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사고 와중에도 타지역 견학…슬금슬금 빠져나가 본회의 무산
대구지역 기초의원들의 뻔뻔스러운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 의정 활동은 뒷전인 채 의원끼리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가 하면, 지역구에 폭발사고가 터졌는데도 외면하고 타 지역으로 견학을 갔다.
10일 오전 대구시 달서구의회에서는 대구지역 기초의회 역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본회의 도중 일부 의원이 회의장을 떠나면서 회의 자체가 무산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당초 달서구의회는 본회의를 열고 이날부터 7일간 제208회 임시회 일정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오전 11시 본회의장엔 의사정족수인 8명을 훨씬 넘는 15명의 의원이 자리를 채우고 있어, 회의 진행이 가능했다. 하지만 의원 3명이 ‘5분 자유발언’을 진행하는 사이 의원석은 하나둘씩 비어갔다. 급기야 11시28분쯤 의장이 임시회 회기결정 안건을 처리하려고 하자, 출석의원은 9명으로 줄어들었다. 의결정족수(12명)가 충족되지 않아 안건 처리가 불가능한 상황이 된 것이다.
백승미 달서구의회 의사팀장은 “회기조차 결정짓지 못하고 본회의가 끝나버려 앞으로의 일정도 무의미해졌다”며 애를 태웠다.
그러나 비슷한 시각, 달서구의회 민원실에는 10여명의 의원이 모여 점심식사 등에 관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들 의원은 김 의장이 회의를 진행하지 못할 것이라며 비아냥대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었다. 의원들이 의도적으로 본회의를 무산시킨 것이다.
이에 대해 달서구청의 한 관계자는 “이날 사태는 최근 발생한 김 의장과 A의원간 벌어진 여직원 성추행 폭로전 이후 의원간 편가르기에 따른 추태다. 당사자들이 하루빨리 의원직을 사퇴해야만 땅에 떨어진 의회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구의회에 따르면 행정자치위원회 소속 의원 4명은 지난달 25일 1박2일간의 일정으로 전남 목포시의회와 장흥군의회 등지로 비교견학을 떠났다. 순찰 중인 경찰관 2명이 숨지고 주민 11명이 중경상을 입는 대명동 LP가스 폭발사고가 발생한 지 불과 이틀 만의 일이다.
이들 의원은 비교견학을 다녀온 후에야 지난달 26일 열린 순직 경찰관 영결식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민의를 대변해야 하는 의원이 이를 헌신짝처럼 저버렸다는 비난이 나온다.
이에 대해 박영래 남구의회 행정자치위원장은 “미리 일정이 잡혀있던 터라 부득이 다녀올 수밖에 없었다. 대신 2박3일간의 일정을 하루 줄였다”고 해명했다.
이같은 기초의원의 행보에 대해 한 구청 공무원은 “지방자치가 활성화되려면 지방의원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 내년 선거에선 이런 추태를 부리는 의원을 과감하게 솎아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경열기자 bk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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