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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란 걷는 것이 아니다. 걸으면서 나아가기 위한 것이다. 나아가지 못하는 길은 길이 아니다. 길은 모두에게 열려있지만 모두가 그 길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던 드라마 ‘미생’의 한 구절이다. 여운이 많이 남는 대사 때문인지 지난해 대구내 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대출됐던 책으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학창시절 가정형편이 어려워 대학진학은 꿈도 못꾸고 만화학원에서 몰래 생활하다 쫓겨나 노숙생활을 해야 했던, 그리고 ‘모래시계’의 대본을 베껴 쓰고 시나리오 전집 등을 읽으며 이야기 공부에 몰두했던 윤태호 작가를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미생 신드롬은 알지만 정작 이를 만들어 낸 주인공은 모르는 것이다.
이런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책을 읽고 직접 글도 쓰는 것을 추천한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은 늘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국내 성인의 연평균 독서량은 9.2권, 대구시민 1인당 도서관에서의 대출권수는 2.2권이라는 지표는 이런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대구는 삼국유사를 쓴 일연 스님과 정도전, 퇴계 이황 등 다수의 유학자가 저술활동을 했던 학문의 도시다. 또 초조대장경이 팔공산 부인사에 보존됐다는 정통성을 보유하고 있으며 시인 이상화의 백부가 설립한 ‘우현서루’가 있었던 책의 도시다. 이런 책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대구에서 태어나 자란 나로서는 책이 가진 무한한 잠재력을 브랜드화시키지 못하는 대구가 늘 안타까웠다.
때문에 대구시는 책 읽기를 넘어 책 쓰기의 고장을 만들기 위해 지난해 대구 도서관 이용현황을 분석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규모가 큰 시립 도서관 외에도 구립 도서관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또 우리 지역 학생은 2009년부터 책 쓰기 운동에 참가하고 있다. 벌써 4만5천여명의 학생저자와 112권의 출판물이 탄생했다. 이제는 우리네 어른들도 펜을 들어보자. 나의 이야기도 좋고 내 아들, 딸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도 좋고 내 고장 이야기도 좋다.
노숙자에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윤태호처럼 많은 시민이 책을 많이 읽고 쓸 수 있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수 있는 그런 대구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 생애 내 이름이 적힌 책 한 권 있다면 이 얼마나 설레겠는가.이승대<대구시 교육청소년정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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