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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신작대결] 제인 구달:꾸뻬씨의 행복여행

2014-11-28
20141128

★ 제인 구달 (장르:다큐멘터리 등급:전체 관람가)
‘침팬지 전문가·환경운동가’ 제인 구달의 삶 조명

영화 ‘제인 구달’은 동물보호와 환경 보전을 위해 자신의 삶을 헌신한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침팬지 전문가 제인 구달의 열정과 용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마하트마 간디와 비견되어 왔고, ‘환경계의 록스타’로 불리던 그녀는 최근 100년 동안 가장 중요한 과학적 돌파구를 마련한 여성으로 추앙받으며 전세계적인 아이콘이 됐다. 영화는 그런 제인 구달이 어떤 계기와 과정으로 이 시대 가장 유명한 동물학자이자 세계적인 환경운동가가 되었는지, 그녀가 살아온 발자취를 묵묵히 따라간다.

제인 구달은 평소 꿈꿔왔던 침팬지 연구를 위해 연필과 노트, 열정만 가지고 1960년에 탄자니아 곰베 국립공원을 찾았다. 그때 그녀의 나이 23세. 제인 구달은 침팬지 무리에 직접 들어가 우정을 맺고 교감하며 그들과 친구가 됐다. 이 과정에서 침팬지가 도구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해 전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다.

물론 모든 게 순탄했던 건 아니다. 연구비가 떨어지자 내셔널지오그래픽과 접촉해 자신의 순수한 의도를 대중에 알리는 기회로 삼았지만 한편에선 그녀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마주해야 했다. 얼굴 예쁘고 젊다는 것으로 유명세를 탔을 뿐, 그녀가 한 일은 별로 없다는 것. 반면, 함께 동고동락했던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작가 휴고 반 라윅과 결혼해 아들 그럽을 낳는 행복한 순간을 맞이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유욕과 질투가 강했던 휴고와는 결국 파경을 맞았고, 두 번째 만난 남자는 암으로 먼저 떠나보내는 아픔도 겪었다.

이후 제인 구달은 일에만 몰두했다. 가족과 일 그리고 지구상의 모든 생명을 돌보고 지키는 데 헌신하게 된다. 곰베는 그런 그녀에게 치유의 공간이 됐다. ‘삶은 계속돼야 한다’는 말이 있듯 자연과 벗하며 힘과 의욕이 생긴 제인 구달은 허리를 질끈 동여매고 새출발을 다졌다.

영화는 제인 구달이 직접 카메라를 마주한 채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침팬지 연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전반부에 이어 후반부는 세계 곳곳을 찾아다니며 환경보전과 인권운동에 힘쓰는 활동가로서의 모습을 조명했다.

제인 구달은 1986년 침팬지 행동에 관해 기술한 책 출간을 계기로 그의 활동상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국립과학원이 주최한 학회에는 비폭력적인 방식으로 침팬지를 연구하는 모든 학자와 운동가가 다 모였을 만큼 성황을 이뤘다. 제인 구달은 나흘간의 학회를 마친 후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술회한다. 그녀는 말한다. “침팬지 덕에 이 자리까지 왔으니, 이젠 내가 그들을 도울 차례”라고. 그날 이후 제인 구달은 연간 300일 이상 강연장과 회의장을 누비고 다닐 만큼 왕성한 활동을 펼친다.

‘뿌리와 새싹’은 그런 활동과정에서 탄생한 의미있는 결과물이다. 이를 통해 북미에선 외래종 식물을 모두 뽑아내 습지를 되살려냈고, 중국에선 안락사 없는 유기견 센터가 세워졌다. 또 인간과 침팬지의 공존을 위한 의도에서 출발한 ‘테이케어’는 아프리카 주민들에게 무담보 소액대출을 해줌으로써 그들에게 새로운 출발의 기회를 제공했다.

영화는 지구 환경의 심각성에도 경고의 메시지를 잊지 않는다. 여름에도 녹지 않던 빙하가 매우 빠른 속도로 녹고 있는 그린란드의 아름답고 끔찍한 풍경은 그 점에서 많은 것을 시사한다. ‘제인 구달’의 미덕이라면 어마어마한 존재감과 위대한 비전을 가진 한 여성의 삶을 거창하게 보여주는 대신, 신념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그녀의 진솔한 모습에서 느껴지는 어떤 감응이 이 영화에 있다는 점이다.

위대한 동물학자이자 환경운동가로서의 모습뿐만 아니라, 사랑에 빠졌던 한 여성이자 엄마로서의 모습 등은 그녀가 살아온 삶을 더욱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평소 그녀를 존경했던 안젤리나 졸리가 “내 삶에 있어서 언제나 영감이 되고, 그녀의 경험, 현명함과 에너지에 압도적으로 매료되었다”고 말한 건 그런 때문일 것이다.

