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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달성군 사찰음식 이야기-‘비슬 발우비빔밥’ ‘비슬 백년밥상’

2014-04-04

‘사찰음식의 1번지’ 달성에서 고추장·참기름은 잠시 잊어도 좋습니다
정관 스님 도움 받아 레시피 개발
상표권 출원중…전국 마케팅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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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장성군 백양사 천진암 주지인 정관 스님(오른쪽)이 직접 사찰 관련 식재료를 이용해 비슬 백년밥상을 조리하고 있다. 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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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 ‘비슬 백년밥상’ 주음식 한상차림.


올해 개청 100주년을 맞은 달성군. 다들 달성공단만 운운한다. 아니다. ‘절의(節義)’의 고장이다. 일연 선사의 얼이 묻은 유가사와 비슬산 정상부에 조성된 대견사 등을 보듯 유교와 불교 문화가 잘 양립하고 있다.

특히 출중한 유학자가 다수 포진해 있다. 동방오현(東方五賢·김굉필, 정여창, 조광조, 이언적, 이황) 중 한 명인 한훤당(寒喧堂) 김굉필(金宏弼). 그의 위패를 봉안하고 있는 도동서원은 고종 2년(1865) 대원군의 서원철폐 때에도 철폐되지 않은 전국 47개 주요 서원 중 하나. 2011년 12월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으로 등재됐다.

신라 흥덕왕 2년(827)에 도성국사가 창건한 사찰인 현풍 유가사. 일연 스님이 ‘삼국유사’를 집필하기 위해 유가사 일원에서 35년간 머물렀다. 현풍면 지리 현풍곽씨 12정려각도 자랑거리. 한 문중에 12정려가 내려진 일은 매우 드물고도 자랑할 만하다. 하빈면 묘리 육신사(六臣祠)도 ‘지절(志節)’의 공간. 조선 세조 때 단종 복위운동을 하다 숨진 박팽년을 비롯해 성삼문, 이개, 유성원, 하위지, 유응부 등 ‘사육신(死六臣)’의 위패를 모셨다.

화원읍 남평문씨 세거지는 한말 전국 최고의 장서를 자랑하는 민간서고였다.

1900년 3월, 대한민국 최초의 서양 피아노가 들어온 곳은 화원유원지(화원동산) 옆 사문진 나루터이다. 영화 ‘빨간마후라’의 주인공 유치곤 장군도 유가 출신이다.


정관 스님 도움 받아 레시피 개발
상표권 출원중…전국 마케팅 추진

 

발우비빔밥

집간장·집된장으로만 간 하고
마늘·파 등 오신채 사용 안해
주재료에 해초 첨가한 게 특징

 

백년밥상

모둠쌈밥·두부구이·버섯 팔보채
현대인 입맛 고려한 퓨전스타일
참기름 대신 들기름으로 맛 살려
설탕·물엿 대신 각종 자연 淸 활용
어릴 적 먹었던 시골밥상 떠올라

 


◆숨겨진 명물 먹거리도 적잖다.

전국 3대 곰탕으로 등극한 박소선 현풍할매곰탕을 비롯해 하향주, 다사읍 부곡리 논메기매운탕, 가창 찐빵 등이 유명세를 타고 있다.

달성군 농특산물 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건 ‘유가찹쌀’. 유가 지역 240여 농가에서 집중적으로 재배하고 있다. 순도가 100%에 달해 청와대 등에서 매년 명절 선물용으로 대량 매입해가고 있다. 유가면 금리 유가찹쌀영농법인에서 직접 방앗간에서 도정을 하고 찹쌀떡, 한과, 산자 등을 제조해 판매하고 있다.

비닐하우스용‘옥포 참외’는 성주참외에 앞서 전국에서 가장 먼저 출하된다. 다사의 멜론도 전국적 지명도를 갖고 있고 부추는 포항 영일 다음으로 생산량이 많다. 다사와 화원이 부추 특산지. 연중 출하되는 게 특징.

정대 미나리는 청도 한재 미나리와 달리 연중 무휴로 생산되는 게 특징이고, 연 5~7회 출하된다. 청도 한재 미나리는 생채용으로 애용되지만 정대 미나리는 무침용으로 애용된다. 화원 명곡지구에서는 25가구, 화원 용문사 아랫마을에서도 5~8년 전부터 세 가구가 용문사 미나리를 생산한다.

달성군은 기능성 채소의 특산지로 거듭나고 있다. 하빈 지역에서 어성초, 삼백초, 개똥쑥을 3년 전부터 집중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2012년 택배건수가 2천여건에서 지난해 무려 2만3천여건으로 폭증했다.

전남 해남 강진 영광 등에서 하절기 인기를 누리고 있는 무화과도 지난해 달성군에서 첫 출하됐다. 하빈 지역 8개 가구에서 생산을 하고 있다. 출하 시기는 매년 9월에서 11월 사이.

◆달성발 사찰음식…비슬 발우비빔밥과 백년밥상

지난 3월1일 비슬산 정상에 있는 대견사를 중창한 달성군은 사찰음식 보급에 비상한 관심을 갖고 있다. 달성군을 ‘사찰음식 1번지’로 만들기 위해 3년째 각종 사업을 전개 중이다.

2011년 사찰음식육성위원회를 발족한 뒤 사찰요리 연구가이자 경남 거창군 금수암 주지인 대안 스님 등을 초청해서 사찰음식 관련 요리사 양성 및 교육을 실시했다. 이어 사찰음식 전문점이 지정됐고, 민간인 주도로 달성사찰음식연구회까지 발족됐다. 이 과정에 팔공산 동화사 양진암 주지를 거쳐 전남 백양사 천진암 주지로 있는 정관 스님의 도움을 받아 ‘비슬 발우비빔밥’과 ‘비슬 백년밥상’을 개발한다. 군은 현재 두 음식에 대한 상표권을 서비스 출원 중이다. 전국적 인지도를 확보하기 위해 브랜드마케팅도 할 계획이다.

