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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리포트] “평범한 삶은 NO” 자전거로 美횡단 대구사나이

2015-07-23

영진전문대 재학생 천병탁씨
100만원 들고 2년전 계획 실행
21일 여정의 절반 3천㎞ 달려

[시민기자 리포트] “평범한 삶은 NO” 자전거로 美횡단 대구사나이
중고 자전거 한 대로 미 대륙을 횡단 중인 천병탁씨가 애리조나의 사막 한쪽에 위치한 모뉴먼트 밸리에서 포즈를 취했다. <천병탁씨 제공>

중고 자전거 한 대로 미 대륙을 횡단 중인 대구 청년이 화제다.

대구시 수성구 만촌동에 사는 천병탁씨(23·영진전문대 전자정보학과 1년)는 지난 6월6일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한 그는 한국에서 가져간 자전거를 조립해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로스앤젤레스 산타모니카 해변을 기점으로 13개 주를 거쳐 뉴욕의 타임스스퀘어까지…. 그가 자전거로 달릴 총 거리는 약 6천㎞다. 여정의 반을 지난 21일 현재, 그가 달린 거리는 이미 3천㎞를 넘었다. 오는 8월27일쯤 최종 목적지에 도착할 예정이다.

천씨는 군 복무 중이던 2년 전부터 자전거를 타고 미국 땅을 횡단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준비해왔다. 경비는 하사로 근무하며 받은 월급과 제대 후 치킨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해 모은 돈으로 마련했다. 누나가 사다준 영어회화 책으로 틈틈이 영어공부도 했다.

이런 계획이 대단하면서도 다소 무모하게 보이는 것은 그가 이전에 미국은커녕 해외로 나가본 적이 없고 비행기를 타본 적도 없기 때문이다. 공항도 처음, 여권을 만든 것도 처음이었다.

“새로운 일에는 늘 겁을 내던 소심한 성격”이라는 천씨가 이렇게 용감한 도전을 결심한 것은 “평범한 삶을 거부하고 싶어서”라고 한다.

[시민기자 리포트] “평범한 삶은 NO” 자전거로 美횡단 대구사나이
중고 자전거 한 대로 미 대륙을 횡단 중인 천병탁씨가 웜샤워 회원과 함께 배너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천병탁씨 제공>


“허리케인 만나고… 사막·하수구서 자고…”



 태극기 보고 가던길 멈추더니
 먹을 것 주고… 옷 벗어주고…
“한인·현지인들 응원에 감사”



천병탁씨는 고교 졸업 후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고 대구에서 안동까지 무전여행을 했던 경험이 이번 ‘미국 횡단’ 도전에 한몫했다고 말한다. 이번 여행도 무전여행에 가깝다. 900달러, 우리 돈 100만원 정도로 3개월 동안의 자전거여행길에 나선 것이다. 가진 돈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돈이 많으면 여행의 본질이 희석된다”고 생각하는 천씨는 부모님이 주시는 돈을 사양하고, 오히려 자신이 모은 돈이 많다며 부모님께 돌려드렸다고 한다.


그는 경비를 아끼기 위해 사막이나 하수구 옆에서도 잠을 잔다. 잠자리를 구하기 위해 교회나 소방서 문을 두드릴 때도 있다. 무료 캠핑장이나 웜샤워(Warm Showers)의 도움은 무척 요긴하다. 웜샤워란 자전거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으로 오는 자전거여행자에게 무료로 숙식을 제공해주는 목적으로 운영되는 사이트다.


자전거에 매단 태극기가 힘을 발휘할 때도 있다. 그랜드캐니언을 올랐을 때는 여행 중이던 한인들이 태극기만 보고 차를 세웠다. 그러고는 그의 도전스토리를 듣고는 차에서 먹을 것을 꺼내주며 응원했다.


한번은 한인과 국제결혼한 부부가 태극기를 보고 차를 세워 도움을 주기도 했다. 그들은 숙식은 물론 도시락과 약간의 돈까지 챙겨주며 격려를 해주었다고 한다. “그분들 집에 오래된 한국 가구와 인형들이 장식되어 있는 것을 보고 감격했다”는 천씨는 “그들의 배려에 감사하며 새삼 한국의 아름
다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고마운 미국 현지인들도 많이 만났다. 빗속을 달릴 때 트럭을 운전하던 현지인이 자신의 바람막이 점퍼를 내주고 식당으로 데려가 밥을 사주기도 했다.


천씨는 매일 새로운 에피소드를 만들고 있다. 찜질방 같은 뜨거운 바람을 마시며 사막을 달리고, 허리케인을 만나기도 하고, 장대비 속을 달리기도 한다. 그는 이런 후기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고 있다. 처음에는 가족과 지인들이 주로 찾아보던 그의 후기가 그를 만난 현지인들과 입소문으로 찾아오는 팔로어들이 생겨 점점 인기를 얻고 있다. 그는 여행길에 만난 고마운 이들의 메시지를 직접 만든 배너 ‘토종감자의 미국 횡단 일대기’에 받고 있다.

“혼자 해내고 싶었다. 혼자 해낼 수 있다는 걸 자신에게 확인시켜 주고 싶었다”는 천씨는 오늘도 열정으로 페달을 밟는다. 섣부른 질문일지 모르겠지만 이번 여행으로 얻은 것이 뭐냐고 물었다. “출발 전에는 겁도 나고, 과연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 많이 됐다. 하지만 시작이 어렵지 막상 시작하고 나면 별거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그는 내일은 또 어떤 새로운 일이 일어날까 하는 설렘으로 하루를 보낸다.
전영혜 시민기자 yhjun8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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