제인 구달 연구소는 총 21개국에 지부를 두고 있다. 그리고 ‘뿌리와 새싹’ 운동은 전 세계 120여개 나라에서 진행 중이며 그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자기 삶의 매 순간이 이 세상의 변화에 영향을 주는데 자신의 선택에 따라 그 영향이 달라진다. 변화를 만드는 우리의 삶이 중요한 이유”라는 제인 구달의 말은 두고두고 곱씹게 만든다.

20141128

★ 꾸뻬씨의 행복여행 (장르:드라마 등급:15세 관람가)
이 아저씨의 여행 따라가면 행복의 비밀 알 수 있대요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일까. 목표를 이루거나 원하는 것을 갖게 되었을 때 느낄 수 있는 보편적인 만족감일까, 아니면 여전히 쉽게 정의내릴 수 없는 철학적 사유의 영역일까.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자신이 쓴 ‘행복의 정복’에서 ‘삶에 대한 열정적인 태도’와 ‘공동의 행복을 추구하는 결합체로 보는 사랑’이 행복에 이르는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분명한 건 인간은 행복해지기 위해 살고, 행복은 모든 사람이 바라는 삶의 최종 목표라는 점이다. ‘꾸뻬씨의 행복여행’은 바로 행복의 진정한 의미를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나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다. 남부러울 것 없이 완벽해 보이는 삶을 살아가던 정신과 의사 헥터(사이먼 페그)가 그 주인공.

헥터는 직업상 매일 자신이 불행하다고 털어놓는 환자들을 만난다. 하지만 그들에게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는 스스로에게 실망하게 되면서 환자들을 대하는 것이 이제는 버겁다. 급기야 의미 없는 삶에 지친 그는 여자친구 클라라(로자먼드 파이크)를 남겨두고 행복의 비밀을 찾기 위해 무작정 여행을 떠난다.

‘꾸뻬씨의 행복여행’은 실제 정신과 의사인 프랑수아 를로르가 환자들을 진료하며 얻은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쓴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이다. 이야기의 줄거리나 사건의 얼개는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훨씬 인간적이고 유머러스한 캐릭터로 묘사된 헥터와 클라라의 로맨스는 원작에 비해 훨씬 중요하게 다뤄진다. 활자의 한계를 뛰어넘는 볼거리와 디테일 역시 영화에서만 향유할 수 있는 장점이다. 헥터의 소소한 일상으로부터 시작해 여행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과 그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낯설고 이국적인 풍경들이 지루할 틈 없이 펼쳐진다.

한 편의 로드쇼를 보는 듯한 헥터의 행복 찾기 여정은 실제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북미까지 총 4개 대륙에 걸쳐 촬영됐다. 헥터는 그곳에서 만난 인물들의 사연을 자신의 행복수첩에 꼼꼼히 기록한다. 돈이 행복의 필수 조건이라고 생각하는 상하이의 돈 많은 은행가, 가정을 행복하게 꾸려가고 싶은 아프리카의 마약 밀매상, 생애 마지막 여행을 떠난 말기암 환자, 그리고 여전히 마음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LA의 첫사랑까지, 헥터는 흥겹고 설레고 즐거운, 때로는 위험천만한 순간들을 맞이한다. 언제나 빠지지 않는 “당신은 행복한가요?”라는 질문과 함께.

‘온전히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 ‘좋은 일을 기뻐할 줄 아는 것’ ‘있는 그대로 사랑 받는 것’ 등 그의 수첩에는 그가 온몸으로 경험하고 터득한 행복의 의미가 담겨진다. 연출을 맡은 피터 첼섬 감독은 웃기면서 감동적이고 보편적인 감정의 영역을 깔끔한 편집과 리듬감으로 이를 능숙하게 포착했다. 덕분에 이 여정은 단순히 흥미를 추구한 영화적 설정에 그치지 않고,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잊고 지냈던 현대인들에게 보다 설득력 있게 와 닿는다.

개성 넘치는 배우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이 영화의 매력이다. 주인공 헥터 역을 맡은 사이먼 페그는 유쾌하면서도 사랑스러운 특유의 연기로 여정에 묘미를 더한다. 어른이지만 내면에 천진난만한 소년의 순수한 감성을 숨기고 있는 헥터를 섬세한 연기력으로 표현해 원작보다 훨씬 인간적인 느낌의 캐릭터로 완성시켰다.

또 일과 사랑,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완벽하게 챙기는 여자 친구 클라라로 분한 로자먼드 파이크, 은행가 에드워드를 연기한 스텔란 스카스가드, 거물 마약상 디에고 역의 장 르노, 그리고 행복에 대해 연구하고 강의하는 코어만 교수로 출연한 크리스토퍼 플러머 등은 헥터의 여행에 흥미로운 방향타 역할을 담당했다. 바쁘게 보내던 일상을 잠시 내려 놓고 행복의 의미를 찾아떠난 헥터의 여정에 동참해보는 건 어떨까.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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