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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제대로 걸으면 철학이 보인다

2014-06-10

‘사루쿠’라는 일본말이 있다. ‘아루쿠(あるく)’의 나가사키 방언으로 어슬렁거리며 걷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사루쿠 프로젝트’는 1945년 8월, 나가사키 원폭 이후 나빠져만 가는 도시의 이미지를 바꾸고자 2006년부터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만든 나가사키의 대표적 걷기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유(遊), 통(通) 학(學), 식(食)이라는 네 개의 주제로 나뉘는데, 개별적 취향에 따라 선택해서 즐기면 된다. 즉, ‘유’는 해설사의 도움 없이 자유롭게 지도를 들고 걷는 프로그램이다. ‘통’은 전문 가이드의 해설을 들으며 걸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며, ‘학’은 특정 분야의 교수 또는 전문가의 설명을 들으며 걷거나 각종 체험을 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식’은 말 그대로 나가사키의 대표 음식들을 즐기며 걷는 일종의 식도락 걷기 코스라고 할 수 있겠다. 이렇게 나가사키의 구석구석을 잘 짜인 프로그램으로 돌아본다면 자연스럽게 지역사랑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걷기, 그것은 인간이 반복적으로 행하는 아주 단순한 육체적 움직임인 동시에 가장 효과적인 건강법이다. 우리는 걸으면서 때로는 철학자가 되기도 하고, 천진난만한 애가 되기도 한다. 걸어야만 진정으로 생각하고 구상할 수 있다고 믿었던 장자크 루소, 건강을 유지하고 자신을 제어하는 훈련을 하기 위해 일상적으로 산책에 나섰던 임마누엘 칸트, 다산 정약용 선생도 유배지에서 늘 산책과 걷기명상을 했기에 500여권의 책을 집필할 수 있었다고 한다.

‘걷기’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을 한 프랑스 철학자 프레데리크 그로 교수는 ‘걷기의 아름다움’을 이렇게 표현하기도 했다. “나는 걷는다. 고로 철학한다.” 지역의 모 의과대학 교수는 길 위에서 사랑과 행복을 찾고 있다. 그는 걷기를 통해 몸과 마음, 그리고 생각까지 다이어트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 요즘 현대인의 감기인 우울증, 스트레스 등을 이겨낼 수 있고, 결국 암까지 이겨낼 수 있는 강한 체력을 갖추게 된다고 한다.

크게 돈 안 드는 운동, 걷기. 마음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는 걷기. 한쪽 발을 다른 쪽 발 앞에 내딛는 단순한 행위로 끝날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자연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천천히 느끼고 생각하는 걷기를 실천해 보는 것은 어떨까.

허문호<대구MBC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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