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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신작 대결] 세컨 찬스·엘리펀트 송

2015-06-12

세컨 찬스
자신의 죽은 아이와 범죄자의 아이를 바꿔치기하는 형사

20150612

형사 안드레아스(니콜라이 코스터 왈도)는 갈등의 순간에 직면했다. 아들 알렉산더의 갑작스러운 죽음, 그 충격으로 이성을 잃은 아내 안나(마리아 보네비)는 구급차를 부르려는 그에게 아이를 자신과 떨어뜨려놓을 경우 자살하겠다며 소리친다. 갑작스러운 충격과 혼란속에서 안드레아스는 문득 가석방 중인 트리스탄(니콜라이 리 카스)과 산느(메이 안더슨) 부부의 아파트를 급습했던 얼마전 일을 떠올린다. 그곳에서 똥오줌으로 범벅이 된 채 방치된 아기 소푸스를 발견한 그는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안드레아스는 생각한다. 알렉산더를 잃고 모든 것이 무너져버린 자신의 가정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잔혹한 학대로부터 소푸스를 구원하기 위해 자신의 죽은 아이와 트리스탄의 아이를 바꿔치는 게 옳은 일이라고. 비극 앞에서 옳고 그름의 가치판단이 흐려진 안드레아스는 자신의 생각대로 충격적인 선택을 감행한다.


형사와 폭력배 역전된 입장 통해
허물어진 善惡경계 세밀하게 묘사
코스터 왈도 입체적 연기 돋보여


수잔 비에르 감독이 관객들을 향해 또 한번 도덕적 딜레마를 화두로 던졌다. 전작 ‘인 어 베러 월드’의 연장선이라 볼 수 있는 ‘세컨 찬스’는 선의로 한 선택의 결과가 항상 옳은 결정인지, 과연 내가 남보다 더 나은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규정지을 수 있는지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한다. 보편적이라 생각했지만 실은 자신의 편의에 따라 다르게 적용했던, 누군가에겐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는 모순적인 행위에 대해서다.

영화는 안드레아스를 중심으로 얽히고설킨 인물들의 다양한 감정 변화를 따라간다. 이 감정선은 인간의 도덕성을 되짚는 과정으로도 볼 수 있는데, 자신의 행동이 범죄가 아닌 구원이었다고 믿는 안드레아스의 생각과 의지를 그 출발점으로 삼았다. 안드레아스는 형사로서 누구보다 선과 정의를 추구해왔던 인물이다. 하지만 아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도덕적 기준을 상실하게 되었고, 선악의 경계마저 허물어졌다.

그는 이제 아이를 유괴한 범죄 피의자다. 반대로 폭력을 일삼던 트리스탄은 그로 인해 아이를 빼앗긴 피해자가 됐다. 복수와 용서의 문제를 제기했던 ‘인 어 베러 월드’의 도덕적 딜레마가 이처럼 ‘세컨 찬스’에선 선과 악을 대변하던 두 인물의 상황이 바뀌게 된 아이러니함에 주목한다. 다시 말해 카오스적인 삶에 우리가 얼마나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지, 또 그러한 혼돈이 우리 곁에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에 대한 심도 있는 접근이다.

흥미로운 건 나도 모르게 안드레아스의 감정과 행동에 이입돼 그를 숨죽이며 따라가게 된다는 점이다. 분명 해서는 안될 행동임을 알지만 공감하고 조심스럽게 그를 응원하게 된다. 선을 거스르고 위반하는 행위에 대한 욕망이, 선뜻 대답할 수 없는 선악의 또 다른 경계로 위치하는 순간이다. 이를 수잔 비에르 감독은 적절한 긴장감과 인물들의 감정변화로 채워가는데 너무나 촘촘해서 그 빈틈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이 영화를 만든 의도는 그 점에서 극명하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른가에 관한 것은 굉장히 흥미롭지만 양단간의 결정을 낼 수 없는 문제라는 점을 말이다.

