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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기획] 대구도시철도 역무원의 하루

2014-09-29

한해 1만8천건 분실물 사고…역내 안전순찰 등 밥 먹을 시간도 모자라
‘시민의 발’ 봉사하는 마음으로 일해
유실물로 시대 흐름 파악…10년전 삐삐∼스마트폰 많아
주말에도 교대 근무 분주…가족 못챙겨 늘 미안함 커

[월요기획] 대구도시철도 역무원의 하루
지난 26일 대구 반월당역에서 역무원 이홍주 과장(46·오른쪽)과 오계헌 대리(40)가 CCTV를 모니터링하며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전체 59개(1호선 30개·2호선 29개) 역사(驛舍)엔 48편성의 전동차(1편성 6량)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운행된다. 출퇴근하는 직장인부터 무거운 책가방을 둘러메고 통학하는 학생, 그리고 대구를 찾는 여행객까지 약 40만명이 역사 개찰구를 매일 드나든다.

500여명의 역무원들은 늘 분주할 수밖에 없다. 안전사고를 의식하며 하루 평균 9시간 이상 지하에서 생활한다. 이들의 ‘땅속 삶’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지난 26일 오전 10시쯤 환승역인 반월당 역사안. 이날 주간근무자 3명이 자리를 지켰다. 1시간마다 개찰구와 역내 순찰, 역무실을 번갈아가며 근무한다. 이홍주 과장(46)은 황급히 들어온 여자 승객을 맞았다. 여자 승객은 “다른 역 승강장 벤치에 지갑을 놔두고 온 것 같다” 며 울먹였다. 이 과장은 승객을 안심시키면서 출발역 역무실에 전화를 걸어 유실물 확인을 요청했다. 5분 뒤 지갑을 찾았다는 전화가 걸려오고 나서야 이 승객은 돌아갔다.

이 과장은 “하루에도 수십 번 이상 분실물을 찾는 승객이 찾아온다. 이제는 대충 어디 있을 것이라는 감이 온다”고 말했다. 역무실 한켠에는 분실물이 한가득 쌓여 있었다. 지난해에만 무려 1만7천938개의 분실물이 발생했다. 이중 97%(1만7천367개)는 주인에게 돌아갔다. 일주일이 지나도 찾아가지 않을 때는 반월당 역사 내 ‘유실물센터’로 옮겨진다.

유실물센터는 그야말로 ‘박물관’을 방불케할 정도로 다양한 물품이 있었다. 유실물센터 관리자 조경희 대리(45)는 “유실물 장부만 봐도 시대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10여년 전에는 호출기(삐삐)가 많았지만, 요즘은 스마트폰이 분실물 1순위”라고 말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배달음식이 역무실로 들어왔다. 잠시도 밖으로 나갈 수 없기에 점심식사는 늘 이렇게 해결한다. 행여 사고라도 날까, 밥상도 CCTV 모니터 바로 앞에 차려진다. 이홍주 과장과 오계헌 대리(40)가 막 첫술을 뜰 찰나, 사무실 내 호출벨이 울렸다. 장애인 화장실에서 온 신호였다. 오 대리가 황급히 달려갔다.

오후 6시쯤 대구역 1호선 역무실로 향했다. 직원들이 막 인수인계를 마쳤다.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일해야 한다. 역내 순찰근무를 돌던 송우동 대리(46)는 가족단위 승객을 한참 바라본 뒤 “저희는 이제 일을 시작해야 한다. 가족에게 늘 미안하다”고 말했다.

오전 0시, 열차 운행이 종료됐지만 역무원들은 승차권과 수입금 확인, 시설점검 등을 하느라 바빴다. 20분 뒤 선로에 전기가 완전히 끊기고 나서야 역무원들은 당직실로 발길을 돌렸다. 당직실은 샤워시설을 갖추고 있어 제법 그럴싸했다. 최철호 대리(44)는 “오전 4시50분까지 휴식을 취하고, 첫 차가 운행하면 다시 바빠진다”며 기자에게 작별인사를 건넸다.

첫 개통 이후, 시설개설과 구간 연장을 거듭하고 있는 대구도시철도는 지난해에만 1억3천400만여명이 이용하는 등 지역민의 ‘든든한 발’이 되고 있다. 하지만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 ‘주홍글씨’다. 반대 급부로 이 참사의 아픔은 역무원들의 마음을 항상 다잡아 주는 역할도 한다. 다시는 이땅에 그런 비극이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홍승활 대구도시철도공사 사장은 “지하철 참사로 시민들에게 큰 빚을 졌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대구도시철도가 단순히 승차권을 파는 장사꾼이 아니라, 승객들에게 영구적 안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각인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명민준기자 min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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