달성군 사찰음식연구회(회장 전주연) 소속 10개 이상의 업소 주인이 의기투합을 했다. 레시피 확정을 위해 2년여간 무려 7차례 수정작업을 거쳤다. 연초에 백년밥상 레시피를 공개하기 위해 가창면 우록리 큰나무집에서 시식행사를 가졌다.

◆비슬 발우비빔밥이란

화학조미료는 절대 사양. 사찰음식이니 고기도 사용하지 않고 마늘, 파, 부추, 달래, 흥거 등 자극적인 ‘오신채(五辛菜)’도 사용하지 않는다. 또한 실제 스님이 발우공양 때 사용하는 목기와 비슷한 발우그릇 혹은 유기를 사용하고 있다. 가급적 불가의 식기 스타일을 적용한다. 전국에선 드물게 해초와 채소를 한 그릇에 모셨다. 다시 말해 제주도의 대표적 잔치음식인 ‘몸국’의 주재료인 모자반(마재기)을 기존 비빔밥 주식재료에 섞었다. 고추장이 들어가면 기존 식재료 본연의 맛을 가리기 때문에 대신 집간장과 된장만으로 간을 했다. 각종 식재료(시래기, 콩잎, 모자반, 숙주나물, 미역과 다시마가루)를 프라이팬에서 집간장과 된장, 콩가루 등을 넣어 일차 볶은 뒤 그릇에 담아 향기도 그대로 보존한다. 달성군의 특산물이기도 한 시래기는 1시간 이상 불려 채 썰어 프라이팬에서 간장과 된장만으로 간해서 볶아낸다. 고명으로는 튀긴 미역과 김가루를 혼합해 밥 위에 뿌리는데, 미역과 김가루를 3대 7 비율로 섞는다. 나물을 볶을 때는 생콩가루와 들기름을 조금 사용한다.

◆비슬 백년밥상

덧칠을 거의 안 한 밥상이다.

최저의 양념으로 최고의 풍미를 만들고 있다. 조금은 퓨전스타일인 코스한정식 버전의 사찰음식이다.

최소의 제철 식재료, 짧은 요리시간, 그러면서도 식재료의 영양소·질감·향기를 극대화시켰다. 사찰음식의 주메뉴를 액면 그대로 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입맛을 가질 수밖에 없는 현대인의 입맛도 고려했다. 한과 조리법도 응용해서 버섯강정과 우엉강정을 만들어내거나 탕수육 버전을 활용해 모둠버섯 팔보채를 만들었다. 초밥(스시)과 비슷한 모둠쌈밥, 산초를 이용한 두부구이도 이색적인 맛이다. 특히 물미역 옆에 연근과 마를 곁들여 ‘기존 사찰음식은 너무 평범하고 너무 싱겁고 너무 채식류 일변도’란 지적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도록 수차례 레시피 수정 작업을 거쳤다.

사실 기존 지자체의 각종 밥상은 너무 화려하고 푸짐하고 컬러풀하다.

그게 옥에 티였다. 그래서 어머니의 맘, 삼베보자기 같은 맛을 유지하려고 했다. 수행 중인 스님이 먹는 밥상을 간접 체험하도록 배려했다. 가능한한 식재료를 적게 넣으면서도 식재료 본연의 맛의 스펙트럼은 최대한 팽창시켰다.

집간장과 집된장, 그리고 참기름 대신에 음식 본연의 색깔을 더욱 돋워주는 들기름에 중점을 두었다. 단맛을 낼 때도 기존 설탕과 물엿을 멀리했다. 산과 들에서 채취한 자연 재료를 갖고 각종 청을 만들었다. 이렇게 해서 ‘백년밥상 5대 청(오미자청, 복분자청, 청양초청, 매실청, 함초청)’이 태어난다.

연잎밥도 매우 단순해 오히려 깊이가 느껴진다. 기존 연잎밥은 메이크업이 과하다. 백년밥상의 식사용으로 나오는 연잎밥은 전국에서 순도가 가장 높은 현풍 유가찹쌀만 갖고 조리했다. 팥은 물론 견과류도 일절 넣지 않았다. 대신 된장에 들기름이 첨가된 ‘청양초 빡빡장’을 곁들여 먹도록 했다. 뭐랄까, 하절기 우엉잎에 강된장으로 쌈을 싸먹는 풍미다.

부족한 식물성 단백질을 보충하고 담백한 토장국의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모자반과 시래기, 그리고 콩가루와 무, 콩나물이 들어간 국을 낸다. 추억의 시골밥상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사찰음식 상에서 거의 보기 힘든 메뉴도 있다. 바로 팔공산 동화사 양진암에서 태어난 ‘도토리묵구이’. 보통 도토리묵은 묵사발, 묵채 용으로 즐겨 사용되는데 이때 주로 양념간장을 많이 사용하지만 여기선 양념간장 대신에 장아찌로 맛을 낸 게 인상적이다. 이 밖에 백년밥상에서만 볼 수 있는 인기 메뉴로는 버섯초회, 가지떡꼬치, 물미역 연근 마 삼합 등이 있다. 1인분 1만5천원과 2만원 두 종류가 있다.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TIP=정관 스님이 지난달 28일부터 달성문화센터에서 업주 35명을 대상으로 레시피를 전수하고 있다. 논공읍의 일월정, 가창면 우록리의 큰나무집, 죽곡리의 정강희두부마을, 박곡리의 시목약선한정식, 다사읍의 디미방 등에서 이 음식을 취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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