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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이춘호 푸드블로그 오너셰프를 찾아서 대구 삼덕동 소바 전문점 ‘니하치’이경엽 오너 셰프

2015-04-17

면발에 메밀향이 감돈다…니하치 소바, 짜지도 감미롭지도 않은 맛이 매력

20150417


20150417

한국에서 다른 건 다 반일적이어도 음식만은 ‘친일적’이다. 일본음식은 메뉴를 불문하고 그 기원과 발전양상, 퓨전 과정까지 백과사전식으로 갈무리돼 있다. 그 메뉴도 가문마다 레시피가 다르다. 가령 메밀가루로 만든 면인 소바(蕎麥)는 요리 형태와 육수, 고명, 담는 그릇에 따라 수백 종류가 파생될 수 있다. 소바 하나만 다 먹으려고 해도 평생이 걸릴지도 모른다.

일반 국수는 밀가루로 만들고 소바는 메밀가루로 만든다. 그런데 밀가루는 물을 만나면 점착성이 폭증하는데 메밀가루는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메밀가루로만 소바를 만들기 어렵다. 잘 끊어지지 않게 아교풀 같은 걸 섞어야 하는데 일본에서는 주로 밀가루를 섞는다. 북한에서는 감자전분, 남한에서는 고구마전분을 섞는다. 메밀가루와 밀가루의 비율에서부터 소바의 이야기가 풀려나오기 시작한다. 강원도 춘천막국수는 메밀가루와 전분가루를 7대 3 비율로 섞는다. 일본의 경우 메밀 100%면 ‘주와리’, 10대 1이면 ‘소토이치’, 9대 1은 ‘잇큐’, 8대 2면 ‘니하치’, 5대 5는 ‘도와리’로 불린다. 일본 시중에 판매되는 소바는 메밀가루가 30% 이상 들어가야 소바로 인정을 받을 수 있고, 포장시 겉면에 메밀가루의 함량을 반드시 기재하도록 한 농림성 규정이 있다. 소바를 사랑하는 일본에서는 와인의 소믈리에격인 ‘소바리에’라는 직업도 있다.

대구에도 이런저런 소바집이 있다. 그런데 일본 본토와는 좀 스타일이 다르다. 국내 소바는 메밀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가는 반면 전분을 많이 넣어 졸깃한 기운을 더 묻히고 있다. 색도 본토에 비해 상당히 검은 톤이다. 원주식 냉면처럼 메밀 껍질까지 다 갈아서 면을 만들기 때문이다. 일부는 흑갈색을 내기 위해 오징어 먹물 등을 이용하기도 한다.


20150417

은행원 생활하다 사표 내고
日 요코하마 소바 명문에서
일반인 대상 프로과정 이수
한국인으론 두번째 수련생

하절기 적당한 세이로 소바
동절기에 적당한 가케소바
딱 두 종류만 특화해 서비스
면, 식탁 오르자마자 먹어야
지체하면 면 들러붙고 말라

◆ 대구에 등장한 니하치 소바

대구서 일본식 소바를 맛보려면? 지난해 온라인에서 한 업소를 발견했다. 중구 삼덕동2가 ‘니하치’였다. 여기는 메밀가루와 밀가루를 8대 2 비율로 섞는다.

경주시 감포 출신인 이경엽 오너셰프. 그는 2부인생을 소바와 함께하고 있다. 대구상고를 나와 산업은행 구미지점장과 자금결제실장을 거친 뒤 금융계를 떠났다.

은행 재직 중 일본 게이오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땄다. IMF 외환위기 직전에는 일본 도쿄지점에서 3년반 근무했다. 당시 저렴한 소바집을 자주 찾았지만 그가 소바집 사장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어느 날 TV를 통해 유명회사 회장을 거친 사람이 수타소바를 배워서 조그마한 산골에 가게를 낸 이야기를 접했다.

