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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세계 음식을 찾아서 (3) 프랑스

2015-01-16
20150116

프랑스 요리. 다국적 패스트푸드와 각종 인스턴트 먹거리로 인해, 또한 웰빙이면서 힐링의 기운을 가득 간직하고 있는 이탈리아 요리의 공세에 상당히 입지가 좁아진 감도 있지만 아직도 세상의 식탁을 호령하고 있다. 하나의 소스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 며칠 동안 스톡을 끓이고, 음식과 음식 사이에 가장 정확한 메뉴를 꽂을 줄 아는 게 프랑스 요리다.

세상의 요리에 대해 최고 권위의 평가를 하는 요리비평서도 프랑스에 있다. 바로 ‘미슐랭가이드’다.

프랑스 요리는 서양요리의 경전과 같은 위치를 갖고 있다. 그런데 처음부터 세계 최고의 요리가 된 걸까? 아니다. 태양왕이라 불렸던 루이 14세가 있었다. 그는 하루 닭을 50마리, 포도주 20ℓ를 비운 대식가였다. 그의 시대가 프랑스 문화의 최대 황금기였다. 베르사유 궁전이 완성되고 각종 귀족 주최의 사교문화가 폭발적으로 성행하고, 세계주요 회의는 묻지마 파리였다. 프랑스어는 국제공용어가 된다. 하지만 당시 프랑스 궁전의 만찬은 지금과 완전히 달랐다. 심지어 양손으로 갈비를 뜯을 정도였다.

지금으로 보면 참 교양없는 식탁이었다.

무질서하고 조금은 무데뽀적인 프랑스 궁중 식탁을 세련된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해 준 나라는 이탈리아다. 1553년 어느날 카트린느 드 메디치라는 이탈리아 피렌체 명가의 둘째딸이 요리사들을 몰고 프랑스 왕 앙리 2세한테 시집온다. 프랑스 음식문화에 일대 전기가 된다. 프랑스 요리가 이탈리아 요리와 충돌하는 순간이었다. 프랑스 왕가에선 이탈리아에서 온 포크와 아이스크림을 보고 크게 놀란다. 세상에서 가장 우아하고 환상적이라 불리는 프랑스 요리도 실은 이탈리아, 스페인, 러시아 등 유럽 여러 나라 음식문화가 찬조출연해 형성된 ‘짜깁기 요리’였던 것이다.


거위의 살찐 간 푸아그라…잔혹한 사육의 결과물

안심 스테이크 샤토브리앙, 가장 부드러운 부위
샤토브리앙 백작이 좋아해 붙은 이름


◆ 정통 풀코스 만찬 들여다보기

통상적으로 프렌치 레스토랑에 와서 풀코스를 시키면 전채 개념인 ‘오르되브르’가 처음으로 나오고 다음으로 애피타이저인 ‘앙트레’. 이때 왕새우인 감바스, 바닷가재인 오말, 굴인 위트르 등 해산물을 주로 즐긴다. 메인으로 넘어가기 위해 ‘소르베’라는 걸 먹는다. 이건 영어로 ‘셔벗’이라고 하는데 과일을 갈아 얼려서 슬러시처럼 만든 것이다. 통상 해물에서 육류로 넘어갈 때 입맛을 고르는 역할을 한다.

참고로 일식에선 종류가 다른 생선회를 연이어 먹을 경우 중간에 회의 향미가 서로 충동하지 못하게 보리차 같은 ‘오차’를 내놓는다.

세계 3대 진기한 식재료로 평가받는 ‘푸아그라’는 식탁에 오르기 전에는 참 슬픈 회랑을 지나와야 된다. 푸아그라용 거위의 사육 환경이 참으로 잔혹하다.

푸아그라는 프랑스어로 ‘살찐 간’이라는 뜻이다. 즉 거위 간 요리는 도살이라는 순간적인 동작이 아니라 장장 수개월에 걸친 사육과정 자체가 끔찍스러운 잔혹행위, 바로 그것이다. 푸아그라용 거위는 자신의 부리로 모이를 먹지 못한다. 주둥이에 깔때기가 꽂혀 있기 때문이다. 그 속으로 주입되는 먹이도 거위가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거위가 잘 먹지 않는 콩 등의 곡물을 깔때기 안에 쏟아붓는다. 그렇게 먹인 다음 절대로 고개를 숙이지 못하게 머리 뒤에 용수철을 매달기도 한다. 모이를 토해내면 말짱 헛일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이처럼 무자비한 고문이 계속되면 위경련을 일으키거나 모이주머니가 터지는 불상사가 일어나는 게 당연하다. 이런 처절한 서바이벌 게임에서 용케 살아남은 거위는 간덩이가 부을 대로 부어 크기가 정상 거위의 10배 정도에 이른다. 푸아그라는 바로 이렇게 부은 간으로 만든 요리다.

◆ 달팽이 요리…에스카르고

참 흥미로운 메뉴가 바로 ‘에스카르고’, 바로 달팽이 요리다. 국내에선 거의 냉동제품만 유통되니 생물을 맛보려면 직접 사육을 하거나 본토로 날아가야 된다. 그런데 조만간 대구에서도 양식된 달팽이를 갖고 요리한 에스카르고를 맛볼 수 있을 것 같다. 노보텔 대구점의 총주방장 전창씨가 테라스에서 달팽이를 양식할 모양이다.

