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
    스토리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150821.010410851250001

영남일보TV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대구 삼송베이커리 ‘마약빵’ 돌풍

2015-08-21

현대·롯데·신세계 백화점도 러브콜…대구産 통옥수수빵 전국을 놀라게 하다

20150821
20150821
별명(마약빵) 때문에 실제로 빵 속에 마약이 있나 싶어 경찰이 조사하러 왔을 정도로 몇년 새 전국적 유명세를 타고 있는 통옥수수빵. 58년 역사의 중앙로 삼송베이커리는 이 빵을 3차례의 숙성과정을 거쳐 많게는 하루 3천개 이상 구워내고 있다.

요즘 ‘로컬 빵’이 대히트를 치고 있다. 경주의 황남빵과 찰보리빵, 천안의 학화 호두과자, 통영의 오미사꿀빵, 달성군 가창면의 찐빵, 강원도 안흥찐빵, 대전 성심당의 부추빵과 튀김소보로, 군산 이성당의 야채빵과 앙금빵, 세계적 음식평론지인 미슐랭 가이드북에도 소개된 안동 맘모스제과의 크림치즈빵 등이 전국구 빵으로 발돋움했다.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 유명 프랜차이즈 제과제빵 브랜드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전국 최고의 빵으로 급부상한 빵집이 대구에서 탄생했다. 바로 삼송베이커리의 통옥수수빵, 일명 ‘마약빵’이다. 현대·롯데·신세계백화점도 네티즌 사이에 이미 명물빵으로 군림하기 시작한 마약빵을 자기네 지하 푸드코트로 유치하기 위해 2~3년 공을 들였다. 결국 마약빵은 전국 3대빵집으로 불리는 군산 이성당, 대전 성심당, 안동 맘모스제과를 누르고 이달 그랜드오픈하는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입점하게 됐다. 기존 삼송베이커리란 말 대신 촌스러운 ‘삼송빵집’을 브랜드로 앞세운다. 마약빵 돌풍은 메뉴닷컴이 전국의 톱 1천개 가게를 대상으로 매출 및 소비자 인지도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상반기 1위를 차지하면서 시작된다. 최근 대구에 지사를 차린 G마켓이 마약빵 1천개를 구입해 배너로 프로모션을 했는데 공개한 지 8분 만에 다 팔려버렸고, 다음 날도 1천개를 올렸는데 역시 동이 나버렸다. 관계자들도 로컬빵의 위세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20150821
아버지로부터 가업을 이어받은 박성욱 삼송 BNC 대표는 지난 시절 7번의 사업 실패를 딛고 대구빵 국제화에 앞장서고 있다.

마약빵을 대박빵으로 만든 1등 공로자는 단연 TV방송이었다. 2013년 봄 SBS 생활의 달인, 연이어 tvN ‘세 얼간이’, On Style ‘제시카 & 크리스탈’ 등에 노출되면서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던 ‘마약’이란 용어가 대박의 수식어로 정착을 하게 된다. 마약빵에 힘입어 마약김밥, 마약떡볶이, 마약돈가스, 마약파스타도 생겼다.

마약빵이 얼마나 유명한가를 보여주는 해프닝도 2010년에 발생한다. 지역의 한 경찰이 하도 ‘마약빵 마약빵’ 해서 실제 빵 속에 마약 성분이 섞여 있는지 현장 조사를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대박이 하루아침에 뜬금없이 횡재하듯, 로또복권에 당첨되듯 터지는 건 결코 아니다. 마약빵이란 효자상품을 갖기까지 삼송빵집은 숱한 난관을 거쳐왔다.


60년 역사의 대구토종 빵집
프랜차이즈에 맞선 히트작
블로거들 “중독성 있는 빵”
차츰 ‘마약빵’으로 소문나
경찰 현장조사 해프닝도
많을 땐 하루 3천 개 만들어


◆ 대신동의 명물이었던 삼송빵집

일제 강점기부터 대구는 제과제빵의 도시였다. 광복 직후 대구 최고의 빵은 단연 당시 교동시장에 있던 수형당이었다. 수형당은 베이커리가 아니라 빵공장이었다. 수형당 단팥빵은 군대에까지 진출한다. 그 흐름을 이어받아 고려당, 뉴욕, 런던, 맘모스 등이 대구 동성로 베이커리의 리더로 파워를 키우고 대신동의 경우 삼송이 1957년 옛 동산약국 바로 옆에 자리한다.