그도 소바를 배워 가끔 지인을 대접하고 싶다는 욕구가 들었다. 명퇴를 앞두고 제2의 삶을 뭐로 출발할 건지를 고민했다. 예순 즈음에 은퇴를 하면 아무것도 못할 것 같았다. 신의 직장임에도 불구하고 제일 먼저 사직서를 썼다. 5년 정도 고생하자고 다짐했다. 처음에는 도시락 전문점을 생각했다. 서울 여의도에서 배달형 도시락점을 열고 싶었다. 그때 갑자기 소바 생각이 났다. 남이 안 해본 것에 도전하고 싶었다.

“한국에서 그렇게 유행하지 않는 게 바로 일본식 소바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메밀국수, 막국수, 냉면 등이 있지만 본토 소바와는 뭔가 차이가 나잖아요.”

◆ 일본 요코하마로 가다

2013년 6월 요코하마에 있는 일본 명문 소바 가문 중 하나인 ‘잇사앙(一茶庵)’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개설한 소바 프로과정에 입문했다. 한국인으로는 두 번째 수련생이었다.

“일본 소바는 면의 맛보다는 향을 더 중시합니다. 간장으로 만든 육수도 국내 소바보다 훨씬 진하다. 국내 소바 육수는 묽고 달달해서 완전히 적셔 먹지만 일본에선 간장 육수가 진해 다 적시지 않고 면의 일부분만 적셔 먹습니다. 면의 경우 메밀가루가 우리보다 훨씬 많이 들어갑니다. 기본소스도 간장이 베이스인데 우리는 사골육수와 동치미가 주종을 이룹니다.”

그는 비로소 일본에 얼마나 다양한 소바가 있는지 알았다. 일단 잇사앙의 니하치 소바의 원천기술만 전수했다. 그곳에선 메밀가루의 품질을 고르게 유지하게 위해 타지 메밀가루와 섞는다. 한 곳 메밀만 고집하다간 작황이 나쁠 때는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 니하치의 소바 만드는 과정 공개

니하치 소바는 1인분 생면기준으로 150g. 길이는 40㎝, 굵기는 1.7㎜. 일본에서는 이보다 조금 더 가늘다. 홍두깨로 밀어 1.5㎜ 두께를 유지하고 우리처럼 썰기 쉽게 접은 뒤 1.3㎜로 썰어낸다. 우린 식칼을 사용하는데 일본에서는 식칼보다 5배 이상 무거운 중식당 ‘ㄷ’자 모양의 칼을 사용한다.

반죽을 할 때 물의 양이 매우 중요하다. 수타의 경우는 특히 온도와 습도가 중요하다. 물은 찬물로 한다. 밀가루가 들어가지 않는 주와리소바의 경우는 뜨거운 물로 익반죽을 해야 점착도가 높아진다. 니하치는 수타 여부와 상관없이 찬물로 반죽을 한다. 물의 양은 수타의 경우 소바 1㎏에 450㏄, 기계식은 360㏄가 들어간다. 물이 많으면 면이 붙어버리고 물이 적으면 잘 부러진다. 햇메밀은 습도가 많으니 물을 상대적으로 적게 넣는다.

수타의 경우 1㎏ 반죽하는 시간만 5분 정도. 반죽을 얇게 펴는 과정도 무척 까다롭다. 아마추어는 두께가 들쭉날쭉하다. 군데군데 터져버린다. 홍두깨도 우리보다 3분의 1 정도 가늘다. 흥미롭게도 니하치에서는 홍두깨 1~3개를 동시에 사용해 민다. 1.5㎜가 될 때까지 미는데 10여분이 걸린다. 안 붙게 메밀가루를 뿌리는데 제일 속가루(1번가루)로 사용해야 끈기가 없어 덜 붙는다. 면을 썰 때도 칼을 전후로 왕복하면 안 되고 그냥 한번 쿵 눌러준 뒤 밖으로 조금 젖혀주면 된다.

