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전통예절 교육을 배우려는 여성들의 발걸음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한국인성예절교육원이 지난 1일 연 전통예절 강좌에서 수강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
1일 오전 대구시 중구 향교 부근의 한 예절교육원. 강의실이 비좁게 느껴질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빼곡하게 자리를 채웠다. 강단에서는 단아하게 한복을 차려 입은 임귀희 원장이 예절의 근본은 무엇이며, 어떤 마음으로 예절에 임해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있었다. 50여명의 청강자들은 한 부분이라도 놓칠 수 없다는 듯 연신 메모를 하면서 수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사>한국인성예절교육원이 지난달 25일부터 내년 1월까지 매주 한차례씩 마련하고 있는 예절강좌의 수업 모습이다.
다양한 예절교육 모습. <한국인성예절교육원 제공> |
우리의 전통예절에 눈 돌리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대개의 젊은이들이 우리의 전통은 ‘고루하고 시대착오적’이라며 예절교육을 외면하는데 반해 한편에서는 우리 전통이 가진 고결한 품격과 향기로운 정신을 배우기 위해 예절교육원으로 발길을 향하고 있는 것이다.
임 원장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예절수업에는 고작 1~2명의 여성이 있었을 뿐 대부분이 남성이었다. 당시에는 강의를 들으러 온 남성에게 아내나 누이를 데리고 오라고 통사정을 할 정도였다. 하지만 요즘 들어 상황이 역전돼 수강생의 태반이 여성일 정도로 여성들의 쏠림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강의를 찾는 연령대도 수년 전까지만 해도 은퇴한 여성들이 많았는데 갈수록 연령대가 낮아져 현재는 40~50대 여성도 제법 많다”고 설명했다.
임 원장에 따르면 대구지역의 예절강좌는 여타 지자체에 비해 비교적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개인이 운영하는 사설 예절교육원이 곳곳에 마련돼 있는 것을 비롯해 대학의 평생교육원, 구청 등과 연계한 프로그램이 열리고 있다. 이들 중에는 지자체 지원을 받아 교육 프로그램이 무료로 열리는 곳도 많다. 임 원장은 “이번에 8기 강좌를 열었는데 60여명이 등록했다. 다른 어느 지역보다 대구의 예절교육 열기가 높다”고 밝혔다.
초중고 인성교육 의무화로
한국인성예절교육원 비롯
대구 곳곳 예절 강좌 개설
일상서 관혼상제까지 교육
예절교육강사 활동도 장점
1∼2명이던 女수강생 급증
연령대 낮아지는 추세 뚜렷
이처럼 예절강좌에 관심이 높아진 것은 올 7월부터 인성교육이 법제화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해 지난 7월21일부터 정식 시행된 ‘인성교육진흥법’은 건전하고 올바른 인성을 갖춘 시민 육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 법안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학교에 인성교육이 의무가 됐다. 또 전국의 초·중·고교는 매년 초 인성교육 계획을 교육감에게 보고하고 인성에 바탕을 둔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한다.
임 원장은 “인성교육이 강화되면서 예절교육 강사에 대한 요구도 덩달아 높아졌다. 교육원을 찾아온 분들 중에는 우리 예절을 배워 스스로의 삶을 반듯하게 가꿔 나가고 싶은 분이 많지만, 예절강사가 되어 사회에 봉사하려는 분들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날 예절교육원을 찾은 이들의 사연도 다양했다. 청도 매전에서 온 이계동씨는 “종손이어서 관혼상제를 비롯한 우리 예절을 좀 더 잘 알고 싶은 욕구에서 왔다. 우리의 전통예법을 잘 배워 조상님을 잘 모시고 싶다”고 했다.
또 경산에서 온 손윤수씨는 “2012년부터 3년간 코이카 해외봉사단으로 활동하면서 정작 나 자신이 우리의 전통예절에 대해 잘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열심히 배워서 다시 해외로 나가 한국을 제대로 알리는 활동을 하고 싶어서 강의를 듣게 됐다”고 했다.
70대의 한 졸업생 할머니는 “강의를 듣고 나서 소일거리로 틈틈이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나가서 아이들에게 인성강좌를 하고 있다. 핵가족화가 되면서 밥상머리 교육이 사라져 버렸는데, 아이들에게 전통예절을 교육시키는 과정을 통해 나 스스로 자긍심을 갖게 됐다”고 뿌듯해 했다.
임 원장은 “대구의 교통사고 발생은 전국 최고, 한국인의 자살률은 수년째 OECD 국가 중에서 최고를 달리고 있다. 이는 우리들이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하고 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라며 “예절교육을 통해 나를 돌아보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면 우리 사회가 가진 많은 병폐들이 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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