50년대 후반의 삼송빵집은 당시 모든 빵집처럼 종합베이커리였다. 이런저런 빵과 과자류를 직접 만들었다. 특히 단팥빵, 소보로, 카스텔라, 고로케 등은 어느 빵집이나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특히 삼송은 ‘꿀빵’으로 더 세찬 인기몰이를 한다. 은박지 접시 위에 담긴 15㎝ 지름의 달달한 유럽빵 스타일인데 시럽과 잼, 땅콩 등이 가미된 일종의 ‘페스트리’ 같은 것이었다. 이게 상당수 빵집의 효자상품이었는데 삼송이 제일 불티나게 팔렸다.

당시 삼송빵집은 고교생의 인기 데이트 장소였다. 그때 추억을 담은 시 한 편이 있다.

백용현 시인의 ‘삼송빵집’이다.

‘첫 만남이었던 그 여학생을 기다리다가/ 행여나 하는 조바심에/ 자라목은 유리문과 창밖을 수시로 들락거렸던 그해 가을/ 까까머리 십 대 후반/ 설렘도 사랑이라 믿어/ 빈자의 주머니를 턴/ 단팥방과 곰보빵은 접시에 가지런히 수북했다/ 마침내 포마이카 탁자 앞에 입김을 뿜으며(하략)’

30년간 삼송은 정말 신나게 달렸다. 하지만 큰 화재와 서문시장 상권 침체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87년 아카데미극장 맞은편으로 옮겨 온다. 아직 파리바게뜨 같은 서울발 매머드 제과제빵 프랜차이즈가 진출하기 전이라서 나름대로 선방할 수 있었다.

94년부터 지하철 1호선, 97년 2호선 공사 때문에 상권이 붕괴하다시피 한다. 중앙로 지하철 화재로 1년간 더 고전을 면치 못한다. 또 다른 활로를 찾기 위해 97년 처음으로 베이커리 카페를 국내 최초로 론칭시킨다. 최근 들어 베이커리 카페가 지역에서도 활기를 띠고 있는데, 이미 20년 전 삼송이 그 버전을 선도한 것이다.

1층 구석의 의자를 2층으로 옮겼다. 식사도 하고 커피도 마시고 음료도 마실 수 있는 ‘토털베이커리’로 업그레이드를 시도한다.

<주>삼송BNC(베이커리 앤 카페) 박성욱 대표(48)가 그 당시를 회고한다.

“당시만 해도 빵은 빵집, 커피는 커피숍, 식사는 레스토랑이었는데 삼송이 이를 하나로 묶었다. 당시 중앙시네마가 대구에서 처음으로 복합상영관으로 문을 여는 걸 보고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생각하게 됐다.”

박 대표의 아이템은 히트를 쳤고,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한다. 하지만 또 악재가 들이닥친다. 2001년부터 서울발 대형 프랜차이즈가 물밀듯이 생겼다. 삼송 맞은편에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크라운베이커리 등이 포진한다. 당시 대구에서 1천800여 개의 크고 작은 제과점 절반이 문을 닫는다. 삼송도 한창 많을 때 종업원이 15명 있었는데 12명 정도 해고할 수밖에 없었다. 가업을 접어야 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도 많이 했다.

◆ 구운 고로케로 반전 시도

‘종합베이커리로는 승산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단품목으로 가자고 다짐한다.