▶ 삶기

솥에 물이 펄펄 끓을 때 면을 넣는다. 중요한 건 니하치의 경우 면발을 넣고 우리의 칼국숫집처럼 절대 긴 나무젓가락으로 휘휘 젓지 않는다. 그냥 끓고 있는 물이 아래위로 대류되면서 섞이도록 내버려둔다. 휘저으면 면이 쉬 끊어진다. 수타면의 겨우 35초 정도면 다 삶긴다. 굵은 경우에는 1분이 넘어갈 수도 있다. 니하치는 현재 2분간 삶는다. 이때 백철솥을 사용한다.

찬물에 헹궈야 한다. 이때 여느 냉면집처럼 손을 사용해 씻지 않는다. 손을 사용하면 쉽게 부서진다. 수돗물 수압을 이용해 면을 자동적으로 헹군다.

◆ 니하치 잘 먹어보기

니하치 소바는 언뜻 프랑스 바게트와 비슷하다. 별다른 맛이 감돌지 않는다. 그렇게 짜지도 그렇게 감미롭지도 않다. 국내 소바에 길들여진 사람에겐 혀가 그렇게 즐겁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게 니하치의 매력이다. 뭐랄까, 우리 종가의 심심한 동치미 국물 같은 맛이다.

면발에 코를 갖다대면 카바이트 냄새 비슷한 특유의 메밀향이 감돈다. 국내 냉면은 코를 대도 메밀향을 전혀 느낄 수가 없다. 니하치는 송이를 향부터 즐기듯 먼저 향을 즐겨야 한다. 소바는 면이 식탁에 오르자마자 먹기 시작해야 한다. 대화가 길어지면 면끼리 들러붙고 금세 건조해지기 때문이다. 소바 앞에서 잡담은 ‘무례함’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전 정보가 전혀 없는 일반 손님은 니하치를 일반 잔치국수 대하듯 해 낭패를 본다. 이 오너셰프는 이런 일을 여러 차례 겪었다. 그래서 제대로 먹는 법을 적어 식탁에 붙여놓았다.

여긴 딱 두 종류의 소바만 특화시키고 있다.

하절기에 적당한 ‘세이로(蒸籠)소바’와 동절기에 적당한 온소바 같은 ‘가케소바’. 가케소바는 경남 의령메밀소바와 비슷한데 새우튀김이 들어간 우동 비슷한 맛이다.

세이로소바는 정말 심플하다. 두 무더기의 소바, 그 곁에 간장소스, 그리고 작은 접시에 생와사비와 간 무와 쫑쫑 썬 대파를 한 짝으로 놓는다. 일단 5~6가닥의 소바를 간장에 3분의 1 정도 적셔 먹는다. 생면과 간장의 맛이 서로 조화를 이룬다. 마니아는 간장에 찍어 먹기 전에 생와사비에 한번, 무에 한번, 대파를 차례로 얹어 먹는다. 다양한 향미를 즐겨보자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 간장을 찍어먹는다. 니하치의 경우 간장에 면을 완전히 적셔 먹으면 안된다. 간장의 향이 메밀향을 눌러버리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원하는 사람에 한해 소바를 삶은 물인 ‘소바유’를 내놓는다. 이게 매력덩어리 디저트다. 면을 찍어먹어 묽어져있는 간장을 조금 넣어 마시면 된다. 소바유는 국내 냉면집에서 내놓는 ‘온육수’와 비슷하다. 이 오너셰프는 주방에서 자주 소바유를 숭늉처럼 마신다.

아직 니하치가 대구의 정서에 다소 부담스러운 구석이 있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다. 니하치를 대구의 일본식 소바 1번지로 만들고 싶단다. 그의 표정에도 갈수록 소바향이 감돈다. 돈이 문제가 아닌 때문이다. 여력이 있으면 소바 관련 책도 펴낼 계획. 일요일은 휴무. 한 그릇 6천~8천원(새우튀김 포함). 중구 삼덕동 2가 276-3 (053)428-8822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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