니콜라이 코스터 왈도는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를 입체적인 연기로 한층 더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덕분에 인간 내면을 날카롭게 직시하는 수잔 비에르 감독의 통찰력은 더욱 빛날 수 있었다.(장르:드라마 등급:청소년 관람불가)


엘리펀트 송
동료 찾으려는 의사와 마지막 목격자 수수께끼 같은 심리전

20150612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한 정신병원에서 의사 로렌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동료를 찾으려는 그린 박사(브루스 그린우드)는 그를 마지막으로 목격한 환자 마이클(자비에 돌란)을 로렌스 박사의 방에서 대면한다. 하지만 마이클은 호락호락해 보이지 않는다. 대면하자마자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로 그린 박사를 혼란스럽게 만들더니 대뜸 입을 여는 대가로 세 가지 조건을 제시한다. 내 진료기록을 절대 보지 말 것, 간호사 피터슨(캐서린 키너)을 배제시킬 것, 그리고 내게 초콜릿 박스를 선물할 것 등이다. 하지만 이후에도 마이클은 본질을 벗어난 이야기로 그린 박사의 인내심을 자극한다.

‘엘리펀트 송’은 그런 두 사람의 수수께끼 같은 대화 속에 진실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진실과 거짓이 교묘하게 뒤섞인 이 대화는 일상적인 언어의 소통관계를 해체하고 전복하듯 난해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있고, 서로 충돌하고 타협하는 과정에서 발산되는 에너지는 마치 액션영화의 그것처럼 강렬하고 리드미컬하다. 한정된 공간과 인물이라는 미니멀리즘적 스타일을 견지한 이 영화에서 선명한 캐릭터의 구축은 그만큼 중요하다.


저마다 트라우마를 가진 인물들
상처 드러냄으로써 스스로를 치유
미스터리 외양 둘렀지만 심리 드라마


그린 박사는 사건의 실마리를 쥐고 있는 마이클의 입을 통해 실종자의 행방을 찾으려 한다. 이는 역전된 환자와 의사의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한데, 마이클은 자신에 대해 무지한 그린 박사와 달리 그에 대한 정보를 미리 숙지하고 있는 만큼 밀당의 고수처럼 고도의 심리전으로 그린 박사를 휘어잡는다. 사실 이 이야기의 본질은 의사 로렌스의 행방이 아니다. 마이클이 그와의 대면을 통해 과거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부모로부터 진정한 사랑을 받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고 싶어하듯,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저마다의 트라우마를 간직하고 있다.

자식을 죽이고 아내를 떠나 보냈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는 그린 박사는 자신의 상처를 드러냄으로써 어느 순간 마이클과 아픔을 공유한다. 또 남편과 별거하고 있는 간호사 피터슨, 신경쇠약에 걸려 행복하지 않은 결혼생활을 이어가는 올리비아도 자신의 트라우마를 드러냄으로써 치유의 과정을 겪는다. 미스터리의 외양을 두른 이 영화가 캐릭터들의 내면까지 섬세하게 터치하는 심리 드라마로 읽히는 이유다. 특히 별다른 극적 장치와 설정이 없음에도 마지막 순간까지 장르적 긴장감과 압도적 몰입감을 지속시켜 나간 건 이 영화의 미덕이다.

한 판의 체스게임 같은 ‘엘리펀트 송’의 영화적 완성도는 각자의 영역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또렷하게 새긴 자비에 돌란과 브루스 그린우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감독으로서 이미 천재성을 입증한 자비에 돌란은 다시 배우로 돌아와 약삭빠르고 교묘하지만 내면의 상처로 괴로워하는 소년 캐릭터를 완벽히 그려냈고, 브루스 그린우드는 연륜이 느껴지는 원숙함으로 절제와 폭발의 균형을 인상적으로 담아냈다. 두 배우의 만남만으로도 이 영화를 볼 이유는 충분하다.(장르:미스터리 드라마 등급:15세 이상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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