에스카르고는 프랑스어로 ‘달팽이’ 또는 ‘나사 모양’을 뜻하는 말이다. 달팽이가 포도나무 잎을 좋아하기 때문에 와인으로 유명한 지역의 달팽이가 맛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대 로마시대부터 미식의 하나로 여겨졌고 이것이 전해져 프랑스의 에스카르고 요리가 되었다고 한다. 프랑스에서는 20가지 이상의 조리법이 알려져 있다고 한다. 왼손으로 전용 집게(Tong)로 고정시킨 뒤 오른손으로는 전용 포크로 빼먹는다.

바게트는 프랑스 국민 빵임과 동시에 세계의 빵이다. 이탈리아 파스타에 비견된다.

프랑스어로 바게트는 ‘막대기’다. 이는 한때 프랑스군의 군수식량이자 베개 구실을 했다. 구울 때 물을 뿌려 겉을 바싹하게 만든다. 2004년 통계에 따르면 바게트의 한 해 유통 개수가 100억개라고 한다. 프랑스 정부는 1993년 포고령을 통해 제빵용 밀가루와 물, 소금 외 다른 첨가물이 들어간 건 절대 바게트란 명칭을 사용할 수 없게 했다. 교과서에 따르면 바게트는 길이 67~68㎝, 무게는 완제품 기준 280g, 원료 배합률은 밀가루를 100이라 했을 때 물은 58~60, 소금은 1.8, 이스트는 1 정도 들어간다. 22℃에서 반죽해 3시간30분 발효시키고 350g 크기로 떼어내 막대모양으로 빚고 표면 위쪽에 사선을 서너 개 긋는다. 250~280℃ 오븐에서 15~18분 구워낸다. 파스타처럼 종류도 다양하다. ‘파리지엥’은 길이는 바게트와 같고 무게가 500g, 무게 200g에 길이 62~63㎝로 바게트보다 가늘고 가벼운 빵 ‘플뤼트(악기인 플루트를 의미)’를 먹는다. 겉껍질을 쪼개면 크림색 속살이 드러나는데 이 속살을 ‘미(MIE)’라고 한다. 구멍도 크기가 달라야 한다.

◆ 샤토브리앙의 내력

‘샤토브리앙’이란 안심 스테이크도 프랑스에서 생겨났다. 샤토브리앙 백작이 좋아 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보통 안심을 장만하면 5조각 안팎이 나오는데 왼쪽에서 셋째가 가장 부드러운 안심 부위이고 그 부위 이름이 바로 샤토브리앙이라고 한다.

프랑스만큼 다양한 디저트가 많은 나라도 드물다. 우린 달랑 식혜, 종이 커피 한 잔 등으로 끝나지만 프랑스 요리는 이탈리와 요리와 함께 본식 못지않은 육중한 디저트 라인을 자랑한다. 치즈, 아이스크림, 셔벗, 초콜릿, 무스, 푸딩, 커피, 심지어 식후주로 코냑까지 이어진다.

대표적인 게 치즈다. 프랑스에는 약 400종의 치즈가 있고 대표적인 건 카망베르, 브리, 로크포르 등이다. 흰 곰팡이를 접종시켜 숙성해 만든 순한 맛의 ‘카망베르’는 나폴레옹 애처인 조세핀의 체취와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지방의 함량이 많을수록 고소하고 부드러우며, 단백질의 함량이 많으면 뻑뻑한 느낌이 강하다. 양젖에 푸른곰팡이를 접종하여 만든 ‘로크포르’, 염소젖으로 만든 염소치즈, 지방함량이 많아 부드러운 ‘브리’, 스위스 음식인 퐁듀에 사용되는 ‘에멘탈’ 등이 있다.

글=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프랑스발 에티켓 RSVP란

RSVP. 이건 바로 프랑스발 에티켓의 정수를 알려주는 용어이다. 이 용어를 알면 국제 에티켓에 조예가 깊다고 볼 수 있다.

고급 레스토랑이야 자기 돈 내고 가면 되지만 각국 외교사절, 장관, 귀족 등 VIP가 운집한 곳에는 가고 싶어도 초청장이 없으면 갈 수 없다. 초청하는 쪽에서 자기 행사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은 아예 초청장을 보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행사 주최자 비서진에서 피초청자에게 전화를 걸어 참석여부를 확인하지만 정통은 그게 아니다.

공식 행사의 경우 초청장 하단에 ‘RSVP(레폰데 실부플레·Repondez S’il Vous Plait)’ 또는 ‘REGRET ONLY’라는 문구를 전화번호와 함께 명시하는데 참석 가부를 전화로 통보해 달라는 국제적인 관행. RSVP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프랑스 에티켓 용어로 영어의 ‘Please Reply’에 해당된다. 즉 ‘참석 가부를 통보(회신)해 주십시오’라는 뜻이다. RSVP의 경우 반드시 참석 여부를 알려줘야 한다. 만약 전화를 하지 않으면 참석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그렇게 해놓고 불참이면 주최자에게 씻을 수 없는 과오를 범하게 된 것이고 향후 상당한 불이익을 받게 된다.

초청받은 사람이 행사장에 갈 때는 초청받지 않은 다른 사람을 데리고 가는 것 또한 대단히 실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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