삼송의 초대 사장인 박한동씨(72)는 아들에게 가업을 물려주면서 제과점 반쪽을 만두 가게로 겸용하며 돌파구를 모색한다. 아버지는 이북 출신이라서 이북 만두와 남한 만두를 퓨전 음식화하기도 했다. 그런대로 팔리긴 했지만 반전을 꾀하기는 어려웠다. 고로케도 예전 스타일로는 승부가 나지 않았다. 예전 것은 너무 텁텁하고 기름기가 많았다. 만두와 고로케를 접목시켰다. 튀기지 않고 오븐에 구운 ‘뉴버전 고로케’를 개발한다. 양파, 당근, 부추, 마늘 등 10여 가지 재료를 넣었다. 처음에는 ‘만두고로케’로도 알려져 반응이 좋았다. 2008년 출시했는데 다행히 웰빙 바람을 타고 붐을 일으킨다. 방송도 탄다.

마약빵은 삼송이 개발한 10여 개 히든카드 중 최고의 히트작이 된다. 기존 통옥수수빵도 기존 버전을 좀 수정한다. 소스나 내용물을 변형시킨다. 예전에는 옥수수와 양파를 혼합해 ‘야채빵’ 비슷했다. 토핑도 기존에는 버터와 계란, 옥수수 가루를 주재료로 만든 것이다. 그런데 양파는 빼고, 토핑 재료도 크림치즈 등을 더욱 추가해서 더 부드럽고 달콤하게 만들었다. 그게 적중한 것이다.

마약빵의 경우 많을 때는 하루 3천개를 만들어야 된다. 4.5㎏짜리 옥수수캔이 무려 80여 개 필요하다. 국내산 제철 옥수수를 까서 재료로 사용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2008년 처음 개발될 당시에는 통옥수수빵이었다. 세상은 스마트폰 시대, SNS 시대, 푸드블로그 시대로 급선회하고 있었다. 그 빵에 반한 마니아가 자기 블로그 등에 중독성 있는 빵으로 소개했고, 차츰 마약빵으로 소문이 난다.”

마약빵의 정식 명칭은 ‘크레이존(토핑 소스의 일종) 통옥수수빵’. 다른 제과점에도 있긴 있지만 삼송이 주력 상품으로 집중과 분산을 했다. 10명이 들어오면 7명이 마약빵을 찾는다.

다른 업소 사장도 벤치마킹하려고 많이 찾아온다. 그것에 올인하려면 종합베이커리 포기 각오가 필요한데 다들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현재 직원만 100여 명. 기술자는 50여 명. 그렇다고 생지를 돌리는 공격적 프랜차이즈는 안 하겠단다. 기술자가 직접 구워내는 직영점 스타일이다. 시내 본점은 아버지, 박 대표는 중견기업으로 키우기 위해 중구경찰서 근처에 사무실을 차렸다. 현재 동대구점, 현대백화점 대구·압구정·판교·동대구역점 등 전국 16개 도시에 50점이 포진해 있다. 아울러 미국과 중국, 베트남에도 진출 예정이다. 박 대표가 먼저 마케팅을 추진한 게 아니고 바이어가 먼저 알고 러브콜을 한 것. 마약빵 때문에 아버지의 후배도 가세했고 한때 동성로에서 리베 의상실을 경영했던 어머니도 본점 카운터를 지키고 있다.

주말 본점은 줄을 서야 마약빵을 살 수 있다. 재고도 없다. 평일 오후 4시쯤 하루 물량이 다 팔린다. 직원들도 5시면 퇴근. 빵 한 개 1천500원. 청둥호박을 이용한 ‘호박빵’이 오는 10월 출시 예정. (053)254-4064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마약빵’ 레시피

마약빵은 피도 얇고 재료도 고급이다. 마약빵은 그냥 뚝딱해서 나오는 게 아니다. 한번 만드는데 3시간이 걸린다. 처음에 재료를 배합해서 1차 믹싱하고 1차 발효 30분 자연발효를 한다. 그 다음에는 1차 성형을 하고 15분간 자연발효를 시킨다. 그 다음에 내용물을 충전시켜 발효실에 30분 3차 발효를 시킨다. 나와서 토핑물을 올리고 25분간 굽는다. 발효가 제대로 안되면 기포도 커지고 식감도 거칠어지고 부드럽지도 않다.


Warning: Invalid argument supplied for foreach() in /home/yeongnam/public_html/mobile/view.php on line 399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영남일보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