출발이다.

정유연 <플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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